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개위의 고성통영의 통합시 결정에 따른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고성군민들의 반응은 착잡하기만 하다. 통영시야 그렇다 하더라도 반대와 찬성의 표차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거제시를 제외하고 통합된다는데 대해 온 군민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여론조사의 허구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군민들은 여론조사에 응했나?, 뭐라고 답했나? 등의 사실여부 확인으로 사실상 민 민간에 불편한 관계가 초래되고 있다. 지역민들의 여론이 이렇다는 것을 행개위는 직시해야한다. 게다가 앞서 발표한 50%의 찬성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거제 통영 고성을 통합에 찬성하느냐를 물은 게 아니라 거제를 제외하고 고성 통영 통합만 가지고 운운 했다는 것도 이번 여론조사의 허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사실상 거제는 처음부터 통합에 반대해 왔었다. 인근 사천시도 주민들이 극렬한 반대의 움직임을 보여 이번 통합에 제외됐다. 이처럼 대다수의 지역민들은 이번 통합에 대해 불신을 나타내며 처음부터 ‘삐딱선’을 타게 된 것이다. 이 모두 인근 창원시의 통합 결과에 따른 여러 가지 불협화음 등을 봐 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고성군민들과 재야단체들은 21일 ‘통합반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들의 입장은 이번 통합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며 지역민을 우롱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통합이 원치 않는 지역을 구태여 통합이라는 명제아래 한데 묶어 놓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뭔지 심히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당초 행개위의 방침과는 전혀 다르게 거제시를 제외하고 고성통영의 통합시 운영은 누가 보아도 합당치 않다. 20만이 채 되지 않는 인구수로 어떻게 지금보다 재정자립도가 나아질 수 있다는 건지 선뜻 이해가 안 간다는 눈치다.
 물론 앞으로 공청회나 주민투표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역민이 원하지 않는 통합은 결국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통합을 추진하는 자치단체들 간 입장이 엇갈리며 갈등 양상이 우려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갈등을 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걱정하는 애향심의 발로로 본다. 때문에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다. 특히 도내의 경우 시·군 통합을 추진 중인 각 자치단체들의 속내 또한 다르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체적으로 통합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같은 사안을 놓고 인접 시·군이 서로 경쟁해 지역 발전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합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두 설득력 있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역사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시·군 통합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어느 한 제도에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시·군 통합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만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울질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공청회, 공개토론회, 여론조사, 주민투표 등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식들이 주민이 참여 속에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안게 되고 만다. 결국 시·군 통합의 문제는 합리적인 토론과 의사결정에 의해 해결되지 못한 채, 치열한 논란·분쟁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불행한 일이다. 여기저기 상처만 남는다.  통합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밀어붙이기 식 졸속 추진은 금물이다. 1회성 여론조사로 행정구역통합을 결정할려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또 주민입장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것을 명심해야한다.

 따라서 결론은 하나다. 시·군 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지역사회의 공론을 형성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평한 저울질', 그 길밖에 없다. 상대방의 주장이 무엇인지 차분히 듣는 자세,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자세, 그리고 양쪽의 입장이 공평하게 개진되고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토론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주민들의 전체의사를 무시한 이번 행정통합 결정은 전면 폐기돼야 옳다. 지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된 통합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불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