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목은 좁고 물살은 세고 빨라 조수 우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데다 가장 좁은 목은 3백 3십미터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바다밑 바닥에는 숨은 바위가 깔려 있고, 조수가 밀리는 속도가 9노트에서 11노트가 되기 때문에 조수 우는 소리에 지척에서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그래서 이곳을 일러 울도목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명량해협의 조수는 밀때와 썰때가 그 방향이 달라서 밀때는 동쪽 벽파진 있는 마로해 위 물이 한꺼번에 해협을 동해 서쪽 우수영 있는 정등해를 향하여 쏟아지듯 흐르다가, 다시 썰때는 그와 반대로 서쪽 정등해 쪽에서 역시 이 해협을 뚫고 동쪽 마로해를 향해서 거꾸로 폭포처럼 흘러 내리는데 그렇게 하기를 매일 네번이나 바뀌는 셈이다.
 충무공이 진도로부터 우수영으로 진을 옮겼던 9월 15일 밤에 『이날 밤 신인이 꿈에 나타나 가르쳐 주기를 크게 이기고 짐을 누누이 말했다.』고 충무공의 일기에 있음을 본다. 이야말로 지성소치인 것이다. 충무공에게는 전에도 이 신인이 꿈에 나타난 일이 있었다.
 그 밤을 자고 난 9월 16일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명량해전이 벌어졌다.
 『이른 아침에 특별정찰부대가 달려와서 적선 무려 2백여 척이 명량을 거쳐 곧장 우리가 진치고 있는 이곳 우수영을 향해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곧 여러 배에 명령하여 닻을 올려 바다로 나갔다. 그러자 적선 133척이 우리 배를 에워싸는 것이였다』 이때의 적선수효에 대해서 이충무공 전시행록에는 333척이리고 했고, 징비록에는 200여척이라고 했고 우수영이 세운 명량대첩비에는 5백여척 이라고 했고, 청야만집에는 5~6백척이라고 했으나 충무공 일기에는 133척(또 한군데의 기록에는 130여척)이라고 기록 되어 있음. 『여러 장수들은 적은 군사로 많은 적을 대적하는 것이라 스스로 낙심하고 모두 회피할 꾀만 내는데 전라우수사 김억추가 탄 배는 벌써 2마장 밖에 나가 있었다.』 2마장이라는 것은 8백미터를 말한다. 이때 김억추만이 아니라 장수들 거의 전부가 겁만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노를 바삐 저어 앞으로 돌진하며 지자, 현자, 등 각종총통을 마구 쏘았다. 탄환은 폭풍우와 같이 쏟아지고 군관들이 배위에 총총히 들어서서 화살을 빗발처럼 쏘니 적들이 감히 대들지 못하고 나왔다 물러갔다 하기만 했다』 정유 9월 16일 『그러나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서 어찌 될지 알 수 없어, 온배에는 사람들이 서로 돌아다보며 얼굴빛이 질렸다. 이때 나는 조용히 타일렀다.  적선이 비록 많다해도 우리 배를 침범치 못할 것이니, 조금도 마음을 동하지 말고 힘을 다해서 적을 쏘라고 했다』

　충무공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군사들을 독려 했다.
 『여러 장수의 배들을 돌아보니 먼 바다에 물러가 있는데 배를 돌려 군령을 내리자니, 적들이 더 대들것이라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영각(호령하는 나팔)을 불어 중군령 내리는 기를 세우게 하고, 또 초요기(군사를 부르는 깃발)를 세웠더니, 중군장 미조항 첨사 김응함의 배가 차츰 내배 가까이 왔으며, 거제 현갈 안위의 배가 그보다 먼저 왔다.』 충무공은 그들에게 외쳤다.
