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음식과 다른 우리 음식문화의 근원을 알려면 옛 문헌을 살펴보아야 한다.

전통사회의 음식문화를 담고 있는 문헌은 조선시대의 것이 가장 풍부하다.

고려나 삼국시대의 음식문화를 기록한 문헌은 매우 드물지만 조선시대 특히 조선후기의 음식 관련 자료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조선 후기 음식문헌으로 음식 조리법을 설명한 책이 여럿 있는데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이다.

 

19세기에 들면서부터 이와 같은 음식 조리서가 수 십 가지나 출현한다.

음식 조리서를 제외한다면 음식 생활의 가장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는 편지이다.

사사롭게 오고 간 편지 속에는 당대인의 일상생활이 가감 없이 녹아 있고 생활에 대한 사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옛 음식 책과 한글 편지에 반영된 조선시대 사람의 음식문화와 식생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푸짐한 한식 상을 받은 어느 영국인이 밥을 다 먹고 다음에 국을 먹고 국을 다 먹고 나서는 나물 반찬을 먹고 이런 식으로 하나씩 차례대로 먹더라고 한다.

서양식 코스 요리 습관이 한식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반대로 미국가정에 초대 받은 어느 한국인은 차례대로 나오는 음식 접시가 즐비하게 한상 가득 차려질 때까지 먹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식의 상차림이 한 번에 동시에 다 내놓는 공식적 진설이라면 서양 요리는 통시적 진행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례대로 하나씩 요리가 나오기 때문에 통시적 진행인 것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전통적 상차림에도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서양식 코스 요리처럼 내는 방식이 있다.

17세기 초에 현풍에 살았던 곽주가 아내 하씨에게 보낸 편지 중에 손님 접대를 위한 음식분비와 상차림이 자세하게 묘사된 사연이 있다.

그 중의 일부만 현대문으로 번역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안주로는 처음에 꿩고기를 구워드리고 두 번째는 대구를 구워드리고 세 번째는 청어를 구워드리게 하소. 다음 음식은 보아가며 차리소.’

차담상을 차리면서 다른 음식과 달리 술안주는 서양의 코스 요리 방식대로 차례차례 하나 씩 내놓게 하였다.

처음에는 구운 꿩고기, 두 번째는 구운 대구, 세 번째는 구운 청어를 안주로 올리도록 하소하였다.

식사오관의 다섯 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음식에 들어간 공력의 다소를 헤아리고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 음식이란 것은 땅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고 찧고 까불고 삶고 지진 후에 먹는 것이니 공력이 참으로 많이 든다.

한 사람이 먹는 것은 열 사람이 수고한 결과이다.

내 집에서 내가 먹어도 기실은 남의 돈으로 남의 협력으로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처음에는 어버이를 섬기고 나중에는 임금을 섬기고 스스로 입신해야 음식 대접을 받음직하다.

그렇지 못하면 부끄러운 줄을 알아서 지내 침이 없어야 한다.

셋째, 마음에 과욕하여 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탐하지 말고 거친 음식을 싫어하지 말고 배불리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넷째, 음식을 좋은 약으로 알아 몸의 괴로운 것을 고치게 하라.

다섯 가지 곡식과 다섯 가지 나물이 사람을 고치니 음식을 의약으로 삼아 내 몸을 다스려라.

다섯째, 일을 이루어 놓고서야 음식을 받아먹으라.

군자는 하는 일 없이 녹을 받아먹지 않는 법이다.

사대부 식시오관<士大夫 食時五觀>은 사대부가 음식을 먹을 때 먼저 다섯 가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음식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함양하기를 위해 이런 교훈적 가르침을 음식 조리서에 넣은 것이다.
 

이런 내용의 식사오관은 현대인이 그대로 본받음직한 것이다.

식사할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 첫째 조항의 요지다.

사람 도리를 다해야 음식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둘째의 요지요.

식탐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 셋째다.

요즘 하는 말로 음식이 보약이다라는 것이 넷째의 요지요.

일 한 자만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다섯째 조항이다.

식시오관 하나하나가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진다.

먹을 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어찌 고금이 다를 수 있겠는가.

식사오관의 가르침은 동서고금의 보편적 덕목이 되는 것이니 우리가 자랑할 만한 음식문화의 떳떳한 정통이다.

군자삼락이란 말이 있다.

당상에 부모가 계실 때 일락<一樂>이요, 영재<英才를 공부시킬 때 이락<二樂>이요, 대문 밖에 나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세상을 내다보아도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삼락<三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