역경은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으로 다가온다.

인류는 그 역경을 이겨 내어 발전을 거듭해 왔다.

위기를 당할 때 주저앉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극복하여 전화위복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생각과 태도를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6·25전쟁, IMF 경제위기 등 국가적 역경을 잘 극복해냈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은 보란 듯이 무인기 5대로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했다.

4대는 우리 군을 유인하고 1대는 경기 파주·김포·강화·서울 은평과 용산 지역을 5시간이나 배회하다가 돌아갔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북한 무인기 관련 브리핑에서 “어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추적했으나, 격추는 못 한 것을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발표했다.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자 공군은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를 동원하여 100여 발 사격했지만 격추하지는 못했다.

북한 무인기는 2m급의 작은 크기의 정찰형 소형 무인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 타격 능력으로는 격추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대응으로 우리 공군은 유인 정찰기를 군사분계선까지 보냈으며, 무인기 ‘송골매’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5Km 지점까지 침투했단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적 무인기 도발 시 탐지 식별조차 못 했으나, 이번에는 적 무인기를 탐지 추적했다”라고 덧붙였다.

참으로 가소로운 자화자찬이다.

군사 전문가는 북한이 비정규적인 새로운 유형의 현대적 도발이 시작됐다며, 뜻밖의 수단을 가지고 정체불명의 전쟁을 벌이는 것을 ‘회색지대 전쟁’이라고 한단다.

 

향후 사이버 공격이나 드론 등을 활용한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용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쌍방이 구형 드론을 가지고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북한은 이 전쟁에서 깊이 인상을 받은 것 같다며 “궁극적으로 남한 사회의 혼란과 우리 정부의 잘못된 대응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를 본인들이 주도하고 통제하겠다는 ‘비정규전 상황’이 올해에도 고조될 것 같다”라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런 판국에 정치권은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

국민의 힘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을 탓하고 9·19 군사합의의 맹점을 지적했으며, 민주당은 현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질타했다. 

북한 무인기 침범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청와대 정찰 사건이 있었고, 2017년에는 성주 ’사드‘까지 촬영했지만 넘어오는 줄도 몰랐다. 그때마다 군은 격추 작전 수립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속수무책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라며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 해 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어 “위장된 평화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어떤 도발에도 응징·보복이 가장 강력한 억제 수단”이라며 북한의 드론 미사일 핵 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드론 부대 창설을 앞당기고, 드론을 스텔스화해 대북 정찰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낮에 북한 군용무인기 5대가 5시간가량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녔는데도 한대도 격추하지 못한 데 대해 국군통수권자로서 참담한 심정을 표출한 것이다. 

 

더불어 “압도적인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한 것에 대해 어느 민주당 정치인은 “대통령 입에서 전쟁 말이 쉽게 나와서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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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통령은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 군인은 없다”라고 응수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났다.

 

무인기를 통한 영공 침범도 충격이지만, 북한 무인기를 1대도 격추하지 못한 우리 군의 무능은 더 충격적이다.

헬기에서 기관포 사격 등을 했지만 격추하지 못했고, 무인기 대응을 위해 이륙하던 공군 KA-1 경공격기 1대는 추락했다.

공격용 무인기에 의한 실제 상황이었다면 참담한 재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무인기를 표적으로 대공 사격 훈련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북한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장소와 시기 그리고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강도 높은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흔히 핵무기, 방사포,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화학 무기만을 걱정하고 무인기는 가볍게 보는 데 큰돈 들이지 않고 적을 교란하고 공격까지 하는 게 2m 크기의 무인기다.

이번에 무인기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국군은 무인기 전략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인기 위험성은 경계대상이다.

 

우선 크기가 작아 포착과 격추에 어려움이 많다.

이날 덩치 큰 전투기와 헬기가 출동했지만 작은 무인기를 놓쳤다.

 

북한은 공군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려고 무인기 개발에 집중해 왔고 수출까지 하고 있다. 북한은 무인기 1,000대를 보유 하고 있는데, 무기를 장착해 원전· 통신· 항만· 공항 등 기간시설을 공격한다면 피해는 심각할 것이다. 

북한은 새해 첫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김정은은 막말로 남한을 위협했으며, 국방부는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경고했다.

 

무인기 여파로 홍역을 치른 상황이지만, 남북은 벽두에 강대 강으로 치닫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위기가 더러 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여 오히려 전보다 더 발전하는 사례도 많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지 ‘우이독경(牛耳讀經)’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