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라이(조선) 병사들은 훌륭한 무사들로서 왕에 대한 충절이 넘쳐흘러 최후의 한사람까지 용감히 싸웠다. 수비대장이 앞장서서 처음으로 전사하였으며 아무도 살아남은 자가 없었다. 가문 있는 꼬라이 여인들은 정결하고 수절하는 것으로 명성이 나 있었다. 한편 양반집 남녀 자제들은 용모가 반듯하여 교육도 받은 자들인데, 다리를 저는 병신이나 입을 꼬아 비틀어지도록 위장을 하였다. 그러나, 일본군들은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들을 포로로도 살려 두려하지 않았다.
 꼬라이인들은 결코 신하로서 굴복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힘으로만은 절대 꼬라이인들을 억누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그들 자신을 지키는데 무척 애를 썼다. 그들이 꼬라이의 여러 지역에 나뉘어 주둔하고 있었는데, 어떤 지역은 바다에서 매우 멀었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오는 식량을 얻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을 보내야만 했다. 왜냐하면 도중에서 꼬라이인들이 그들을 습격하거나 살해하며, 그들이 운반하는 것을 빼앗기 때문이다. 또한 왕복거리가 무척 길기 때문에 내륙에 있는 일본인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일본으로부터 가져오는 상당량의 식량이 없어졌다.
 두 번째는 절망에 빠진 꼬라이인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강력하고 거대한 배를 타고 바다를 떠다니며 일본으로부터 오는 모든 배들을 섬멸하였다. 꼬라이인들은 바다에 관한 한 일본인보다 더 훌륭한 장비와 재능을 가졌다. 그래서 일본인에게 많은 손해를 입혔고, 이러한 일이 며칠동안 계속 일어났다.
 꼬라이 정복사업은 나날이 약화되어 갔으며 일본인의 피해는 극심하였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질병과 허탈속에 죽어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도중에 꼬라이인들의 습격을 당하였고 기아로 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리하여 매일 같이 꼬라이로부터 오는 소식들은 일본인의 눈물과 불운의 이야기로 가득 찼으며, 이는 정복을 시행하는 방법과 행정이 잘못 시달되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꼬라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따르면 일본군은 중국의 입성을 시도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지쳐 있었으므로 쟁취했던 것을 다시 잃어버리게 될까 그것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하였기 때문이다. 꼬라이 땅에 머물고 있던 일본인들은 그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면 일본으로 당장이라도 돌아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요토미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나 그에 대한 복종심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였다.
 어느 날 한 장수가 아주 급한 어조로 사정하는 편지를 보내면 마지못해 식량을 보냈는데 그 양이 필요한 것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도 일본군의 수중에 닿기 전에 꼬라이인들에 의해 빼앗기기가 다반사였다. 왜냐하면 꼬라이인들은 지형에 밝은데다가 염탐꾼들을 사방에 거미줄처럼 풀어 놓았기 때문에 식량을 싣고 가는 낌새만 보이면 많은 수의 꼬라이인들이 나타나서 빼앗아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도처에는 병들어 죽어가는 일본인들이 수없이 많았다. 어떤 자들은 너무 절망한 나머지 일본땅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리는 자들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패잔병들처럼 대오도 짓지 않고 무질서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도중에서 매복해 있던 꼬라이 군대를 만나 살해당하곤 했다. 그러므로 꼬라이에 상륙한 일본군의 병력중에서 이미 5만명 이상이 소모되어 있었다.

○ 문화적 변화
ｏ 조선 도자기문화의 일본 전파
 임진왜란때 일본군은 계획적으로 조선의 사기장을 포로로 잡아간 결과 일본의 도자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떨쳤다.
 일본의 다이묘들은 각기 조선의 사기장을 포로로 잡아가 자기영내에서 도자기를 굽게 하였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큐슈의 아리타라는 곳이다. 이곳은 최초로 이삼평을 비롯한 조선인 사기장에 의해 백자가 생산된 곳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권력층이 조선의 사기장들을 우대한 이유는 그들의 기술과 상품성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사회는 다도가 유행이었다. 다도가 일반사회에 보급될수록 고급도자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일본인 사기장들은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아리타에서 생산된 도자기는 1651년부터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를 통하여 유럽으로 수출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일본사회에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이었고 그러한 도자기의 생산은 바로 전쟁포로로 끌고 간 조선 사기장들의 덕택이었다.

ｏ 회화문화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는 전쟁으로 사회가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문화적으로는 선조의 진흥정책에 힘입어 다양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회화에서는 김지(1524-1593), 문장으로는 최립, 글씨에서는 한호가 한 시기를 대표하였다.
 이 시기의 회화에 나타난 특징은 거친 붓놀림의 이른바 절파 화풍이 널리 유행하였다. 김지, 이경윤, 김명국 등이 이러한 화풍을 따랐다. 또, 권위적이며 웅장한 느낌을 주는 조선 초기의 안견 화풍도 이정근, 이흥효, 이징 등이 맥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새나 꽃 그림이 발전하여 이암, 김식, 조속 등이 일가를 이루었다.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대나무, 매화, 포도 그림에 이정, 어몽룡, 황집중이 각기 이름을 날렸다.

