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논을 사면 더 축하해 줄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는 이웃이나 사촌이 잘 되면 격려와 칭찬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는 비료가 없었다. 일본에서 설사 비료가 있어 조금 왔더라도 귀했을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배가 아프면 사촌의 논에 거름으로 이용하게끔 집으로 뛰어와야만 했었다. 그 똥을 비료 대용으로 사촌이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너희 민족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한다. 그만큼 질투가 심한 민족이다"고 경멸했다는 설이 있기 때문에 남이 잘되면 배가 아파하는 것일까.
 필자의 경험담을 보자. 고교 졸업 후 일찍이 고향을 떠나왔고 본가조차 없다. 그러기에 '부대낄 일이 없는데도 1970년대 실업계 고교' 출신답지 않게 공부 많이 한 죄(?)로 아무 잘못도 없이 일부 동기나 지인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을 때는 그들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더구나 행동에 있어 제약이 따르며 세인의 지탄을 받지 않으려는 공인으로서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조차 없기에 응대를 않으나 씁쓸할 때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학력파괴주의로 학력을 이력란에 기재하지 않는 필자는 심지어 이번 총선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에서조차 기재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대학을 나왔느냐?"등은 망국병에 가깝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묻지 않는 편이나 지인들은 "말 되겠다(잘 하겠다). 글 되겠다(잘 쓰겠다)"는 대체적인 평이지만, 그런지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는 저널리스트이자 더구나 NGO와 정당에서 문언(文言)이 갖추어져야 수행할 수 있는 대변인직을 몇 차례 지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게 소인배들에게는 시비거리가 될 때가 있다. 그러나 남 앞에 나서는 것보다 경청에 치중하는 편인데도 말이다.
 홍곡이 하는 일을 연작이 어찌 알라만은,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자 유독 배가 아파하는 동창이 많음을 보고는 놀랄 정도였다. 하나의 먹잇감을 찾은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었지만 검증까지 받은 당당한 삶이었기에 대꾸할 가치가 없었다.
 더구나 어떠한 도움은커녕 부탁조차 한 적도 없다. 성격상으로도 허락되지 않는 면이다. 이번 총선에 나선 지인들도 특히 고교동창에게 이런 경우를 많이 겪었다는 전언이다. 소인배들의 착란증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거나 싸움꾼으로 맞상대 할 수 도 없어 총선이 끝날 무렵에야 주모자 격인 한 친구에게만은 직격탄을 날렸다. “내가 깨져 두문불출하고 있으니까 그동안 아프던 배가 다들 치유되었겠군.”이란 조롱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말마를 던졌음에도 메뚜기도 낯짝이 있기에 은근히 바랐던 반격이 없었다.
 언젠가 동창 몇을 만난 적이 있다.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졸업 후 거의가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함께 부대낀 적도 없는 이들이 평소 성격대로 멍석을 깔아주지 않으면 입도 벙긋하지 않은 필자에게 괜한 시비를 걸었다.

 맞대응 못하는 게 공인으로서의 한계이기도 하다. 마침 집안동생을 대동했다. 서울 생활에서 가끔 동행하기에 성격과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잘 안다. "참, 우리 형님 서울에서 저런 일이 벌어졌다면 저들은 반죽음이었을 것이다."고 했을 정도이다. 필자만의 단련된 무기(?)도 있기에 알게 모르게 가끔 웬만한 조폭까지도 제압하는 것을 보아 왔던 터이다.
 특이한 경험칙에서 권력자나 세칭 졸부들의 아킬레스건은 물론 조폭들의 가려운 곳도 잘 아는 편이다. 그러나 어릴 적 순둥이 행태를 벗어나지 않으려기에 씁쓸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에 20분 1정도인 3년 밖에 부대끼지 않았고, 35년이란 세월이 흘렀기에 개개인의 성향을 알 수도 없다. 사회생활에 혼자 힘으로 당당하게 부대낀 그 노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협력하는 자세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러면 그들의 삶도 행복할 것인데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는 경우는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고교만 졸업하고 시골에 살면서 말단공무원에 봉직하거나 대외적으로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면 그들은 배가 아프지 않을 것이나, 각자의 인생 행로와 그릇이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의 직에 있는 수장과 버금가는 동창이나 친구가 있으면 그를 중심으로 격려하고 단합하여 맞짱을 뜨게 하지 못하는 소인배의 형국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시기와 질투는 스트레스로 큰 병에 걸릴 확률이 다분하기에 재물과 권력을 그대로 두고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결국에는 질투를 보냈던 이에게 용서도 받지 못하고 이 세상의 빠른 하직은 아름답지 못한 추한 삶이다. 가장 못난 사람이 하늘이 내려준 자기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질투의 화신들’일 뿐이다.
끝없는 도전에 이 세상의 부정의에 항거하며 민초들과 함께하는 삶에 더구나 부정의가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공인으로 산다는 게 살얼음판을 걷듯이 쉬운 게 아니다. 더 나아가 공직선거 등에 임함에 필자처럼 고위공직자 이상의 불필요한 삶의 궤적까지 철저한 검증을 받은 이에게까지 가하는 정신적 테러는 자신들의 영혼만을 다치게 하는 소인배적 작태일 뿐이다.
 반면에 철저한 검증을 받고 공인으로서 덕목을 가진 삶은 누구에게나 당당한 편이다. 오히려 각고의 노력을 한 그러한 친구를 중심으로 힘을 합치면 각자의 삶이 행복하고 함께 영광을 안는다는 심리가 좋기에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하는 삶은 아름답지 않겠는가. 질투에 찬 나머지 괜한 흠집을 내려거나 폄훼하려는 짓은 자신의 영혼만 말살시키는 죄악이기에 거두는 게 자신의 삶에도 발전이 있는 것이다. 또한 사촌이 논을 사면 쌀 한 되박이라도 얻을 수 있는 게 가까운 이가 아닐까. 사랑하라. 사랑하라. 또 사랑하라. 우리들의 삶이 끝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