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늘을 응시하면 사로잡히는 그 끝 모를 깊이감으로 또 하늘에서 펼쳐지는 온갖 자연현상으로 하늘에 경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 하늘에 대한 경외감과 연결시켜 생명의 근원을 하늘에서 찾기도 하였다.

 

고대 동북아시아 여러 민족들 역시 자신들의 기원을 하늘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동북아 민족들 사이에는 지상의 여인이 하늘의 빛을 받아 하늘의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시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부여와 고구려 등 부여족 계통의 사람들이 하늘이 빛을 의미하는 동명을 자신들의 시조로 그렇게 본 것이라든지 고조선인들이 환인과 환웅으로 이어지는 천신을 자신들의 기원으로 본 것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②하늘의 권능이 시조를 통해 드러나다.

 

따라서 고대 동북아 여러 민족들은 자신들의 근원인 하늘을 숭배하는 제천의례를 빈번하게 거행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고대 동북아 민족들이 거행하였던 제천의례는 곧 조상에 대한 제사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국가차원에서 거행하는 제천의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고구려의 제천의례는 10월에 열리는 동맹이라는 대규모 공공의례였는데 나라 동쪽의 큰 굴에 모셔두었던 나무로 표현된 신을 물가로 모시고 나와 제사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 동굴 속의 신은 유폐되었던 유회이다.

 

결국 동맹제의 과정은 유회가 햇빛을 쬠으로써 잉태를 하여 시조를 낳는다는 고구려 건국신화의 내용을 의태적 행위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구려에서 제천의례는 곧 시조를 모시는 제사이기도 했는데 고구려인들이 이러한 의례를 거행했던 것은 그 사고방식에서는 시조와 천신은 뗄 수 없는 깊은 관련을 갖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탁발선비도 새로 확인된 선조의 동굴에서 천지제사를 지낼 때 이전 황제들과 그 비를 함께 제사하였다고 한다.

 

물론 한족의 중국에서도 일찍부터 제천에 조상을 함께 제사하였지만 천과 조상을 함께 제사하였지만 천과 하늘을 또 분리해서 관련하게 된 이후에 제천과 조상의 배사는 분명히 다른 의미로 거행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제사는 제천이었기 때문에 제천시에 조상을 함께 제사하는 것은 제천의 부수정인 행위일 뿐이었다.

 

탁발선비족이 세운 복위왕조가 선조의 동굴에서 천지제사를 지내고 이때 선조들을 함께 제사했다는 것은 선조의 제사가 중심이로 천지제사가 오히려 부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선조의 굴에서 천지의 제사를 지냈다는 것은 하늘과 땅을 상징한 구조물이나 장소인 원단 또는 방단이나 남교에서 천지제사를 지내는 중국적 의례와 분명 다른 것이다.

 

또 이때 천지재세 ㅈ를 지내게 된 계기가 선조굴의 발견에 있었데 이는 탁발인들이 선조와 하늘이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즉 선조가 바로 제천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북위의 다른 국가제사들의 기록들을 살펴봐도 자신이 가장 중요한 대상신이 었고 천신 그 자체는 조상제사에 부수되는 위치였다.

 

이러한 현황은 천신과 시조신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종교 관념의 반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은대의 지고천신은 인격적인 요소를 아울러 가졌으나 주대 이후 두 신격 요소가 분리되기 시작하여 춘추전국시대에 와서 천신의 인격신적 요소는 소멸되고 보다 추상화되는 천신관념의 단계에 잉르렀다고 한다.

 

즉 천신과 인격신을 미분화 한 상태로 관념하는 단계에서 분화시켜 사고하는 단계로 이행해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집중도가 중국에 비해 떨어졌던 주변 미족에서 이러한 신관념의 분화가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는 천신의 아들이 나라를 세웠다고 주장하면서 그와 시조묘를 제사하는 의례를 제천이라고 인식한 고구려의 경우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태는 지고한 하늘의 권능이 그 자체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격성을 띄고서야 구체적으로 인간 세상에 작용을 한다는 미분화된 신관념이 번영되어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