ｏ 준하판 활자
 임진왜란을 통하여 일본은 조선의 서적과 활자를 약탈하여 갔다. 서적의 반출은 도요토미의 치미한 계획 아래 진행되었으며, 당시의 최고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승려들로 하여금 약탈한 서적을 평가하게 하는 동시에 에케이라는 승려를 조선에 파견하여 서적의 반출을 지도하게 하였다.
 도요토미의 뒤를 이은 도쿠가와는 임진왜란을 통하여 약탈해간 조선 서적을 중심으로 후지미테이문고 와스루 가문고를 설치하였다. 그 소장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63부, 1493부의 책이 조선의 전적이며, 그 밖에도 손 케이카크 문고, 모리 문고 등에 조선본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일본군은 당시 남산에 있던 활자고를 습격하여 활자를 대량으로 반출하였다. 임진왜란 총사령관격이던 우키다가 20만자의 조선 동활자를 도요토미에게 바쳤다고 전하며, 지금도 일본의 출판사에 그 활자가 일부 남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는 최초의 활판 인쇄물인 고문효경을 간행하였다.

ｏ 동의보감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질병이 유행함에 따라 의약학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초기 세종때에 <향약 집성방> 85권을 편찬하였으며, 종래 조선에 전해온 한의방서들을 분류, 정리하여 <의방유치> 286권의 대저술을 간행하였다. 그 후 명나라로부터 새로 의약서들을 수입하면서 전문분과의 경험방서들을 보게 되었다.
 임진왜란 직후에는 허준이 <동의보감>을 왕명으로 편찬하여 조선 최고의 의약서가 되었다. 원래 동의보감은 임진왜란 중인 선조29년(1596)에 허준이 왕명으로 정작, 양예수 등과 함께 편찬해 오다가 정유재란으로 중단되었다. 그 후 선조가 다시 허준에게 명하여 단독으로 그 일을 계속하게 하였는데 전후 10여년에 걸쳐 광해군 2년(1610년)에 완성하였다.
 모두 25권으로 만들어진 동의보감은 내과학인 내경편 4권, 외과학인 외경편 4권, 유행병, 곽난, 부인병, 소아병 관계의 잡편 11편, 약방 관계의 탕액편 3편, 침구편 1편 이외에 목록 2편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각 병마다 처방을 풀이한 체제로 이루어져 있다. 동의보감은 한의약방의 정수를 채집한 한의방의 백과전서로서, 우리 의인들에 의해 편찬된 유일한 의약교과서이며 중국, 일본에서도 우리 의약 수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분 없이 조선을 침략하여 7년간 대전란을 일으켜 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무수한 문화유산이 파괴되는 등 조선의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대사건을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배워야할 것인가를 심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에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전쟁속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고통을 받고 또 고난을 극복해 갔는가 하는 대응방식들을 통해 평화에 대한 비전이 진정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임진왜란 유물전시관이 우리 고성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개장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 명나라 군사는 얼레빗이요, 왜적은 참빗이요
 충무공이 한산도에 진을 치고 있던 계사, 갑오년 동안 흉년으로 말미암은 백성들의 굶주림은 극도에 달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으로서는 하지 못할 온갖 죄악까지도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남원의 예만 보더라도 김희니 이복이니 강대수니 하는 도둑들이 전라 우도의 도둑 고파 등과 서로 호응해서 백 수십명이 밤낮으로 출몰하여 온갖 악행을 다한 것이 조경남의 난중잡록 3권에 자세히 적혀 있다. 그런데다 명나라 군대의 폐해마저 겹쳐서 형용할 길이 없었는데 명나라 군사들은 남원성에서만도 하루에 소를 100여 마리나 잡아먹었기 때문에 소와 말과 개와 닭이 씨가 없어질 정도였다.
 그래서 뒤에 명나라 장수 척금이 와서 서애에게 “명나라 군사는 얼레빗 질을 하고 왜적은 참빗질을 한다는 것이 사실이요” 하고 물은 일까지 있다. 말하자면 명나라 군사들의 노략질은 얼레빗질이고 왜적의 분탕과 강탈을 참빗질에 비긴 것이다.
 충무공도 명나라 군사들의 노략질에 대해서 이렇게 장계를 올린 것이 있다. ‘요사이 명나라 군대가 남쪽으로 내려와 마을 안을 드나들면서 우리 백성들의 재물을 노략질하고 들판의 곡식마저 상치므로, 그들이 지나가는 곳은 어디나 바닥이 나버립니다. 그래서, 무지한 백성들은 모두 달아나 다른 곳으로 옮겨갑니다. 더욱이 명나라 군사들은 번들번들 놀면서 날을 보내며 아직껏 적을 토벌했다는 소식이 없는 대신 왜적의 기세는 전보다 곱절이나 왕성하고 게다가 우리 군사들은 굶주리고 있어 울분하고 답답함을 참을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분통한 일은 적에게 붙는 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초유사 김성일의 장계를 보면 ‘근래에 와서 관청에서 부역시키는 일이 번중하고, 또 살기가 어려워 백성들은 원망이 뱃속에 가득 찼던 차에 전쟁이 터져 왜적들이 달콤한 말로 꾀는 통에 모두들 그 말을 믿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싸우면 죽고 항복하면 살기 때문에 연해안 백성들은 모두 머리를 깎고, 옷을 바꿔 입고 왜적을 따라 다닙니다.’ 라고 한 기사가 있다.
 조경남의 난중잡록에도 같은 기사가 실려 있다. 다만 거기에는 끝에 붙어 있는 기사가 참고할 만한 자료다. ‘임진란이 일어나자, 대중들이 지껄이는 말들은 차마 듣지 못할 이야기까지 있었다. 그랬다가 막상 왜적의 흉측한 노략질에 재산과 처자식을 빼앗기고 나서야 제 나라 생각을 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기사만이 아니라 이수광도 그의 지봉유설에 이 같은 소식을 적어 둔 것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