 『안위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어디 가서 살것이냐』
 『응함아, 너는 중군으로서 멀리 피하여 대장을 구하지 않으니 죄를 어찌 면할 것이냐, 당장 처형할 것이지마는 적세가 급하므로 우선 공을 세우게 한다.』
 『그래서 두 배가 적진을 향해 앞서 나갔다. 그때 적장이 탄 배가 그 휘하의 배 2척에 지령하여 일시에 안위의 배에 개미처럼 붙어 서로 올라가려하자 안위와 그 배의 수군들이 죽을 힘을 다하여 혹은 각진 몽둥이로 혹은 긴 당파창으로 그리고 수마석 덩어리로 무수히 치고 막다가 마침내 기진맥진 해졌다』 이같이 위급한 전투에서 충무공은 과연 어떻게 했던가?
 『나는 뱃머리를 돌려, 그쪽으로 쫓아 들어가, 총과 화살을 빗발치듯 마구 쏘았다. 적선 3척이 모두 엎어지자 녹도만호 송여종 평산포 정응두의 배가 뒤따라와서 협력해 포를 쏘아 적들은 한놈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조선수군들은 얼마나 통쾌했으랴!
 『일찍 투항해온 왜인 준사란자가 내배에 같이 타고 있다가, 바다에 빠져 있는 적을 굽어 보더니, 그림 무늬 놓은 붉은 비단 옷을 입은 자가 바로 안골포 적장 마다시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무상 김돌손을 시켜 갈고리로 낚아 올린즉 준사가 좋아 날뛰면서, 분명 마다시라고 말하므로, 곧 명령하여 토막을 자르게 하자 적의 기세는 꺾으지고 말았다』이때의 왜인 준사란 자는, 본래 안골포 적진속에서 죄를 짓고 충무공에게로 와서 투항한 자였다. 그리고 마다시라는 왜장은 난중잡록과 선묘중흥지 등에 내도수라고 적었으니, 그는 내도통총 이었음이 분명하다.
 『우리 배들은 적이 다시 범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일제히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면서 쫓아 들어가, 지자, 현자, 대포를 쏘니 그 소리가 산천을 뒤흔들었고, 화살을 빗발처럼 쏘아 적선 31척을 깨뜨리자, 적선이 퇴각하고 다시는 우리 수군에게 가까이 오지 못했다.』
 이것으로 명량해전은 끝났다. 이어서 충무공은 이렇게 적었다.
 『싸움하던 바다에서 그대로 정박하고 싶었으나, 물결도 몹시 험하고, 또 역풍이 불어 형세가 위태롭고 위험해 그길로 당사도로 옮겨가 밤을 지냈다. 이번 일은 참으로 천행이였다.』
 이것이 충무공 자신의 일기에 적힌 명량해전의 승첩기사 전문이였다.
 일기 그대로 귀중한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겠다.
 12척의 작은 배로 133척의 왜적을 무찌른 그날의 승첩이야 말로 세계해전 사상에 오직 여기만 있었던 특이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 명량대승첩 3
 정유년 9월 16일 명량해전은 실로 종일토록 걸렸던 것이다.
 이날의 조수를 가지고 그 전투를 생각해 보면 아침에는 조수가 벽파진으로부터 우수영 쪽으로 밀려오는 때이어서 왜적이 그 조수를 타고 온것이라.
 그 시각에는 우수영에 있던 충무공의 배들이 피동적인 위치에 있었고 오후에는 조수가 거꾸로 우수영 쪽에서 벽파진 쪽으로 밀려가는 때라 그 시각에는 왜적들이 피동적인 위치로 바뀌어졌던 것이다. 옛날 한나라 문제 때에 조조가 군사에 대해서 승첩의 조건을 말할 때에 ‘지세를 파악하는 것’이라 했는데, 충무공은 그 지리적 조건을 파악하여 승첩을 거두었던 것이다.
 그 날 이 전쟁을 보고 있던 피난민들은 양쪽 언덕위에 모여서서 적선은 바다를 덮었는데 우리 배는 겨우 12척인 것을 보고 대포소리와 검붉은 불연기속에서 충무공인들 어찌 살 수 있으랴하며 통곡하면서 “우리가 온 것은 다만 통제사 믿고 왔는데 오늘 형편이 이러하니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간단 말인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전쟁이 끝나고, 연기가 걷힌 뒤에 보니 이것이 왠일인가.
