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지난 13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개편안은 전국 36개 시·군·구를 16개 지역으로 통합하고,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을 뼈대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성과 통영의 통합이 포함 돼 있다.
  주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사안인지라 실제 성사여부에 관심이 크게 모아지고 있고, 지역사회에서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실현가능성은 미지수
  역대정권이 많은 행정구역 통합·개편을 시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직후 지방행정체제 개편 작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관련기관·단체의 반발, 공감대형성 부족, 준비 미흡 등으로 마산·창원·진해시를 통합하여 통합창원시 하나만 출범시키는데 그쳤다. 충북 청원군과 청주시의 경우 1994, 2005, 2009년 등 세 차례나 통합을 추진했으나 청원군민과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확정 발표된 개편안도 계획대로 진행되기까지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주민투표 3분의1 이상 참여, 과반수 찬성 얻어야 
  우선 이번 통합안이 실현되려면 각 지방의회의 의결 또는 해당지자체 주민투표를 거쳐야한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주민투표가 효력을 얻어 통합이 확정된다. 어느 한 지역이라도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면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통합은 자동 무산된다.

국회 입법과정도 난관
  다음으로 통합을 위해선 최종적으로 국회 입법과정이 필요한데, 행정체제개편이 선거구 획정과 연계돼 있고 이번 개편안에는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의회 폐지가 포함돼 있어, 19대국회와 내년 2월 출범할 새 정권이 이번 계획안을 그대로 밀어붙일지는 미지수이다.

전화여론조사 정확성, 신뢰성 의문
  지난해 12월 통합을 찬성하는 통영시가 거제시·고성군과의 통합건의서를 경남도에 제출했으나 거제시와 고성군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편위원회는 지난 5월 통합관련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급기야 지난 13일 브리핑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 통영 63.3%, 고성52.9%의 주민 찬성에 의해 행정통합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개편위는 당초 거제시를 포함한 3개 시 군을 통합 대상지역으로 여론조사를 했지만 거제시는 24.4%의 낮은 찬성률을 보여 통합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지역주민의 삶을 뿌리 채 뒤흔들 수 있는 행정통합 대상을 단순한 전화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개편위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많은 군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이학렬 군수도 밝힌바있듯이 밑바닥 체감 민심은 통합찬성 보다는 반대쪽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론조사방법에 따라 결과가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전화여론조사 시 나타나는 표본오차 등을 감안해야 하고 질문 문항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집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와 휴대전화를 포함한 여론조사결과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찬성 유도성 질문도 있을 수 있다. 
  특히 통영시민과 고성군민에게 던진 질문은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3개 시 군의 통합에 대한 찬반여부였다. 거제시를 뺀 통영시와 고성군만의 통합에 대한 답변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과반을 갓 넘긴 52.9%라는 수치는 얼마든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로 내려갈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 중에는 막연히 통합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주민이 부지기수이다.
  주민설명회, 공청회,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통합에 따른 효과와 문제점 등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린 뒤 조사를 해야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개편위의 전화여론조사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개편위는 여론조사방법, 과정, 문항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극히 일부주민을 대상으로 한 집 전화 여론조사결과를 전체주민의 뜻인 양 확대해석하거나 객관성이 결여된 알량한 수치를 토대로 고성군민과 통영시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행정통합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지역민의 의사와 편의를 부정하는 비민주적이고 반자치주의적 처사인 것이다.

고성.통영만의 통합 시너지 효과 의문
  거제시를 뺀 고성·통영만의 행정통합은 지역경쟁력 및 행정효휼성 강화라는 당초 취지와도 반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 인구 70~80만명에 달하는 권역별 광역자치단체를 수십개 만들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지역간 균형 발전을 꾀하고자 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0년 18대 국회가 여야합의로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2월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개편위는 1년 이상이나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하다가 공론화 과정이나 광범위한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치 무엇에 쫓기듯 졸속으로 기형적인 개편안을 내 놓은 것이다.
  용맹한 호랑이를 그리려다 괴상한 모양의 고양이를 그리게 된 꼴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행정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대등한 상생발전과 복리증진으로 직접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예견되어야 한다. 재정자립도 20%중반 대에 머물고 있는 통영시와 17% 안팎에 불과한 고성군을 합해 인구 20만 명도 안 되는 통합시를 출범시켰을 경우 시너지 효과는 커녕 통합시의 명칭, 통합청사 소재지, 통합 후 인프라 기반시설의 재배치 등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란만 야기할 것이라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고성군의 경우 통영시에 흡수되는 결과를 가져와 주민들의 불편은 물론 각종 혐오시설 설치 등과 같이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은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통합 성공사례 없어
  1995년 재정자립도가 낮은 두 개 시·군이 통합한 인근 사천시의 경우 17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 체감하지 못한 채 지역갈등과 불협화음이라는 통합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더군다나 참천포시와 사천군이 각각 있을 때보다 예산도 크게 줄어 오히려 발전이 지연되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는 실정이다.
  1998년 통합한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의 경우에도 통합 후 지역갈등은 물론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발전이 저하됐다는 부정적인 분석도 있다.
  출범2주년을 맞는 통합 창원시도 통합청사유치문제로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고 지리적 이점도 약했던 진해지역의 경우 통합 후 예산이 대폭 줄어드는 등 상대적 박탈감과 반발로 '도로 분리하자' 는 여론이 주민들 사이에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단의 대책 세워야
  행정통합은 금과옥조가 아니다. 주민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일방통행식 강제통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중앙정부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지도 않고, 주민의사를 무시한 행정통합을 억지로 추진하기 보다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행 8:2에서 6:4정도로 획기적으로 조정하여 지방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등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고성군 행정과 의회는 통합의 허구성을 군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주민투표 등에 대비하여 특단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언론과 사회단체들도 군민의 힘과 지혜를 결집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