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도 이러한 자연의 법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유생유사<有生有死>라고 출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태어남의 환희<歡喜>를 맛보기에 죽음의 애통<哀痛>함도 동시에 필연적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칠정<七情> 가운데 희<喜>와 애<哀>의 감정을 바로 이 출생과 죽음을 통해서 절감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장소와 시대를 초월하여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인간들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바랐지만 생물학적인 영생<永生>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고로 태어남과 죽음은 생명의 본질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체의 유한성을 대를 이어감으로써 극복하고자 한 것이 유가의 인식이다.

 

맹자의 저서에서 ‘불효가 세 가지 있는데 후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크다’라고 하여 대를 이음으로써 인간의 영생을 꾀하고자 한 것으로 확실하게 보인다.

 

따라서 앞 선 세대를 잘 받들면서 문학적 전통을 계승하고 다음 세대를 두어서 그 전통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연쇄적 질서를 유가에서는 매우 소중하게 여겼다고 하겠다.

 

상례 문화의 발달도 이런 인식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인간만이 삶의 각 단계마다 중요한 문화적 의식을 치른다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죽음의 단계에서 보다 복잡하고 정치<精緻>한 문화가 발발했다.

 

특히 서양보다는 동양에서도 우리 조상들이 이 문화에 아주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따라서 개성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었다.

 

그것은 현재 전하는 문화적 유산 가운데 상례<喪禮>에 관한 저서가 많고 특히 조선시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고 하겠다.

 

이제 우리 조상들이 일생의 단계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죽은 자를 보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또한 어떤 절차를 거쳐 문화적 의식으로 승화시켰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죽음 즉 상사<喪事>에 대한 우리 선인들의 인식을 보면 대체로 유가<儒家>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먼저 중용의 19장에서 ‘사망한 사람 섬기기를 생존해 있는 사람 섬기듯이 한다’라고 하여 내세를 현세의 연장으로 보고 망자를 산사람처럼 받든다.

 

어떻게 보면 상례는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꾸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의 공경하는 부모나 친애하는 자식이 죽었을 때 대하던 그 정으로 대한다.

 

그래서 관곽과 옷 등을 갖추어 보낸다.

 

둘째 장례는 예를 갖추고 될 수 있는 한 가지 분수에 맞게 존중하고 후하게 지내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다.

 

‘예기’ 편에서 공자는 콩죽을 마시고 물을 마시거나 그 기쁨을 다하는 것을 효도라고 말하고 머리와 발과 형상을 거두어서 곧 장사지내되 곽이 없으나 그 가정살이에 맞게 하는 것 이것을 예라고 이른다.

 

공자는 상례의 핵심은 그 절차나 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오직 슬픔이라는 진실된 감정의 표출이어야 한다. 

 

세련된 형식을 갖추기 보다 진심으로 애통한 마음을 다하는 것이 상을 당한 사람의 본질이다.

 

장례의 종류를 보면 옛날에는 국왕이나 왕비의 장례인 국장, 세자와 세자빈의 장례, 종친의 종2품 이상과 종1품의 문무관 및 공신 등의 장례인 예장, 그리고 유림장 등이 있다.

 

현재에는 국장, 국민장, 사회장, 기관장 등이 있다.

 

여기에서는 옛날에 주로 행하여 졌고 근래에도 영남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유림장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장사의 기간은 망자의 신분에 따라 각각 다른데 좌전을 보면 천자는 7개월, 제후는 5개월, 대부는 3개월 후에 장사를 지내고, 사는 유월 장을 지낸다고 되어 있다.

 

즉 유림장이 유월장으로 치러지는 것도 아마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유림장은 다른 명칭으로 사림장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사회적 덕망과 학문이 높은 큰 선비가 죽었을 때 유림들이 모두 나서서 유림의 공의에 따라 치르는 장례로 문인장이나 가족장과 달리 유림에서 고인에 대한 예우를 정하고 장례에 필요한 모든 의례적 역할과 의례절차의 진행하는 형식을 취한다.

유림장에는 유림이 장례 절차를 주관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