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들녘 곳곳이 이상고온과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강우량에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병해충이 급증하면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하일면 한농가의 매실밭. 매실나무 전체가 갈색날개매미충 애벌레로 뒤덮여 있었다. 이 해충은 과수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어 생육을 떨어뜨리고 나무를 고사시킨다.
 한 단감 과수원에는 한 번 발생하면 방제가 어렵다는 둥근무늬낙엽병이 발병했다. 보통 8월 말께 나타나는데 올해는 2~3개월이나 앞서 생긴 것이다. 이 지역의 밭작물도 마찬가지다. 고추밭 곳곳이 진딧물에 점령당했고, 양파는 버려져 나뒹굴고 있다. 더운 날씨로 양파가 웃자라 상품성을 잃은 탓이다.
 양봉농가도 이상고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꿀 생산량은 평년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양봉농가는 개화시기에 따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벌통을 옮겨가며 꿀을 채집하는데, 올해는 꽃이 거의 동시에 피는 바람에 꿀을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다. 개화기간(평균 10~12일) 역시 올해는 평균 8일에 그쳐 채밀기간이 더욱 단축된 탓이다.
 도농업기술연구원 김동주 계장은 "기온이 0.5~1도만 높아져도 해충 발육기간이 상당히 짧아지고 병해충의 밀도(개체 수)가 급속히 증가한다"면서 "이상고온으로 농작물과 과수·양봉농가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 부족도 심각하다. 지난 한 달간 가뭄이 심해지면서 도내 평균 강우량이 47㎜에 그쳤다. 예년(199㎜)의 35% 수준이다. 이 때문에 도내 저수율이 68%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었다. 이처럼 농번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농가마다 농업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진주시는 최근 정촌면 화개리 모심·매동마을 등에서 지하수 굴착에 나섰다.
 농가는 스프링클러로 물 공급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사과와 배, 단감 등 과수는 수분공급 부족으로 크기가 더는 커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감자와 마늘 또한 씨알이 작아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상품가치도 떨어졌다.
 한 농민은 "물이 부족해 300㎡ 밭에 심은 마늘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상기온과 가뭄은 농산물 값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진주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대파의 평균 도매가격은 ㎏당 1940원(상품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35% 뛰었다. 지난해 6월 초 가격(㎏당 972원)에 비해서는 99.6%나 높은 수준이다. 예년보다 더운 날씨로 파의 생육이 더디게 진행돼 출하가 늦어진 영향이다.
마늘 수매가는 ㎏당 3200원(최상품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