 적선은 물거품같이 다 없어지고 그 반대로 우리배 12척은 그대로 떠 있는 것이니 피난민들의 환호성은 진도 우수영을 흔들었다.
 그 때의 기사로서 선묘중흥지와 소대연고에는 충무공이 의병전술을 썼던 것을 기록해 둔 것이 있다. 명랑대첩비에도 적혀 있으니 그것은 충무공이 자기를 따라오는 피난민들의 배 100여척에 명령하여 싸움하기 전에 미리 후열에다 늘어세워 적들로 하여금 전선으로 오인하도록 하였다.
 더욱이 충무공의 경우 12척의 전선 밖에 못 가졌던 그 때, 의병전술로서 피난민들의 배를 전선인 것처럼 속인 것은 현대의 심리전술로서도 족한 것이다.
 그리고 진도와 우수영지방에서 ‘감감술래’가 명량해전 때 충무공의 전술로 이용했다며 다음과 같은 몇몇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충무공이 아낙네를 모아 군복을 입히고 수십명씩 무리를 지어 산봉우리를 돌게 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왜적에게 마치 수만의 대군이 산봉우리를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고 서로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던 것이 바로 강강술래의 시작이라는 민속학자들의 설명이 구구하다.

 ○ 명나라 장수들의 축하 선물 70점
 충무공이 명량해전에서 큰 승첩을 거두고 우수영을 떠나 당사도로 올라간 것은 참으로 신중한 군사행동이였다.
 만일 그때 명량해전에서 충무공마저 패전하고 말았더라면 정세가 과연 어떻게까지 되었을까. 왜적은 수륙합공으로 며칠만에 서울을 다시 함락시키고야 말았을 것이요, 그래서 임진란 때와는 오히려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을지 국가의 운명을 아무도 보증하기 어려운 일이엇던 것이다.
 명량해전 승첩이 조정은 물론이요, 명나라 장수들까지도 너무나 놀라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명나라 경리 양호는 우리 선조대왕에게 “순신이 전선을 흩어진 나머지에서 거두어, 능히 큰 공을 패한 곳에서 세웠으니 지극히 가상한 일입니다. 그래서 은자와 비단으로서 상을 주려 합니다.”하고 아뢰기까지 했었다. (선조실록 93 정유 10월)
 이것은 충무전서 행록에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려 있거니와 그보다 충무공의 일기에
‘군공마련기를 보니 내게 은자 20냥을 상금으로 보냈다한다. 그리고 명나라 장수 양경리가 붉은 비단 한 필을 보내면서 배에다 패홍하는 예식을 올리고 싶으나, 길이 멀어 가지 못한다고 했다’(정유 11월 16일)는 것이 적혀 있다. 이것은 명량해전이 있은지 두 달 뒤의 일이었다.
 여기에 적힌 괘홍이란 것은 붉은 비단을 높이 걸어 승전을 축하하는 예식을 말함인데 육군의 권율 도원수의 기사에도 괘홍의 기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전쟁의 승첩은 너무도 기적적이어서 보통 군사상에 있어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양 경리뿐 아니라, 명나라 장수들 전부가 충무공의 전술에 서로 다투어 축하의 선물을 보내왔던 것이다.
 충무공의 친필일기 초본 무술연 책 속에 그들의 이름과 선물의 목록이 자세히 적혀 있거니와 명나라 장수들은 (유격) 계금, (천총) 강인약, (천총) 주수겸, (천총)정문린, (파총)진자수, 육경, 허파종, (유격) 복일승, (유격) 왕원주, (천총) 오유림, (파총) 진국경, 계영천, (기패) 왕명, (파총) 공진, (중군) 왕계여 등 15명이었으며 그들이 보낸 축하 선물의 점수는 모두 70점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현재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는 금대는 (유격) 왕원주에게서 받은 것이요, 화주배 한쌍은 (파총) 진국경에게서 받은 것임을 밝혀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