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매화는 천라의 봄을 알리는 전령이다.

 

그럴 때 마다 많은 학자들은 산천재에 붉게 물든 남명매화도 같이 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생각해 보곤 한다.

 

마치 퇴계와 남명이 일생동안 만난 적 없이 천리를 떨어져 있으면서 정신적 사귐으로 당대의 도학의 봄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흔히 두성현의 차이를 강조한다.

 

분명한 사실로 드러난 출처의 자취를 제외하면 그러한 차이들은 의도적으로 대비된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두 분은 많은 점에서 같았다.

 

경상도 땅에서 남명은 우도인 합천에서 동년 칠월에 탄생하였고 퇴계는 좌도인 안동에서 같은 해 9월에 탄생하였다.

 

오직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을 통해 영남 유학의 종사로 우뚝 섰고 도산서당과 산천재를 세워 자신의 성취를 후진에게 전해 주는 것을 일생의 사명으로 삼았다.

 

매화를 아끼는 마음은 또 어떠했던가.

 

퇴계는 20여 년 간 분매<盆梅>와 벗으로 지내다 매화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남명 역시 산천재에 매화 한 그루를 심어 벗 삼아 살다 450년 간 꽃을 피어오는 남명매를 남겼다.

 

가장 닮은 점은 두 분 모두 개인의 안위와 영달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사회에 대한 꿈을 가지고 어지러운 시대를 맑고 의롭게 이끌어가려는 강렬한 사회 개획 의지를 지녔고 교육을 통해 그러한 뜻을 이어가고자 했던 시대의 선각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상사회를 향한 두 분 선생의 꿈은 오늘의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우리는 반세기 만에 극 빈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단계에 가까이 왔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물질적인 풍요를 이룩하게 되었다.

 

그러나 물질적 성취의 빛은 그 그늘을 함께 남겼다.

 

전통윤리의 가치관은 붕괴되고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의 수립이 요원한 우리의 현실이 그것이다.

 

두 선생이 꿈 꾼 이상사회는 오늘에 비교하면 선진사회의 실현이며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이다.

 

그러한 해결을 위해서는 물질의 풍요에 걸 맞는 정신문화와 가치의 재고가 시급하다.

 

두 선생의 삶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우리 모두가 남보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먼저 하는 공경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 욕망이 흥행하는 사회를 행해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고 퇴계와 남명을 따라 그러한 길을 걸어갔던 숭고한 선비들의 삶과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

 

선비정신의 확신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지속적인 수련의 장을 이루는 일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군자삼락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당상에 부모가 생존해 계실 때 일락이오. 영재를 낳아서 공부를 시키는 것이 두 번째 락이요. 대문 밖에 나섰을 때 하늘을 쳐다보아도 또 세상을 살펴보아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군자삼락에 해당 된다’는 말을 남퇴 남 선생이 제자들에게 교육시킨 중요한 과목이다.

 

옛날 성현을 기리고 받드는 존현<尊賢>의 기능과 함께 선비를 기르는 교육을 통해 선비정신을 배우고 수련하던 곳이 바로 서원이다.

 

도산서원에서는 그러한 옛 서원의 교육기능을 회복해 선비문화를 계승하고 창달할 사회윤리 실천의 주체를 양성해 도덕입국에 기여하고자 2001년 선비문화 수련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퇴계문중에서 기부한 1억원을 재원으로 이듬해부터 수련이 시작되었는데 수련에 소요되는 강연료, 중식비 등 최소한 직접경비를 국고와 지방비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렇기에 초기 수련원의 운영경비와 시설확보는 어려운 과제였다.

 

도산서원에서는 입교식, 일묘례 등 전통체험 행사만 치르고 주된 수련은 소규모의 민박시설에서 운영하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