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일 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20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들의 평균 독서량은 7.8권이었으며, 성인 45%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지 않은 이유로는 일 때문에 바빠서, 독서 습관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생업에 바쁜 일반인들이 짬을 내어 교양을 목적으로 독서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활동을 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의 이웃 일본은 어떨까.

일본인들의 독서량은 우리보다 10배 이상 높은 일 년 평균 90권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보다 여유가 있어서 독서량이 많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보다 독서량이 월등히 많은 것은 생리적으로 타고난 기질이 있고 초등학교부터 독서의 중요성을 세상에 폭 넓게 인식시키고 독서를 습관화 하도록 교육시킨 결과라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매주 읽어야 할 책을 정하여 독서가 생활화되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지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옛날에는 어떠했을까.

임진왜란 전에는 해도 일본에는 학자라고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고 독서보다는 칼 다루는 기술을 중시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학자로서 최치원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배출하여 학문을 연마하고 인격을 수양했던 것이다.

그것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선비로 일컬어지는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남명<南冥> 조식<曺植>, 퇴계<退溪> 이황<李滉>, 율곡<栗谷> 이이<李珥> 등의 문집에서 독서의 중요성이나 방법에 대한 언급이 많다.

남명은 제자인 김우옹에게 ‘근사록’을 읽고 탐구해 보라고 하였으며 성리대전을 탐구해 보라고 했다.

연암 박지원은 선비 한 사람이 글을 읽으면 그 혜택이 천하에 미치고 그 공은 만세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서 연암은 독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자가 종신토록 하루라도 폐해서는 안 되는 것은 오직 독서일 것이다. 그러므로 선비가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아니하면 입에 가시가 도치고 얼굴이 단아하지 못하고 말씨가 어지러워 갈팡질팡 몸을 가누지 못하고 두려워하면서도 마음을 안정하지 못하게 된다. 장기 두고 바둑 두고 술 마시고 하는 것이 당초에 어찌 즐거워서 했겠는가”

이처럼 독서는 선비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독서를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여 사물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르고 인격수양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를 생활화 했던 조선시대의 지식인인 선비들은 개인의 구복<口復>과 명리<名利>를 탐하지 않고 청빈<淸貧>과 수지<守志>로 일관했다.

선비는 좋은 집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지 않으니 재물을 탐할 필요가 없고 좋은 옷을 입는 호화스러운 삶을 바라지 않으니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소신을 당당하게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이황은 “선비는 천자와 벗하여도 참람하지 않고 왕이나 공경<公卿>으로서 빈곤한 선비에게 몸을 굽히더라도 욕되지 않다”라고 하여 절의 있고 당당한 선비의 고귀함을 강조했다.

이렇게 선비는 왕이나 재상과도 벗이 될 수 있고 그들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깊은 학문과 높은 도덕적 수양으로 세상에서 모범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의 독서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그런 지식인들에게서 옛날의 선비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옛날의 선비들과 같은 독서를 통한 인격 수양에 힘써야 할 것이다.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책과는 무거운 담을 쌓고 입으로만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지식인 행세를 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옛 선비들은 학행일치<學行一致>의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면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 하여 매도되었다.

교묘한 말과 좋은 얼굴색을 지어 남을 속이는 거짓행위는 선비가 취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비들은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그 배움의 의미를 갖게 된다.

채근담에서 말하기를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검소한 사람은 가난해도 여유가 있다고 했다.

공자는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은 자와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는 것을 분수를 지키고 예의를 아는 것이라 했다.

분수를 지키고 예의를 아는 것이 절제이고 겸양이다.

절제와 겸양은 개인들 각자가 솔선수범하면서 주위를 교화시켜 나가야 한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는 것과 같이 자기부터 솔선하여 조변의 사람들을 교화시켜 도덕적인 사회가 되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갈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