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 연합함대 이끌고 출전(전쟁 제7년)
 충무공과 진도독의 연합함대는 9월 15일에 고금도를 떠났다. 충무공이 2월 18일에 이곳에 도착한지 만 7개월만이었고 날수로는 2백여일만에 떠나는 것이었다.
 고금도 바닷가에는 수만명의 피난민들이 모여서서 떠나가는 충무공을 전송했다.
 날이 갈수록 각처의 왜적들이 철귀하려고 한다는 정보가 충무공에게 전해지자 마지막 출격으로 적들을 섬멸시키려는 결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진린 도독은 충무공의 뜻에 따라 나섰다. 그같이 오만 포악한 진린 도독도 충무공의 지휘아래 공손한 추종자가 되고 말았다.
 「진 도독이 오랫동안 진중에서 공을 호령하고 지휘는 것을 보고, 또 자기는 비록 배가 많다 해도 적을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을 짐작하고 전쟁에 나가면 우리 판옥선에 같이 승선하고 공의 지휘를 받기를 원했다. 또 모든 지휘권을 공에게 양보하는 것이다」(충무전서)
 이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명연합 함대는 완전히 충무공의 지휘아래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충무공은 연합함대를 이끌고 고흥땅 나로도에 이르러 밤을 드새고 방답을 지나 옛날 정들었던 좌수영에 도착했을 때는 그동안 왜적들에게 분탕질 당한 참혹한 현상이 눈으로 차마 볼 수가 없었다.(9월19일)
 이 때 충무공의 출격 목표는 순천 예교에 진치고 있는 소서행장이었다.
 소서행장이 예교에 진을 치고 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진작 전년 정유년 9월 2일이었고, 이 성이 낙성된 것은 12월 2일이었다.
 그때부터 소서행장은 이 성에 응거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무사히 철귀할 수 있을까 하는 것만을 궁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충무공은 유도로 진군했다. 유도는 지금 광양 앞 바다 골약면 송도의 이름이다. 소서행장이 진치고 있던 예교로부터 겨우 물길로 5킬로 정도 앞에 있는 섬이다.
 육지에는 명나라 유정의 군대가 뒷덜미를 누르고 있어, 수륙연합공격으로서 행장을 떨게 했었다.(9월 20일)
 또 여기서 남해의 왜적이 척후선을 타고 와서 우리 형세를 정탐하려 하다가 충무공의 군관 허사인의 추격을 받자 배를 버리고 산으로 도망함으로 그 배와 여러 가지 물건들을 노획하기도 했다.(9월 21일)
 다음날에는 종일 접전한 결과 우리 수군으로 지세포 만호, 옥포 만호 등이 적탄에 부상을 입었다. 명나라 유격 계금도 왼팔에 총탄을 맞고 군인들은 11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이날의 왜교 전투에 대해서는 우의정 이덕형이 조정에 장계한 바도 있었는데 그 장계에는 계금의 왼편 팔이 아니라 오른편 팔로 되어 있고 또 명나라 군사자도 많다고만 적혀 있거나(선조실록 105). 실지로 전투한 충무공의 기록을 표준으로 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이 때 왜적들은 각처마다 초조하기 시작했다.
 적장 평의지가 정예병 100여명을 데리고 소서행장의 진에까지 와서 철귀하는 일에 대해서 상의하고 갔었는데 그것은 9월 24일의 일이었다.
 충무공의 일기에 「이날 저녁 명나라 유격 왕원주, 복일승, 파종 이천상 등이 배 100여척을 거느리고 진에 왔다. 이날 밤 등불 빛이 휘황하여 왜적들의 간담이 떨어졌을 것이다.」(9월 30일)
 이튿날 10월 1일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육군 제독 유정을 찾아가 군사에 대한 밀담이 있었고 초 2일에 본격적인 전투가 개시되었다.
 물론 육군의 유정의 군대와 함께 수륙 합공이었다.
