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어떤 노인 하나가 젊었을 때부터 성격이 온순하여 매사에 둥글 둥글 원만하게 처신하였습니다. 남과의 교제에 있어 일체 모가 나지 않았으므로 머리가 하얗게 백발이 되었어도 시비 한번 한 일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와서 급히 이르기를, “오늘 아침 나절에 남산이 다 무너졌으니 큰일입니다.” “그럴 거야! 몇 백 년이나 오래된 산이 비바람을 많이도 겪을 테니 무너지는 것도 괴이한 일이 아닐 테지" 하고 응답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나" 산이 늙었다고 해서 함부로 무너질 까닭은 없지." "그대 말도 옳아! 산이 위는 뾰족하고 밑은 넓으며 바윗돌이 서로 얽혀 있으니 무너질 염려는 없지."하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한 사람이 급히 와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괴이한 일이 생겼군요" "무슨 일이 또 생겼는고?" 하고 노인이 물었더니 그 사람은, "소가 쥐구멍에 들어갔다니 이 어찌 괴이한 일이 아니겠소?" "그대 말은 거짓은 아닐 거야! 소의 성품이 애당초부터 우직하니 비록 쥐구멍이라도 돌진 할 것은 틀림없는 일이지."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곁에 앉았던 사람이 답답한 나머지, "어디 그런 이치가 있겠소? 소가 비록 우직합니다만 어떻게 쥐구멍을 뚫고 들어갈 리가 있겠습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노인은 금방 번복하여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대 말도 역시 일리가 있어! 소는 두 뿔이 있는데 그것은 거추장스러운 것이어서 작은 구멍에는 들어갈 수가 없을 거야" 그는 잠시 동안에도 여러 사람의 말을 하나도 그릇되었다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영감! 어찌 그다지도 성실치 않소 그려! 어불성설(語不成說), 즉 말도 안 되는 말을 전부 옳다하니, 그 무슨 까닭이오?" 하고 반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건 내가 이렇게 백발로 늙어서까지 몸을 편안히 지내는 비결인 만큼 그대들은 웃지 말아 주시오. 난 이것으로써 소뿔을 내어 말싸움과 불화를 일으키는 자를 경계하는 것이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그의 말에 모두 탄복(坦腹)하였다고 합니다.

성내지 않는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고 아름다운 미소는 미묘한 향이 되어 세상을 향기롭고, 밝고, 맑게 합니다. 남이 한 일들이 자기 눈높이 와 기준에는 비록 맞지 않을지라도 침소봉대(針小棒大) 시켜 소뿔을 내어 말싸움과 불화를 만들지 않을 때, 이를 축소시켜 그 사람의 의견을 그릇되다 아니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로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때 이 세상은 한층 평화롭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이것이 백세까지 무병장수(無病長壽)하며 편히 지내는 비결인 만큼 여러분 웃지 말라는 노인의 모습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