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理想)을 실현하는 활동의 과정 및 서서히 형성되는 생활 방식과 내용, 곧 의식주를 비롯하여 학문 예술 종교 법률 경제 등 외적 물질적인 문명에 대하여 특히 인간의 내적 정신 활동의 소산을 말함’이라며 사전에 길게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문화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고 한 나라에도 지방마다 특별한 문화 요소를 가진다.

 

문화인, 문화재, 문화유산, 문화 시설, 문화생활, 문화촌, 문화 지역 등 문화에 대한 표현도 많다.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 창달을 위해 문화원 같은 기관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지방문화원이 있다.

 

지방문화원은 각 지방의 향토문화 융성을 위해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문화 및 사회교육 사업 등을 실시하는 비영리 특수 법인체이다.

 

우리나라 지방문화원의 역사는 1950년대 초에 미국공보원 산하에서 활동하던 공보관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문화 활동 및 상록수 활동을 위한 사설 기관으로 지방에서 자생적으로 문화원을 설립하면서 전국에 퍼졌다.

 

초기에는 문화관· 공보관· UN관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었으며, 1960년대에는 78개이던 것이 현재는 전국에 200여 개의 문화원이 있다. 

 

1962년 1월에 문화원을 회원단체로 하여 사단법인 ‘한국문화연합회’를 결성하면서 사설 기관이었던 문화원이 정부공인기관으로 되었다.

 

1965년에는 ‘지방문화사업조성법’과 그 시행령이 제정, 공포되면서 문화원이 특수 사단법인으로 되었고, 정부의 보조금과 시설의 무상대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1971년 감사 결과 문화원의 부실 운영 사례가 많이 발견되어 1972년에는 한국문화원연합회에 대한 보조와 문화원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지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통문화의 강조와 함께 향토문화 육성을 위하여 문화원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되어 1982년에 문화원 활성화 정책을 다시 펴기 시작하였으며, 1962년부터 한국문화원연합회로 이어오던 명칭을 1994년에 ‘전국문화원연합’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오늘에 이른다.

 

문화원의 사업으로 지역 향토문화 보존 전승, 지역 전통문화 선양 사업, 도서관 사업, 사회교육, 지역 내 문화예술인 파악, 문화원 지원단체 육성, 문화복지증진, 국제문화교류 등으로 문화에 관한 모든 활동을 총망라하고 있다.

 

고성문화원은 1949년 12월 14일 설립되어 1995년 법인으로 되었으며, 1996년 2월 문화원 건물이 준공되었다.

 

고성문화원은 설립 70주년이 넘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깊다.

 

고성문화원의 사업은 전국문화원연합회의 사업을 따르고 있으며, 문화학교 운영·정월 대보름 달집 놀이 행사·대한민국 행촌서예대전·문화유적지 순례·경로효친 행사·고성 지킴이 작품전·사투리 대회·고성문화 연간 집 발간·고성의 여러 가지 향토사 서적 발간사업 등 다양하다. 

 

조직으로 고문, 자문, 원장 1명 비롯한 임원 30명 회원 470여 명을 가진 방대한 조직이다.

 

한해 예산으로도 5억원이 넘으며, 국가 보조금이 4억 5천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원장의 직무는 막중하다. 

 

고성문화원에서는 제11대 원장 선거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임시총회에서 임원을 선출했다.

 

원장에 백문기 씨를 비롯해 부원장 3명 이사 16명 감사 2명이 선임 되었다.

 

 

그러나 원장과 부원장의 선출에 있어 잡음이 있었다. 

 

2021년 제71차 정기총회 회의록에 보면 문제가 된 임원의 선임 조항 ①에 「원장을 포함한 임원은 회원 중 총회에서 선임함을 원칙으로 하되, 총회에서 선임된 원장의 지명에 의해 일부 임원을 선임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지금까지 원장과 임원 선출은 전 회원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특별히 원장 후보를 이사회에서 1명을 선임하여 총회 승인을 받는 것으로 선출 방식을 바꿨으며, 이에서 1표 차이로 추천에서 제외된 후보는 선거법을 내세우며 이의를 제기했다.

 

고성문화원에서는 문화원 정관상 등록 후보가 정수를 초과하지 않을 때 선거 없이 추인 절차만으로 원장과 임원을 선출할 수 있기에 단일 후보가 나와 선거 없이 총회에서 승인만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정황으로 볼 때 아리송하다. 

 

선거에는 4대 원칙이 있고, 선거법은 엄중하여 선거에서 당선이 되어도 선거법 위반소송에 따른 법원 판결로 당락이 뒤바뀔 수 있다.

 

“내가 원장에 당선되면 1억원의 기부를 하겠다.”라고 했다면, 공약이 아닌 엄연한 선거법 위반이며 돈으로 매수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임시총회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개인에게 준 것이 아니고 문화원에 기탁 한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으며, 선거관리위원장은 “기탁 공약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선관위 회의에서 결정했다”라고 말했단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공공기관의 기탁이 괜찮다면 앞으로의 선거는 돈 없으면 안 되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카카오톡에 ‘고성문화원장 선거를 보면서’라는 글이 올랐다.

 

자신이 시인이며 작가이고 향토사학자라고 밝힌 사람의 글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번 문화원장에 출마한 A씨는 해서는 안 될 크나큰 과오를 저질렀다. 그것은 소위 표절(剽竊)이란 범죄와 다름없는 행위다. (중략) 도대체 남의 작품을 통째로 자신의 글로 옮겨서 발표하는 이런 분이 고성문화원장이라니?」라고 했다. 

 

원장, 부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자리만 지킬 것이 아니라 ‘고성문화 발전을 위해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한가?’ 스스로 반문해 보기 바란다.

 

고희(古稀)의 역사를 가진 고성문화원은 이번 선거의 내홍을 원만히 해결하여 고성문화 융성에 이바지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