 우리 수군들은 빗발 같은 적탄을 피해 소서행장이 있는 왜성 앞까지 진격했으나 웬일인지 유제독의 진격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조수가 물러나는 때가 되므로 우리 수군은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명나라 군사들만 머뭇거리고 있다가 많은 사상자를 내었다.(선조실록 105)
 우의정 이덕형은 그의 장계중에 유제독의 행동을 심히 의심스럽다고 평하여 「제독의 하는 짓은 이상하여 알 길이 없다」고까지 했었다. 그 날의 전투에 대해서 충무공의 일기에는 「오전 6시 진군. 수리수군이 먼저 나아가 정오까지 싸워 수많은 적을 죽였다. 그러나 불행히 이 싸움에서 사도첨사 황세득이 적탄에 맞아 전사하고 이청일도 전사했다. 제포 만호 주의수, 사량만호 김성옥, 해남 현감 유형, 진도군수 선의문, 강진현감 송상포는 탄환에 맞았으나 죽지는 않았다」(10월2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전사한 황세득은 충무공의 부인의 사촌오빠였다. 본관은 성주요, 직산에서 살았으며 처음에 장흥부사 이더니 이때 충무공의 막하에서 같이 있다가 순국한 것이다.
 여러장수들이 공에게 조문을 드리자 공은 도리어 말하되 「세득은 국사에 죽었으니 그 죽음이야말로 영광스럽다」했다.
 무엇이 욕된 죽음이며 무엇이 영광스러운 죽음인지 일러주는 교훈이다.

 ○ 명나라 사선, 호선 20척이 불타다
 충무공과 진도독이 이끄는 조명연합수군과 명나라 제독 유정의 육군이 합동하여 순천 왜교의 소서행장을 공격하던 10월2일의 제1차 전투에 이어 이튿날인 10월 3일에는 제2차 전투가 개시 되었다.
 충무공의 일기에 의하면 「진도독이 유제독의 비밀서신에 의하여 초저녁에 나가 자정에 이르도록 적을 쳐부수었다.」(10월3일)고 했다. 또 공의 일기 무술년 잡기 속에 좀더 자세한 전투 상황이 기록되어 있음을 보는 바, 거기에 의하면 우리 수군이 밤 조수를 타고 적선이 정박해 있는 곳으로 돌격하여 그들의 배 10여척을 끌어내어 침몰시켜버렸을 뿐 아니라 그 때 왜적들은 산성위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총격을 가하기는 했으나 탄환이 이미 다된 모양이어서 우리 수군은 더욱 의기 충전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때마침 조수가 물러나는 때라 충무공은 소리를 높여 명나라 수군들에게 퇴각을 명령했으나 대포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어 미처 명령을 듣지 못했던 것인지 불행하게도 명나라 배들이 갯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이에 대해 충무공 일기에는 「사선(명나라배) 19척과 호선(명나라배) 20여척이 불타 도독이 뛰고 절고 하는 것은 형언할 길이 없었다.」(10월 3일) 했고 충무 전서 행록의 기사에는 「명나라 사신 19척이 물 얕은 바닥에 걸려서 적의 포위를 입게 되자, 공은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 하고, 우리 배 7척을 내어 거기에 무기를 싣고 무사를 뽑아 보내어 스스로 조심해서 불리하면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우리 배들은 온전히 돌아왔고 명나라 사선은 모조리 초멸되고 말았다」(행록)
 이 사실은 충무공의 친필 일기와 행록에만 적힌 것이 아니라 선묘중흥지에도 「밤 조수가 물러나자 명나라 병선 20여척이 얕은 바닥에 한꺼번에 주저앉아 적들이 군사를 내어 에워싸고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고 적혀있다.
 또한 공의 막하 유형 장군의 행사장에는 그때의 사실에 대해서 명나라 배를 3척이라고 적었고, 또 그것도 그의 지혜로 그 3척에다가 줄을 매어서 우리 군사들이 일시에 끌어당겨 구출하자, 명나라 진도독이 칭찬을 하고 충무공도 더욱 그를 아꼈다고 적혀 있음을 본다.
 이같이 서로 어긋나는 기록 중에서 어느 것을 믿어야 할 것인지는 별문제로 하고 다만 그때 충무공이 명나라 배를 구출하려고 7척의 배에 무사를 선발하여 보냈을 적에 해남현감 유형 장군이 그 중의 한분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유형의 자는 사온, 호는 석담, 본관은 진주, 문무겸전한 죽담 진동의 손자로서, 명종 24년(서기1566년)에 출생, 충무공보다 21세 아래였다.
 임진란 때에는 27세로서 창의사 김천일의 막하에서 활약했고 29세에 무과에 올라 선조로부터 말을 하사받고 등에 진충보국 4자를 새겨 나라에 몸 바칠 것을 다짐했었다.
