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행복하기를 바라며 삶을 살아간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빠른 답을 찾기 위해 선현<先賢>들의 가르침을 살펴도 보고 동서양의 사상가들을 비롯하여 각종의 종교에 의해 제창된 행복의 철학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행복한 삶에 대한 나름의 방안들을 생각해 본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에 대한 대답은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명예나 경제적 부유라거나 사랑이라거나 건강이라거나 이상의 실현 등등 저마다 각자의 처지에서 행복한 경험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행복은 개개인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처럼 생각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라고 한다.

덴마크는 평균 수명도 길고 복지정책도 잘 되어있고 문맹률도 낮으면 국민 총 소득도 높은 나라이다.

하지만 경제지표도 형편없이 낮고 삶의 환경적 조건도 열악한 부탄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감이 경제적인 측면이 중시된 가시적인 행복이라 한다면 부탄은 정신적, 심리적인 측면이 중시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부유할수록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의 행복은 외적인 어떤 조건에 있기보다 지극히 주관적인 것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행복이란 말은 듣기가 매우 어렵다.

나는 행하다거나, 아 행복하다 등은 문학 작품에서나 나오는 희귀한 표현에 속한다.

서양인들은 행복하다는 말을 잘 쓰는데 비해서 그렇다.

가족공동체의 삶을 중시한 전통사회에서의 행복은 가족 안에서 각자의 본분을 지키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는 나의 행복이라고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가족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

이것이 우리 전통사회에서의 행복이었다.

그렇기에 옛 수양이나 처세에 관한 가르침 속에는 분<分>이란 개념을 매우 중요시 했고 그 분을 기준으로 넘침과 부족함을 두고 인격을 가늠하기도 했다.
 

‘분’이란 각자에게 주어진 사람의 됨됨이었고 운명이었고 지켜야 할 도리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한국 사람들에게는 소위 행복위험론이 있다.

자기의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거나 맡게 되면 그것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단초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다행으로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쓴다.

우리는 입으로 행복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베개 모의 떡 쌀 판에 또는 한복 돈 전이나 옷 무늬에 행복을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행복은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행<多幸>이란 말은 행복이 많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조금의 행복을 이렇게 많다는 표현하는 한국이 의식 속에 이처럼 행복위험론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한말의 언론인 지사로 활약했던 장지연<張志淵>(1864~1920)이 엮은 열전<列傳>인 일사유사<逸士遺事>에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한다.
 

영의정 김육의 아들이며 효종, 현종조 명상 자리에 앉았던 김좌명<金左明>(1616~1671)의 집에서 심부름 하는 최술<催戌>이라는 미천한 아이가 있었는데 과분인 어미가 잘 가르치고 사람다운 행세를 하도록 글도 익히고 하여 김좌명이 호조 판서로 있을 때 최술을 서리<書吏>에 임명하여 요긴한 직책을 맡게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최술의 어미는 바로 상전에 찾아가 자식에게 그런 직책을 맡길 수 없으니 퇴직시켜 줄 것은 간청하였다 한다.

이유인즉 “제가 과부로 혼자되고 나서 술이만 믿고 살았는데 처지가 어렵다보니 보리밥으로도 끼니를 잇지 못하였는데 지금 다행히 부족하나마 대감 덕으로 학식을 배워 대감 문하에서 월료<月料>를 받고 모자가 밥을 먹고 지내고 있습니다. 더구나 어느 부자가 대감 밑에서 일보는 것을 사위를 삼았는데 그의 처와 같이 살면서 뱅어국으로 좌반<佐飯>하면서도 맛이 없어 못먹겠다고 투정을 하였다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에 사치한 마음이 이 같은데 재물을 맡는 서리에 있으면 그 마음이 날로 더해져서 마침내 죄를 범하고야 말 것이니 외동자식이 형벌 받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대감께서 만약 술이를 글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시어 버리지 않으시겠다면 다만 몇 말의 쌀을 주어 굶어죽지 않는 데 이르게만 하여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세상에 굶어죽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극소수의 행복론을 우리는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은 우리의 의식에는 첫 째 유가나 세상의 행복론이 지식사회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서민 대중에게까지 저변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노장<老莊>의 소욕지족의식<少欲知足意識>이 그것이다.

조선 초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1435~1493)의 외롭지 않은 부귀는 뜬 구름과 같다를 보면 조선 선비의 행복론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