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대한민국 심장’ ‘정치 1번지’ 등 별칭도 많았던 청와대!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하니 “3일만 근무하고 나오라”,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은 곳’, “우리가 빌려 쓰면 안 되나?”는 등 별의별 말이 다 나왔다.

 

지난 10월 14일 고성문인협회에서는 문학기행 겸 청와대를 방문했다.

 

 

‘나도 청와대를 관람한다’라는 들뜬 기분으로 며칠을 기다렸다.

 

5시 20분, 15명을 태운 관광버스는 밤새 부릅뜬 눈으로 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로등을 번갈아 가며 내달았다.

 

밤이슬에 젖은 나뭇잎이 단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해가 돋으려는 하늘에는 검붉은 융단이 깔려 있다.

 

해가 뜨자 자욱했던 안개가 운해 되어 산봉우리들을 섬으로 만들기도 했다. 

 

4시간 반을 달려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세종대로에 들어섰다.

 

이순신 장군의 위용과 세종대왕의 자비로운 모습 앞에서는 정체가 심했다.

 

광화문을 돌아 청와대 정문 앞에서 10시가 넘어 내렸다.

 

청와대 개방 146일 만에 관람객 200만 명이 넘어섰단다.

 

하루 1만 3천여 명이 관람한 셈이다. 

 

청와대 정문 안에는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표어가 분홍색 낱자로 정면에 세워져 있었다.

팻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파 몇 사람이 ‘미군 철수 반대’, ‘주사파 척결’ 서명을 하라고 했으나, 일행을 따라 바빠 지나쳤다.

 

본관 건물 앞 넓은 잔디 광장과 진입로 따라 잘 가꾸어진 반송이 늘어서 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줄을 섰고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모시고 관람하는 사람도 있었다. 

 

본관 앞 비석에는 「청와대의 이 터전은 고려조의 이궁(離宮)으로 조선조 경복궁의 후원으로 천년에 걸친 역사의 숨결이 깃든 곳이다. 일제가 우리의 옛 건물들을 헐고 이곳에 지은 총독의 집을 국가원수가 건국 이후 이제껏 써왔다. (중략) 본관이 1991년 9월 4일 준공되니 천하에 으뜸가는 복지위에 겨레의 앞날을 무한히 밝혀 줄 청와대가 새로 지어졌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빨간 줄로 관람 선이 처져있는 길을 따라 관람을 시작했다.

 

현관을 들어서서 1층 왼편으로 가니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 있다.

 

옆방에는 영부인들의 초상화도 있었다.

 

돌아 중앙으로 나와 2층 계단에 오르니 벽면에 한반도의 모형이 걸려 있고, 오른쪽에는 회의실 2곳이 있었다.

 

회의실마다 태극기와 봉황 기가 세워져 있었다. 옆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으나 잠겨있다. 

 

한 회의실에는 통영에서 활동한 전혁림 화백의 대형그림이 걸려 있다.

 

이 그림은 ‘통영항’으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억 5천만원을 주고 사서 걸은 작품이다.

 

전혁림(全爀林. 1910~2016) 화백은 ‘한국의 피카소’ ‘바다의 화가’ ‘색채의 마술사’ 등 수식어가 붙어 있는 데다, 전통 색채인 청색을 주로 사용했으며, 통영 일대와 인근 갯마을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1층으로 내려와 ‘충무실’을 끝으로 본관 관람은 마쳤다.

 

수박 겉핥기식이다.

 

차라리 합천군에 세워진 청와대 모형만 못했다. 

 

본관을 나와 수궁 터에 갔다.

 

청와대 구 본관인 경무대 건물터를 보존해 놓은 곳이다.

 

수궁 터 광장에는 관람객 휴게실이 있었다.

 

휴게실 안에는 서울 명소 사진과 본관 전경이 액자로 걸려 있다.

 

수궁 터에는 ‘천하제일 복지’라고 쓴 비석이 서 있다.

 

풍수지리에서 최고 명당이라는 의미이다.

 

관저에는 높다란 돌담이 세워져 있고 전통가옥 대문 ‘인수문’을 들어서면 왼편에 ‘청안당’ 건물이 있다.

 

관저 내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었다.

 

만찬장 접견실 거실 침실이 전면에 있고, 뒤편에 드레스 룸 식당 가족 침실 미용실 주방 등이 있었다. 

 

관저를 나와 산책로에 올라갔다.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초소가 곳곳에 있으나 비어있다.

 

청설모 한 마리가 가로지른다. 

 

오운정(五雲亭)은 경복궁 후원에 휴식을 위해 지은 정자로, 자연의 풍광이 신선 세계와 같다고 하여 ‘오색구름’을 뜻하는 ‘五雲’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단다.

 

이 건물이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히 알려 주는 기록은 없다.

 

원래 위치는 현재보다 아래쪽에 있었으나, 1989년 대통령 관저를 신축할 때 이곳으로 이전하였다.

 

이 정자는 정사각형 건물로, 지붕은 네 모서리가 한 꼭짓점에 모이는 사모 지붕 형태로 되어 있다.

 

주위에 난간을 두르고 있으며, 사방에 문을 내어 자연스럽게 주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이다.

 

이어 경주 방형 대좌 석조여래좌상에 갔는데, 규모는 작으나 경주 석굴암 보존물과 양식이 비슷하다.

 

석굴암 불상이 아주 미남이라 이 불상도 ‘미남 불’이라 불린다.

 

이 불상의 조성연대는 9세기경으로 본래 경주 이거사(移車寺) 터에 있었다.

 

1927년 총독부 관저가 신축되면서 일본인에 의해 서울로 옮겨져 지금은 이곳에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얼마나 침탈했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보물 제1977호로 지정되었으며, 이 석조여래좌상은 원래 경주 유물이라 본적지로 갈 확률이 높다. 

 

산책로를 내려와 작은 석문을 들어서니 소 정원에 나왔고, 용춘교를 건너 녹지원에 들어섰다.

 

녹지원에는 잔디밭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양쪽으로 서 있다.

 

녹지원은 어린이날 행사 등 사진으로는 많이 보와 왔으나, 나는 그동안 아름다운 공원들을 보았음인지 ‘아름다운 정원’이란 수식어가 어색할 정도였다.

뒤에는 상춘재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일생에 한 번이라도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 것이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에 오른 관광! 그러나 기대가 컸든 만큼 실망 또한 컸다.

 

부분적으로 사진에서 본 청와대와 실물과는 너무나 차이가 났다.

 

‘침류각’이나 영빈관은 보지 못했지만,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