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개위가 지난 13일 돌연 고성 통영이 통합 된다고 발표했다. 대다수의 군민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의아스러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거제시를 비롯해 고성통영을 두고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해놓고선 돌연 고성 통영만이 통합 한다는데 의문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이나 의회에서의 입장도 군민들과 다를 바 없다.
 이학렬 군수도 “대다수의 군민들이 반대의 입장을 펴고 있다. 군민과 의회의 뜻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고, 박태훈 의장 또한 “전체 의원들의 뜻과 주민들의 생각이 같다“며 절대 반대의 입장을 펴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구태여 통영시와 고성군을 통합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감히 되묻고 싶다.
 당시 행개위 방침은 세 군데를 통합해 광역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통영고성을 합친  20만이 채 되지 않은 인구수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당시 행개위의 통합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서민경제가 팍팍해져 가고 있는 마당에 또 다른 짊을 안겨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두 곳이 통합되면 지역민들에게 어떠한 혜택과 인센티브가 제공되는지 조차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어떠한 결과에 의해 이렇게 결정됐는지 조차도 의문이며 지금에 와서 거제시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제외되고 통영 고성만 통합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선뜻 이해가 안 된다.

 행개위가 그동안 주민여론조사와 의견청취를 통해 대상 지역을 선정했다고 하지만, 여론조사 내용을 뜯어보면 통합을 거론할 정도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멀다. 통영시가 62% 정도 찬성한 반면 고성군은 50%를 갓 넘겼다. 물론 수치야 속이지 않았겠지만 대다수 군민들의  당초 생각과는 너무나 많은 차이의 결과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소위 오차범위를 생각하면 고성군민 절반은 반대요, 찬성이 절반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창원시 통합과정에서 빚어지는 온갖 진통을 생각해보면 주민 절대다수가 찬성하더라도 행정구역 통합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러한 불협화음을 두고서라도 통합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통합을 통해 지역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말은 지역 간 대등한 균형발전의 전망과 사회적 합의가 모여 주민 동력이 살아날 때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통합 주체 간 경제력이나 행정력에 기울기가 심하거나 어느 한 쪽이 흡수 통합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 통합은 시너지가 아니라 갈등의 소지만 잔뜩 안게 된다. 이번에 경남에서 행정통합의 대상으로 검토되었던 지역들은 여러모로 통합 준비도 미비하고 의지도 박약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진해·마산시와 통합한 창원시는 청사 문제로 사사건건 시비가 붙어 있어 다시 함안군과 통합을 논의할 처지가 아니다. 그보다 일찍 사천·삼천포를 통합한 사천시는 여전히 두 지역이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살고 있으니 진주시와 통합이 반가울 리 없다. 이런 사정임에도 억지로 통합을 운운했으니 정부 개편안이 얼마나 경솔한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알량한 수치 얼마 가지고 지역 주민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행정통합 문제를 건드려서는 절대 안 된다. 어떻게 보면 거제·통영·고성도 노른자위 같은 거제가 빠졌으니 아예 백지화하는 것이 맞다. 실적이나 따지는 인위적인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 자치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착실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지역 주민의 삶을 분쟁의 나락으로 빠트리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통합이 되고서 지역민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차라리 안함만 못하다.
 지역민의 반대 무릅쓰고 진행되는 통합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역민을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면 이번 통합은 전면 수정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