 32세때 정유년 다시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해남 현감으로서 충무공의 막하가 되어 명량해전, 고하도, 고금도에서 줄곧 행동을 같이 했으며 이때 왜교 전투에서는 특이한 전공을 세웠던 것이다.
 그는 다음 날 노량해전에서 충무공과 함께 싸우며 6군데나 탄환을 맞고도 회생해 일어나 전쟁후에 부산진첨사, 경상우수사가 되었다가 37세 때에 제5대 통제사로 충무공의 후계자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석담실기에 의하면 이덕형이 충무공에게 후계자 될만한 인재를 물었을 적에 충무공이 그를 지목해 「충의 담략이 저 사람의 바른 편에 설 사람이 없을 것이요」하고 칭찬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후계자 지명에 있어서는 식성군실기에 의하면 충무공이 자기를 대신할 만한 사람은 이운룡이라고 했다고 적혀있어, 어느 쪽이 옳으냐는 것으로 역사가들의 논란이 없지 않으나 구태여 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소서행장, 그리고 명나라 제독 유정
 순천 왜교에 있는 소서행장 하나를 상대로 하고 조명연합수군과 명나라 육군이 합공했음에도 불구하고 10월 2일, 3일의 1차, 2차전투에서 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첫째 충무공과 진도독의 수군이 아무리 해상에서 공격을 가한다 할지라도 전투의 최후결말을 짓는 것은 역시 육군인 것이다. 그러므로 유정의 태도를 분석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제1차전투에 대해서도 이덕형은 「유제독의 태도가 극히 의심스럽다」하고 장계를 올린 일이 있었거니와 제2차 전투에 대해서도 「초3일 수군이 조수를 타고와서 피나게 싸웠습니다. 대포로서 소서행장의 방(지휘실)을 맞히자(선묘중흥지에는 세 번 맞혔다라고 기록) 왜적들은 황급히 모두 동쪽으로 몰렸습니다. 김수가 진격을 청했으나 유정은 노하기까지 하면서 끝내 동원령을 내리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어 마치 넋 빠진 사람 같았습니다」(선조실록 105)
 이 얼마나 통분할 일이였으며 더욱이 성 위에서 우리포로들이 「성이 비었다」고 외쳐주었다.(선묘중흥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정은 왜 그 같은 태도를 취했던가. 이덕형은 그의 장계에서 「유제독이 명나라 수군과 공로 다툼으로 화협하지 못했습니다」하고 말했으나 선묘중흥지에는 「행장이 유정에게 뇌물을 끊임없이 보내어 행장의 말을 들어준 것이다」하고 적었거니와 아마 이 두 가지가 이유가 다 옳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 때 권율 도원수의 군관이 충무공에게 와서 「유제독이 달아나려고 한다」는 편지를 전하고 갔다. 충무공은 통분함을 이길 길이 없었다.(10월 6일)
 아닌게 아니라 유제독은 군량조차 내버리고 순천방면으로 퇴각하고 말았다.
 10월 8일, 충무공의 유일한 배경인 유성룡이 물러나고 이원익이 영의정으로, 이덕형이 좌의정으로, 이항복이 우의정으로 각각 새로 임명되었다.(선조실록)
 유성룡은 전쟁 제2년(10월 27일)에 영의정에 임명된 이래 6년동안 전무후무한 대국난을 헤쳐나온 인격과 지혜와 포부와 경락이 남달리 뛰어났던 인물로서 탄핵을 입어 이제 그 자리를 물러나게 된 것이었다.
 충무공은 고금도에서 서애의 소식을 듣고 탄식하기를 마지 못했고 그로부터 배안에 물을 떠놓고 그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충무공은 도망가는 왜적을 막기위해 진린 도독과 함께 11월 9일 다시 고금도로 떠났다.
 바닷가에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떼지어 떠나가는 충무공을 전송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충무공이 이날로써 고금도를 떠나간 뒤에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될 줄은 아무도 생각조차 못했고, 또 충무공 자신도 열흘 뒤에 닥쳐올 운명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다.
