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각축장이었던 1975년 4월30일. 북베트남의 탱크가 대통령궁으로 들이닥치자 미국은 빠져나가기에 급급했었다. 자유월남이 패망하던 날로, 북부 베트콩이 남북을 통일한 것이다. 당시 세계는 인도차이나 지역에 공산화의 도미노현상이 올 것이라 했었다. 같은 자유주의 국가로써 사이공이 함락되지 않기를 기대했기에 월맹군이 자꾸만 사이공을 함락해오는 지점을 국내 TV는 도표로 그려주던 시절이었다. 당시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군사훈련을 받던 시대로 고교생이었던 필자에게도 교복과 교련복 그리고 체육복이 항상 함께 했었다. 목총으로 군사훈련을 받던 시절에 자유월남의 패망은 우리에게도 애석함 그 자체였다. 호치민이 미국과는 적이었지만, 항일운동 때는 미국의 지원도 받기도 했다. 그들의 수도 사이공은 전략가이면서 사회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였던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의 이름으로 개칭한 것이다.
 당시 우리는 호치민과 적으로 싸워 약 5천여 명이란 젊은이를 잃어야만 했다. 미국은 우리보다 약  10배의 젊은이가, 베트남은 약 100만 명의 희생 하에 그 전쟁은 끝났다. 자유민주주의 사수라는 미명하에 싸운 그들은 지금 60대로 고엽제 후유증으로 앓고 있으나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인적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국의 이익 앞에 이제는 적이 아닌 상태에서 서로가 총부리를 겨누었던 이들의 아들과 딸들이 혼인하여 부부를 맺고 있는 실정이다.

 1960~70년대 초까지는 어린이들도 학교에서‘삼천만의 자랑이 대한 해병대, 맹호부대들아,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등의 군가를 즐겨 부르면서 월남에서 돌아온 형들의 선물에 침을 흘리고는 했다. 이들의 희생으로 자주국방과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1980년대까지는 남미의 혁명가 체게바라나 호치민을 숭배한다는 것은 용기있는 결단이 없이는 입 밖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항상 허름한 복장에 국민들과 함께 하였기에 우상이었다. 세계 최강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베트남의 영웅이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여행길에 그 국민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면 몰매까지 맞는지도 모른다. 베트남인들의 자존심은 대단하다.
 당시에 여자 베트콩이 많다고 했었다. 국가의 지도자가 부를 축적하지 않고, 국민과 평등한 삶을 살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항전하는데 여자라고 어찌 그의 따름을 주저했으랴. 호치민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으면서 동고동락했고 자신을 영웅시하지도 않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유교적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주방보조로 가서는 공산당에 가입해 사회주의자로 걸었었다. 그러한 그가 조국에 돌아와 1954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자 자유진영은 공산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이 개입한다. 팍스아메리카나 미국도 자유우방들의 참전까지 독려하면서 전쟁을 벌였으나 끝내 굴복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호치민은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1969년에 숨을 거둔다. 죽음에 직면해서도 자신의 동상을 못 세우게 함은 물론 장례조차도 간소하게 치르도록 유언을 했으나, 그의 시신만은 안치하게 되었다. 국민들은 그를 무척이나 존경하면서도 그를 평등의 기준(?)에서‘아저씨'라 부른다. 필자도 '아저씨'란 호칭에 거부반응은 없다. 그러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대한민국 일부 잘난 족속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는 전직 호칭에 민감하고, 남편이 힘이 있으면 아내까지 목에 깁스를 하니 스카프가 벗겨지는 꼴불견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호 아저씨'라 부르는데 국민들은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사생활이 깨끗하고 부패하지 않았던 삶. 그에다 소박하고 높은 도덕성에 늘 국민과 함께였던 삶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부패지수 높기로 이름난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에 부러움을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위정자나 공무원들은 호치민의 철학을 한번쯤 되새겼으면 한다. 그리고 어깨에 힘주는 관료나 고위공직자 등의 신분을 떠나, 동시대에 살다가 예외 없이 이 세상을 함께 떠날 동인간으로서‘아주머니, 아저씨'로 호칭되는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답다.‘각하니, 대통령님이니, 장관님'이 아닌 또는‘대통령 아저씨, 아주머니'로 부를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바오다이 왕조를 물리치고 권자에 앉아 베트남 국민과 애환을 같이했던 그의 철학에 존경을 더할 수밖에 없는 게 필자만의 사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