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한 구절>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불공평한 인생에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언제나 다시 인간들이다. (182쪽)

 

우리의 눈길 한 번, 마음 한 번이 누군가의 삶에 구원이 될 수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신뢰해야 할 대상으로부터 발생하는 가정폭력은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주변 사람 중 누군가가 학대나 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빠로부터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당해 온 은재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로 화자가 조금 특별하다. 책 속 인물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행운이라는 초월적 존재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형수와 우영이는 ‘다크 나이트’라 불리는 은재가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을 알고 주위를 맴돌며 도우려 한다. 하지만 은재는 검은 카디건 속에 시퍼런 피멍을 감추며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우연인 듯 운명처럼 굴러온 축구공 하나는 은재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하고, 오랫동안 혼자였던 은재에게도 친구들을 만들어 준다. 조별 과제를 함께 해주는 형수, 우영, 지유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을 반겨주는 축구부 아이들까지.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힘겹게 버텨 온 은재 곁에 친구들이 행운으로 다가오고, 은재는 마침내 검은 카디건을 벗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이야기 속에는 폭력 앞에 서둘러 창문을 닫는 이웃, 알면서도 모른 척 해왔던 담임 선생님들,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도 번번이 돌아서는 경찰들처럼 현실에도 존재할 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생에 타이밍이 되고, 운이 되고, 행운의 여신이 되어 준 은재의 친구들은 어른들에게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위험에 처한 은재를 도우려 손 내미는 친구들과 그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은재는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수많은 은재와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지금 행운이 다가오는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다독인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은재와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