 충무공은 다시 순천 왜교 앞바다에 도착했다. 10여척의 적선이 바다로 나왔다가 공에게 쫓겨 들어가고, 공은 그대로 왜교의 바로 앞에 있는 장도에 진을 쳤다.(11월 3일)
 여기서 다른 한편으로 진린과 소서행장이 비밀리에 교섭이 진행되었다. 충무공의 일기에 보면 「14일, 왜선 2척이 강화할 일로 바다 한 가운데로 나오자 진린 도독이 통역관을 시켜 조용히 왜적선을 마중하여 붉은 기와 환도 등 물건을 받는 것이었다. 또 오후 8시쯤에 왜장이 작은 배를 타고 도독에게로 들어와서 돼지 2마리와 술 2통을 바치고 갔다」「15일, 왜선 2척이 강화할 일로 두 번 세 번 도독의 진중으로 드나들었다」「16일, 도독이 자기부하 진문동을 왜의 진영으로 들여보내더니 조금 뒤에 왜선 3척이 말 1필과 창칼 등을 싣고 와서 도독에게 가져다 바치는 것이었다」
 이와같이 진린 도독은 행장의 뇌물에 눈이 어두워 심지어 충무공에게 적이 청하는 강화를 허락해 주라는 것을 명령하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을 들어줄 충무공이 아님은 물론이었다.
 「대장은 강화를 말할 수 없소. 그리고 원수를 그냥 놓아보낼 수도 없소」 충무공의 엄숙한 태도앞에 진린 도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번에는 소서행장이 충무공에게 사람을 보내어 총과 칼 등을 선물로 바치며 간절히 비는 것이였다.
충무공은 호령을 내렸다.
 「임진년 이후로 너희 왜적들을 무수히 잡았고, 총과 칼도 노획품으로 산더미같이 쌓였다. 어서 물러가라」 고 하여 왜적들은 달아나다시피 돌아갔다. 소서행장은 또 사람을 보내어 「조선수군은 명나라 수군들과 서로 떨어져서 다른 데다 진을 칠 것이지, 왜 한곳에서 같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요」하고 묻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물음이었다.
 충무공은 「우리 땅에서 우리 뜻대로 할 일이요 너희가 알 바는 아니다」하고 꾸짖어 보냈거니와 실상 충무공으로서는 그런 정신병자 같은 행장의 말에 분격하기보다는 오히려 유정 제독과 같은 명나라 육군과 수군 진린 도독과 같이 적의 뇌물 부스러기에 팔리는 명나라 소위 연합군이라고 그들과 함께 행동을 같이하고 있는 자신이 더 서글펐을 것이다.

 ○ 11월 17일 최후의 일기
 소서행장에게 대량의 뇌물을 잇달아 받은 진린 도독은 충무공을 찾아와 엉뚱한 말을 했다.
 「나는 잠깐 행장을 버려두고 먼저 남해로 가서 거기 있는 적들을 토멸하려고 하오」하는 것이었다.
 충무공은 물론 진린의 뜻을 알고 있었다. 그 말에 「안되오. 더욱이 남해에 있는 사람들은 적이 아니라 모두 포로된 우리 동포들이오」하자 진린은 다시 말하되 「그러나 이미 적에 붙었으니, 그것은 적과 마찬가지 아니요」하는 것이니 핑계좋게 자리를 피하여 소서행장에게 길을 열어 주자는 뜻이요, 또 한편으로는 수고 없이 사람의 머리를 베어 적의 머리라고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충무공은 진린의 행동이 너무나 괘씸해서 「귀국 황제의 명령이 적을 무찔러 조선을 구원해 주라는 것인데 장군은 도리어 적을 살려보내고 우리 백성들을 죽이려 한단 말이요」하고 도 한번 꾸짖듯 항의하자 진린은 허리에 찼던 칼을 빼들고 「이 칼은 우리 황제께서 주신 것이요」하며 충무공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때 충무공도 마주 일어서며 태연한 자세로 엄숙하게 「한 번 죽는 것은 아깝지 아니하오. 나는 대장이 되어 결코 적을 놓아 주고 내 동포를 죽일 수는 없소」하자 진린은 충무공의 동포애와 정의감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며 잘못된 것을 사과했던 것이다.
 이때 왜적선 중선 1척이 군량미를 잔뜩 싣고 남해로부터 바다를 건너는 것이므로 우리 수군 중에서 복병장 발포만호 소계남과 당진포 만호 조효열이 그 뒤를 추격하여 한산도 앞바다까지 가자 적들은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가 도망가므로 왜선과 군량을 이끌고 돌아오다가 중도에서 명나라 수군들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와 충무공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11월 17일)
 이것은 충무공의 난중일기 11월 17일 일기에 적혀있는 기사로서 공은 하루를 더 지나 19일 새벽이면 순국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공의 최후의 일기라 할 수 있다.
