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중요한 의례가 소위 사례<四禮>라고 하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이다.

 

사례 가운데서도 관례와 혼례는 산 자의 의례이고 상례와 제례는 죽은 자의 의례이다.

 

그렇지만 상례는 산 자에서 바로 죽은 자가 된 경우의 의례이고 제례는 죽은 자의 의례이다.

 

그리고 각종 예서<禮書>를 살펴보면 사례 가운데 특히 상례에 대한 기록이 가장 자세하고도 그 분량이 많으며 제례에 대한 기록이 그 다음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아 상례와 제례에 대한 기록 즉 죽은 자를 예우하는 것에 대한 기록이 가장 많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동양에서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절차에 더 큰 비중을 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례는 엄밀히 말하자면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서양 문명과 문화의 토대가 주류가 바뀐 이 시점에서 보자면 사례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현대인들의 문화 속에서 퇴색되어 가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보았을 때 현대문화는 점점 그 다양성을 상실해 가고 있고 또 아직까지 이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문화의 모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문명과 문화의 토대와 바탕이 바뀐 이 시대에도 여전히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할 사례 가운데 특히 제례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오늘날 변화된 환경에서 그 근본정신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이 시대에 알맞은 형식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 글은 그러한 장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제례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제례는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대상 즉 자연이나 초자연에 대해 인간이 최소한의 성의 표시인 제물을 바쳐서 그것의 권위로 인간의 생존을 보장받거나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를 얻고자 하는 소박한 욕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제례가 시행되어 왔다.

 

그 가운데 특히 수 천년의 전통을 지닌 조상숭배의 정신과 그 정신을 구현하는 방법으로서의 조상제사정신이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우리민족 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정착되어 왔다.

 

이 제사의 전통은 다른 종교보다 특별히 유가적 전통 속에서 생성 발전되어 왔다.

 

현재도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제사가 각 지역에서 거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의 민족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제사의 종류와 제례를 받드는 근본정신제사를 지내는 목적 및 여러 가지 제사 가운데 일반적으로 널리 행해지는 기제사<忌祭祀>를 지내는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해 간단히 살펴봄으로써 제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먼저 제사의 대상과 종류는 다양하지만 제사의 대상으로는 대개 3가지를 주로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바로 천신<天神>과 지지<地祗>와 인귀<人鬼>이다.

 

천신에는 천제와 일월, 선신, 풍우 등 천<天>에 관계되는 모든 신이 이에 포함된다.

 

지지에는 사직, 산천 등 지<地>에 관계되는 모든 신이 여기에 포함되며 인귀는 종묘를 비롯하여 모든 조상신과 영웅호걸의 신 등 사람에 관계되는 모든 신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자와 조상에 대한 제사라고 할 수 있다.

 

천지에 대한 제사는 천자 한 사람만이 올릴 수 있고 서인<庶人>들은 조상의 제사만 올릴 수 있다.

 

옛날에는 계급에 따라 제사를 올릴 수 있는 자격과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

 

예기의 곡례 하편을 보면 천자는 천지와 사방과 산천과 오사를 제사지내며 대부는 오사를 제사지내고 사<士>는 그 선조만 제사 지낸다고 하였다.

 

이처럼 사회 계급에 따라 제사지낼 수 있는 대상과 자격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사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통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종묘와 사직을 비롯하여 각종의 귀신과 자연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

 

특히 조선시대의 경우를 보면 국가에서 주관하는 제사로 대사<大祀>와 중사<中祀> 그리고 소사<小祀>의 3등급이 있었다.

 

대사는 사직과 종묘와 영녕전<永寧殿>의 제사가 이에 속한다.

 

종사에는 풍운뇌우단 악<嶽>, 해<海>, 독<瀆>, 선농<先農>, 문묘<文廟>, 석전<釋奠> 역대왕조에 대한 제사가 포함된다.

또한 고을이나 마을 단위로도 많은 제사를 거행하였는데 이러한 전통은 오늘까지도 전승되어 동제, 산신제, 기우제, 풍어제 등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으며 각종의 고사<告祀>나 고유제<告由祭>가 시행되고 있다.

 

심지어는 건축이나 토목공사를 시작하거나 완공했을 때, 사업이나 행사를 시작할 때, 자동차를 새로 구입한 후 무사고와 행운을 빌 때, 심마니가 삼산을 캐러가기 전에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본격적인 등산에 들어가기 전에 입산제를 올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