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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지혜
2021년 06월 11일 (금) 11:12:21 강홍우 고성문협 자문위원 gofnews@naver.com

   
▲ 강홍우 고성문협 자문위원
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는 단골 프로그램이다.
요즘에는 학생 수가 적고 탈락하는 학생을 배려하는 뜻에서 모든 학생에게 상품을 준다.
전에는 1.2.3등 외는 탈락이다.
따라서 우리는 은연중에 달리기 경주처럼 가야 했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토끼는 매우 빠르고 거북이는 느리다.
내용은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화가 나서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한다.
어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하며 중간에서 낮잠을 잔다.
그런데 거북이는 낮잠 자는 토까의 옆을 지나친다.
잠에서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앞섰다는 사실을 깨닫고 빨리 뛰어가 보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이 우화의 교훈은 ‘천천히 노력하는 자가 성공한다’라는 이야기다.
토끼는 똑똑하나 게으른 사람, 거북이는 똑똑하지 못하나 성실한 사람을 상징한다.
머리가 뛰어나 불법을 저질러도 앞서가기만을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을 되돌아볼 일이다.
일을 서두르다 보면 심장의 박동수가 높아지고,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
그렇다고 느려빠져서야 쓰겠는가마는 될 수 있으면 여유를 가지고 완벽한 게 낫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여유롭게 살자.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각 나라의 국민성을 말할 때 예술적, 상업적, 사교적, 대륙적 기질, 축소 지향적 등이라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빨리빨리’로 통한다.
예전에는 물건을 만들 때도 튼튼하고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어떻든 빨리 만들어 많이 파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올바른 제품을 만들기보다 대량생산이 목표였다.
그러다가 불량품이 많이 나와 우리나라 제품은 싸구려 불량품으로 국제적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제는 정부 규격품이니 정품이니 해서 많은 개선이 되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그 흐름은 지금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천천히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할 때 공정을 지켜 차근차근하는 것이 올바르다.
우리는 서두르다가 많은 실패를 거듭했으며, 다리나 건물 등 여러 건축물의 붕괴를 겪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면 날림 공사를 피할 수 없다.
그 피해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다시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치 경제도 마찬가지다.

정권을 잡았을 때 해치우려고 서두르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요즘도 그런가는 모르지만, 옛말에는 ‘초등학교 우등생이 사회 열등생’이라는 말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가정의 환경과 선수학습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우등생이 되었지만, 성장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 사회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체로 암기식 위주의 평가를 한데서 감성의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타난 결과였다.

지식의 내용을 달달 외우기 즉 암기력이 좋아 책의 내용을 잘 외우는 것이 최고였다.
지금은 자기 특기를 살려 꾸준히 노력하는 여러 줄로 세우는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조급하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인생을 살아가는 속도가 그렇다.
커피 마시는 속도, 밥 먹는 속도, 인터넷 속도, 무언가를 만들 때의 속도 등에서 느린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정말 왜 이토록 빨라야만 하는가?
나는 어릴 때 할아버지 옆에서 밥을 먹었다.
할아버지는 밥상머리 교육이 심했다.
당시만 해도 반찬이 맘에 들지 않고 입맛이 없어 밥 톨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러면 할아버지의 호통이 떨어졌다.
밥을 빨리빨리 먹지 않고 ‘깨죽깨죽’ 먹고 있다며,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숟가락을 빼앗아 버렸다.

우리나라 국민은 일할 때나 밥을 먹을 때에도 ‘빨리빨리’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침략을 자주 당하다 보니 조급해지지 않았는가 싶다.
지금은 개선이 되었겠지만, 군대에 가면 식사 시간을 한정했다.
특히 훈련 때는 더욱 그랬다.
식판을 반 정도 비우기도 전에 ‘식사 끝!’ 구령이 떨어져 식판을 들고 씻으러 가면서 음식을 떠먹은 적이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오랜 시간 식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처럼 음식이 몸을 위한 한 방편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식사 시간에도 서로 교제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식사를 빨리 끝내고 일을 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로 오명을 쓰고 있다.
일반 도로에는 규정 속도가 시속 70Km이고 고속도로라야 100Km지만 서둘러 내달리고 있다.
학교 앞에서는 시속 30Km이지만 무엇이 급한지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잦다. 
우리나라에는 식당을 비롯해 손님을 맞는 곳에는 손님맞이 인사말로 ‘어서 오십시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반가워서 어서 오라는 뜻이지만, 이 말 또한 어감이 이상하다. ‘어서’라는 말을 바꾸어 말하면 ‘빨리’의 의미가 포함되었음을 느낀다면 나만의 느낌일까?

그저 인사말이라고 여기면 별것 아니겠지만, 우리는 뿌리부터 ‘빨리’가 들어있다.
천천히 가면 어쩔 것인가?
이 말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뭘 도와 드릴까요?’ 등으로 바꾸면 어떨까?
환자가 아닌 이상 언제나 느리게 살 수는 없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완급을 기할 수는 있으나, 마음만은 느긋하게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일생은 참으로 길다.

경주가 아닌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다.
행동은 빠르게 할지라도 마음은 여유로운 생활로, 건강한 삶을 살아 보자.
세상살이가 편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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