 소서행장은 진린에게 마지막 청으로 「저희들 여러 진으로 사람을 보내어 같이 돌아갈 것을 약속이라도 하게 해 주시오」(선묘중흥지) 하여 진린의 허락을 받고 작은 배 한척을 내보냈다.
 소서행장의 간사한 꾀였다. 이 사실을 알게된 충무공은 급히 군관 송희립과 해남현감 유형등 여러 장수들을 불러 의논했다.
 「적의 통신선이 나갔으니 반드시 적의 후원군이 곧 올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기 있다가는 복배수적이 될 것이라 미리 한 바다로 나가서 전투를 결행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선묘중흥지)는 결론을 얻었다.
 진린의 우유부단한 행동에는 왜적들에게 막대한 유익을 주고야 말았다. 소서행장은 흩어져 있는 자기 군사들을 집결시켰다.
 이 때 진린이 이 충무공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다.
 「내가 밤이면 천문을 보고 낮이면 인사를 살피더니 동방에 대장별이 희미해 가니 멀지 않아 공에게 화가 미칠 것인데 공은 어찌 이를 모르시오. 그리고 또 왜 제갈무후의 예방하는 법을 쓰지 아니하오」
충무공은 그 편지를 받고 즉석에서 답장을 적어 진린의 배로 보냈다.
 「나는 충성이 무후만 못하고, 덕망이 무후만 못하고, 재주가 무후만 못하여 세 가지가 모두 다 무후만 못하니 비록 무후의 법을 쓴다 한 들, 하늘이 어찌 들어 줄 리가 있으리까」
 이 얼마나 대범한 대답이더냐.
 옛날에 동양의 명장들은 으레 천문과 지리를 연구하고 또 거기에 특수한 지식을 갖는 것이므로 진린이 천문을 운운한 것도 그러한 일로 볼 수 있다.
 충무전서 첫머리에 실린 이 글들이 사실은 중국 청산도에 있는 진린 도독의 비문에서 채록한 것이라 했고 또 그 글 끝에 「다음 날 과연 큰 별이 바다로 떨어졌었다」했는데 그 다음날이란 것이 11월 19일 새벽이었으므로 진린 도독과 충무공이 각각 함상에서 편지를 주고 받고 한 것은 11월 18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나라와 겨레를 위해 최후의 재물이 될 것을 각오한 충무공에게 「재앙 물리치는 법」따위야 잠꼬대 같은 것이다.

 ○ 충무공 최후의 날
 임진왜란 7년 전쟁의 마지막 날인 11월 19일 새벽 이 충무공은 함상에서 맹세의 기도를 마친 다음 동쪽으로 노량바다를 향해 전진했다.
 뒷날 묵수당 최유해는 충무공 행장에 이 날 새벽의 군사 행동에 대해서 「병정들에게 방어래를 물리고 북도 눕혀서 조용히 진군했다」고 했다. 「함매」란 것은 군인들의 입에 ‘방어래(나무막대기)’를 물려서 말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최후의 전쟁에서 충무공이 순국했으므로 공 자신의 기록은 있을 수 없고, 다만 다른 사람들의 기록에 의한 행록, 행장, 시장, 비문, 실록 및 모든 사료를 종합 정리 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그 날 새벽 조명연합 함대는 좌우로 편을 갈라 행진했다.
 공은 포구와 섬들마다 복병을 깔아 적을 대비하도록 지시하며 진군했다.
 경남 사천으로부터 남해 노량에 이르는 사이의 바다를 광주양이라 부르는데, 도진 의홍 등 사천의 적들은 5백여척을(실록에는 3백척) 이끌고 이 광주양을 지나 곧장 노량으로 몰아 들어왔다.
 이 때 조선 수군들이 좌우에서 번개처럼 나타나 일시에 포격을 가하자 적들은 놀라서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어쩔줄을 모르다가 우리 수군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우리 수군에 의해 왜적선은 대부분 불타고 침몰되자, 적들은 관음포로 도망쳐간 때는 날이 새기 시작했다. 노량 서쪽에는 변월도를 비롯해서 수많은 섬들이 있어 대도 군도라 일컫는데 바로 이 바다에서 싸우다가 적들은 남쪽으로 남해관음포로 쫓겨 들어간 것이었다. 그러나 거기는 바다가 막혀 달아날 길이 없는 곳이라 적들은 돌아서서 대항해 왔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