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죽은 자를 신중히 처리하고 거대한 무덤을 마드는 등 죽음을 처리하는 다양한 문화적 장치를 만들어 냈던 것을 보아 한반도 일대의 고대인들도 나름대로의 생사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 낼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생산관은 영혼관이나 타계관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전개되었다.

 

영혼관이나 타계관이 발달하지 못한 인류 초기 단계에는 사자의 영혼이 어떤 공간에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상상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사자의 영혼은 생전에 살았던 곳 주변에 머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점차 사자의 영혼은 현실세계와 떨어진 어떤 곳으로 가서 현세에서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때 내세의 공간은 산이나 강 너머 저 멀리 어딘가 또는 바다 저편 또는 산 위나 하늘 위 또는 동서남북의 방위에 있는 어딘가로 다양하게 상상되었다.

 

또 사람의 영혼은 여러 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죽은 후의 사람의 영혼은 육신이 묻힌 무덤이나 땅 속에서 생활할 수도 있고 또 다른 공간의 사후세계에서 생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회분화와 계층화가 역동적으로 진행되던 시기 그리하여 먼저 권력을 장악한 지배층이 피지배층과 확연히 구분 지으려던 고대사회에는 죽음과 관련해서도 계층성이 농후하게 나타났다.

 

계층화와 권력의 집중화에 의해 이뤄진 수직적 사회관계는 삶의 문제뿐 아니라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한 상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고대사회에서는 왕이나 귀족 같은 특권층은 죽어서 그 영혼이 위로 특히 천상으로 간다는 관념이 강했다.

 

이는 수직적인 사회질서가 내세의 공간관념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내세의 수직적 공간을 상정하게 되었고 따라서 수직적 사회질서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만이 수직적 내세의 상층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내세의 불평등성은 사후 영혼이 돌아갈 공간뿐  아니라 내세에서의 삶에도 반영되었다.

 

사회에서 특별한 역할과 지위를 누렸던 왕이나 귀족 같은 특권층의 죽음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그들의 내세는 현세와 같은 방식으로 이어지리라 믿어졌기 때문에 무덤은 호화롭게 꾸며지고 많은 부장품들이 넣어졌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죽음은 별다른 주의를 끌지 못했고 따라서 그들의 사후 운명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현세의 삶이 내세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특권층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불리한 것이었다.

 

그러나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닥치는 보편적 사건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개인적 가치에 대한 사고가 성숙되면서 죽음을 개인과 사회와 관련해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무제에서도 평등성이 제기되었다.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는 인류의 초기 단계에는 현재와 내세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점차로 현세의 어떤 조건에 의해 내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역사시대 이후 등장한 세계 종교들은 대게 현세에서의 행위를 토대로 모든 인간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이며 평등한 생사관은 현실적으로 불평등한 신분질서의 규제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전근대사회에 보편과 등을 계석해서 환기시킬 수 있는 일종의 힘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종교적 생사관이 현실적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비판하고 내세의 평등이 아니라 현세의 평등을 성취할 것을 주장하는 말소주의와 같은 사상이 태동하여 인류사회 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고 했다.

 

그런데 어느 종교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회서조차 그 종교의 생사관이 모든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한 사회 내에서도 지역별로 집단별로 또는 개인별로 생사관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현재에도 여러 수준에 따라 각기 다양한 생사관이 표출되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죽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이상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 즉 생사관의 모색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