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한학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8일 구만면 효락리에 소재한 이회서당에서 이회서당 설립자이며 해방 이후 영남 유학의 대학자이신 신암 허격(許格)선생을 추모하는 석채례가 열렸다.
 이날 집례에는 제명수씨가, 직일에 정창석씨가, 헌자에 허찬씨가, 독축에는 김문수씨가, 찬인에는 조경증씨가, 찬창에는 최석림 씨가, 장의는 심상정·김병진·허엽·허관욱씨가, 집사는 허현·허성락씨가, 사준은 허경무씨로 각각 맡아 진행 됐다.
 이날 행사에는 하학열 도의원, 정호용 군의원, 인근의 한학자 및 유림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신암 허격 선생은 학문의 요체가 일신(日新)에 있음을 평소 주창해 마을 어귀에 일신대를 세워 선생의 삶의 지표가 되는 좌우명을 새겨놓고 항상 자신의 일상을 점검하고 학문을 닦으면서 제자들을 가르쳐 오신 분이다. 이런 연유로 마을의 정신적 지주와 생활의 수범 상으로 높이 평가돼오고 계셨던 분이다.
 이날 행사에 이어 조선중기 유명한 한학자인 문정공 미수 선생의 일생과 그 업적 이라는 주제로 허찬 선생을 초청하여 특강을 가지기도 했다. 강의 내용은 미수 선생의 업적에 따른 예론 저서와 연보가 일화 형식으로 소개됐다.
 이회서당은 설립자 신암 선생의 장자인 허창무 박사가 선친의 유산을 사유화하지 않고 사단법인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헌납해 2010년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허 박사는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 교수로 퇴직한 한학자이며 이회서당은 단순히 유학이나 한학을 계승하는 교육의 장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기와 선현의 숭앙 덕화의 순치에 있다는 선친의 유지에 따른 실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회서당은 매월 2회 한학의 장을 열고 있다.

 고성에 거주하는 한학자나 유생이 대부분이지만 멀리 서울과 부산 마산 등지에서도 한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대거 모이고 있다. 이회서당에는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 고성향교 전교 제명수씨를 비롯해 마산향교 총무 조경증씨, 이재오 전고성군의장, 김문수 전도의원, 허창무 전정신문화 연구원 교수, 정창석 시인, 김무 시조창 전수자, 교사출신인 이옥진·이인성·심상정씨 등을 비롯해 유학자 최석림· 허보 최일주 최용순·이갑대·허종·허성무씨 등이 모여 한학에 열중하고 있다.
 글을 읽는 방식은 옛날 서당에서 훈장에게 배우는 방식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좌장座長인 제명수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2시간 연강 도중 한 번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집중을 놓치는 일이 없으며 일제시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전통문화의 뿌리를 자세히 증언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회서당의 운영은 정창석 선생님을 강주로 모시고 대학을 공부하고 현재 맹자 3권에 돌입하고 있다.
 하루에 한 장씩 강주가 해설하고 나면 강주를 따라 재독하고 각자 한 번씩 읽으면서 그 뜻을 되새긴다.
 이때 신암 선생의 자제인 허창무나 제자인 이재오의 재독 차례가 되면 구성지고 유려한 옛날 서당의 글 읽는 모습이 재현되고 모두 박수로써 화답한다. 이렇게 2년 여 계속되는 동안 공부하는 대부분 회원들의 재독 실력이 급격히 향상되었다.
 이회서당 특별 행사로는 시조창 전수자인 김무 선생의 시조창 강학과 더불어 불교미술에 조예가 깊은 이옥진 선생의 문화재 소개와  허창무 박사의 중국어 회화 지도 및 한시의 대가인 정창석 선생의 한시 짓는 법 등의 강연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이회성당 관계자들은 “현재 운영되는 이회서당 회원들의 연령층이 60대에서 9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는 한데 앞으로의 문제다.” 며“다음 세대를 이어갈 후배들이 없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젊은 세대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조금 서툴고 모자라도 좋으니 젊은이들도 많이 참석해 한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뿌리가 선비 문화라고 한다면 고전을 읽고 선현들의 가르침을 새기고 실천하는 일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의무이다”고 덧붙였다. 오늘도 한학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참여해 예로부터 내려오는 충절과 예절의 고장임을 다시 한 번 알려 주길 학수고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