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아버지께 특별히 다르게 배운 것이 있으신지”하니 백이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일찍이 아버지께서 뜰에 홀로 서 계시기에 제가 총총히 곁을 지나갔지요. 아버지 말씀하시길 시<詩>는 배웠느냐고 말씀하시기에 아직은...이라고 답했더니 아버지께선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느니라고 하시더이다. 저는 물러나서 시를 배웠지요. 다른 날 또 홀로 서 계시기에 저는 뜰을 총총히 지나갔습니다. 말씀하시길 예<禮>를 배웠느냐 하시기에 아직은...이라고 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방도가 없느니라고 하시더이다. 저는 물러나 예를 배웠습니다. 이 두 가지를 들었지요.”

 

진항이 물러나 흐뭇해하며 말했다.

 

“하나를 물어 셋을 얻었구나. 시를 들었고 예를 들었고 또 군자<君子>는 그 자식을 멀리함을 들었노라.”

 

마지막 구절 군자는 그 자식을 멀리함을 들었노라는 것은 진항이 공자의 공평무사함을 지적하여 찬탄한 발언이다.

자기 자식이라고 하여 사사로이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 자식에게도 공공성을 적용시킨다는 뜻이다.

 

자기자식이라고 하여 특별히 훌륭한 것을 가르치지 않음, 아니 도리어 자식을 남보다 뒷줄에 세우는 싸늘함 이것이 공자가 자식에 대해 견지한 엄격함이다.

 

가족을 사사로이 끼고 돌기는커녕 엄격한 공공적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공자의 가족관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유교에 대한 끈질긴 오해 즉 공적 업무를 사사로운 인간관계로써 망가뜨린다는 이른바 가족중심주의 또는 연고주의를 유교의 탓으로 도리는 주장들은 망발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논어 속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이 대목이 말해 주는 것은 서구에서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는 가정에서 조차 공공성을 관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 가족중심주의라고 이름 붙이 수 있거나 달리 논어의 가족주의란 가족마저도 공적 영역으로 공개하는 것이라는 정 반대 정의가 가능하게 된다.

 

요컨대 유교 가족주의 공공영역의 부패라는 것은 근간의 항등식은 논어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도리어 가족애를 바탕으로 하되 그 사랑을 천하와 만물에 이르기까지 베풀어 나가길 권하는 것이 논어의 정신이다.

다음 대목을 읽어보자.

 

사마우가 형을 읽고 한탄하며 말했다.

 

“다른 이들은 다 형제가 있건만 나만 없다네”

 

공자의 제자 자하가 달래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 죽고 사는 것은 운명, 잘 살고 못사는 것도 하늘에 달렸답니다. 군자가 매사에 조심하여 살수가 없고 사람들과 더불어서 공손하고 또 예를 갖출 줄 안다면 온 세상이 다 형제가 될 것입니다. 군자로써 어찌 형제가 없음을 한탄한단 말입니까.”

 

자하가 조언하는 것은 곧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나 형제간의 우애와 같은 가족 내의 사랑을 넘어서 낯모르는 사람들과의 교유, 나아가 인종 간 차별조차 없는 세계로 뻗어가는 사랑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늘어나고 있는 서남아세아인들과 그들에 대한 차별을 생각하면 논어 속의 이런 사회동포주의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즉 논어 속의 사랑은 편협한 자기 가족 챙기기와 같은 비천한 사랑이 아니라 가족을 통해 배우고 익힌 내리사랑과 치사랑을 문턱 넘어 이웃 간에, 국가 간에 그리고 인종 간에 그 장벽 없이 나누는 것이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논어의 사랑은 문턱을 넘어서 넘쳐흐르는 것이지 결코 문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어디 그 뿐일까.

 

그 사랑은 사람뿐만 아니라 새나 물고기 그리고 마물들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공자가 낚시는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았고 잠자는 새는 쏘아 맞추지 않았다라고 한 것은 그의 사랑이 생물들에까지 미친 사례다.

 

즉 인간도 동물이라 먹어야 살 수 있으니 물고기는 잡아야 하지만 그 물질을 하다보면 양보다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니 낚시로써 필요한 정도만 취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오늘날 환경이 망가지는 이 시점에 공자의 생태계에 대한 사랑도 배울 만한 점이다.

 

이렇게 ‘논어’의 사랑은 결코 가족 내부에 국한되어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일 수 없다.

 

도리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잘 알려진 대학의 구도처럼 가족애를 바탕으로 저 멀리 평화로를 세계의 평천하<平天下>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