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은 능력 있는 신하들을 만난 행운의 군주였는데 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국정을 비교적 원활히 살폈다.

즉위 초에는 을제<乙第>라는 대신에게 국정 전반의 중책을 맡겼고 제부<弟夫>인 용춘에게 자문을 구하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여기에 김춘추나 김유신 등을 등용하여 외교와의 군사상의 문제를 풀어갔다.

대외 군사적인 면에서 수세에 몰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성 왕이 재위했다고 한들 옛 영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는 고구려가 버티는 중에 국력을 꾸준히 길러 성왕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벌려 온 백제의 군사력을 쉽게 막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왕이 여자이기 때문에 군사상 수세에 몰렸다고 볼 수 없다.
 

삼국사기에는 그녀가 관인명민<寬仁明敏>하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너그럽고 인자하고 현명하고 센스 있다는 뜻의 관인명민 이것이야 말로 이 여성의 성품과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너그럽고 인자함은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나 성공한 여성의 리더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성품이기도 하다.

더구나 여성의 모성적 자애로움은 너그럽고 인자함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남성들이 국사를 담당했던 고대 사회에서 뛰어난 남성 신하들에 대한 너그럽고 인자한 여왕의 리더십은 그들에게 좋은 활동의 토양이 되었다.

신라사를 통해 가장 훌륭한 인재들로 꼽을 수 있는 김춘추(602~662), 김유신(595~673) 등이 정치, 군사적 실력자로 입지를 확보해 간 시기가 바로 이 선덕여왕 대였던 것이다.
 

김춘추는 폐위된 진지왕(재위 676~756)의 손자지만 지혜와 화술 그리고 국제 감각까지 갖추어서 당은 물론 일본에게까지도 알려졌다.

그런데 만약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 왕이나 위약한 남성 왕이 왕위에 있었더라면 이 잠재력 왕위 위협자를 그냥 둘 리가 없었을 것이다.

가야계라는 한계를 총 집중하고 있는 김유신의 경우도 배제나 견제를 받아서 어중간한 인물에 머무르거나 아니면 앙앙불락하는 존재가 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애로운 여성 왕은 이들을 가까이 받아들임으로써 문무 양면에서 동아세의 뛰어난 영웅들로 만들어 냈던 것이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흠모하여 상사병이 든 지귀라는 역졸의 마음을 헤아려 영묘사에서 그와 만나주려 한 설화가 전해진다.
 

아울러 김유신이 김춘추와 깊은 관계를 가진 여동생 문희를 불살라 죽이려 하였을 때 김춘추로 하여금 그녀와의 결혼토록 하여 구해 주었다는 이야기에서도 자상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녀의 명민함 곧 지혜와 센스 있음은 삼국유사에 전하는 유명한 선덕왕 지기삼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당에서 보낸 모란꽃 그림을 보고 꽃의 향기가 없을 것을 아는 등 3가지 미리 어떤 일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설화들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녀의 신비한 수준의 지혜와 감수성을 상당수의 당시인들이 말하고 믿고 있었던 정황을 보여준다.

이 탁월한 능력은 신하들과 백성들로 하여금 그녀를 신뢰케 하였다.
 

관인명민의 긍정적 자질을 가진 그녀의 리더십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하여 그녀가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라고 말 할 수만은 없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무리 험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하여 유리하게 이끌어 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일까.

그녀는 지나치리만큼 종교 중심적 행태를 보였다.

자신이 진종이라는 성골 의식을 가짐은 물론 죽어서도 도리천에 태어나겠다는 생각에 여러 절을 짓고 첨성대를 쌓는 등 불교에 심취하였다.

심지어 신하들에게 자신의 죽을 날을 미리 말하며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했다하는데 이런 종교에 몰입한 언행을 할 때 신하들이 당황했던 것은 자명한 일인 것이다.

이런 의식을 가질 때 현실의식이 투철하지 못할 것은 물론이다.

종교적이며 비현실적인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적극적 시책과 비전이 나올 수 없었다.

따라서 국정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외적의 침략에 당황해하며 급급해 하는 양상을 보였다
.

현실 인식의 부족과 비전의 부재는 결국 자신의 측근 위주의 통치 형태를 낳게 되었다.

용춘은 물론 김춘추, 김유신, 알천, 자장 등에게 크게 의존하는 정치 운영상을 보였다.

자신의 등극을 반대하거나 주저하던 많은 귀족들을 적극 포용하지 못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이성이란 점을 꼬투리로 잡히는 한계를 보였던 것이다.

이런 점들은 국제적인 문제들과 더불어 그녀의 치세기간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들이 되었다.

결국 그녀는 남성 우월주의자들인 반대자들을 포용하거나 나아가 압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기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감정 종교적으로 그녀를 숭양하거나 정치적 이익이나 현연적 유대에서 그녀를 추종하는 이들의 지지 속에 와위를 유지하는 한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