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돈의 유혹을 받지 않는다면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면 돈과 명예와 이성(異性)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오욕칠정(五慾七情)에 매어 사는 게 인생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온통 대한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고위공직자 부동산 투기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이들은 개발 계획이 예상되는 곳에 업무상 정보를 이용하여 땅 투기를 했단다. 개발정보를 알고 대출로 투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수사의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에서는 특별 검사 제도를 활용하기로 하고, 전 공무원과 LH 직원 재산 등록 및 LH 직원 비리의 형량을 무기징역까지 높이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토지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과거에도 늘 있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개발정보를 알려 줘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발 계획은 비밀이지만, 전국 곳곳의 개발 예정 지구를 대한토지주택공사에서 장악한 셈이다. 본인은 물론이요 가족 친인척, 나아가 지인에게까지 정보를 흘려 부동산을 매입하게 했단다. 거기다가 LH 사장이 국토부 장관이 되었으니, 그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하지 않았겠는가! 주로 개발이 앞선 경기도에는 국회의원 공무원 시의원 등의 토지 투기가 드러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라는 것이 있다. ‘기획부동산’은 개발 불가능한 임야를 매입해 개발 가능한 것처럼 속여 대지로 만들어 주겠다며 잘게 쪼갠 다음 몇 배 가격으로 매각하고 있다. 이는 개발 계획이 많은 경기도에서 빈발하고 있으며, 토지투기꾼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호주머니를 터는 사기 수법이다. 정부의 신규 택지 발표를 앞두고 후보지라고 내세우며 기획부동산은 활개를 치고 있다. 기획부동산의 주 피해 계층은 노후 자금을 투자한 노인이나 가정주부이며,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기획부동산은 인간의 욕심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사기로, 속은 사람은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본인 행위에 대한 반성할 부분도 있다. 부당 이익을 노리면 사기꾼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은 한탕을 유혹하여 이익을 챙긴다.

차제에 내가 겪고 들은 부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오래전 서울 강남지구 개발이 시작될 때의 일화이다. 서울의 유명한 요정에 대통령이 와서 “임자도 강남에 땅을 좀 사놓지”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강남에는 허허벌판으로 언제 개발이 되겠느냐 싶어 그 마담이 농담이라 생각하고 귀 밖으로 흘렀다. 그런데 곧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순식간에 시가지가 형성되었다.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그곳이 지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이다. 이처럼 나라의 개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나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및 고위직 그리고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우리 지역에서 처음 통영시 안정의 개발붐이 일 때이다. 인근에 당시 꽤 좋은 밤나무 과수원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연세도 많고 과수원을 경영할 만한 자녀도 없었다. 마침 값을 많이 쳐주겠다며 매입 소개가 들어 왔다. 시골 노인이지만 만만찮은 흥정 끝에 그 과수원을 팔았다. 얼마 후 어떤 사람이 와서 과수원을 팔았느냐고 묻길래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참 헐값에 팔았다며 자기가 몇 배 가격을 올려 줄 테니 먼저 계약 파기를 하라고 했다. 그 노인이 생각해보니 위약금을 물어 주고도 남는 장사였다. 당장에 계약을 파기하고 과수원을 되돌려 받았다. 그런 다음에 과수원을 새로 사겠다는 그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먼저 산 사람과 새로 사겠다는 사람이 한 패거리였다. 그 노인은 위약금만 물어 준 셈이었다. 그 노인은 결국 화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창원이 처음 개발될 때의 이야기다. 나도 39사단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터라, 당시 그곳 환경을 잘 알고 있다. 당시에는 조그만 행정 소재지인 창원 시가지가 있고, 39사단이 인근에 있었으며 전형적인 농업 지역으로 군사훈련을 받을 때면 십리 길을 행진으로 가야만 했다. 그런 농촌 지역에 투기 바람이 불어 선대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임야를 팔아 인근 함안 지역의 땅을 샀다. 그때만 해도 창원 개발 개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곧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 사람은 후회하며 다시 창원에다 토지를 매입하려 했으나, 개발 계획이 발표된 창원 땅은 10분의 1도 건질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선대를 뵐 면목이 없다며 자살을 하고 말았다. 

 
김천에서 거제까지 남부내륙 KTX가 현 정권에 의해 타당성 조사조차 면제되고 시행 단계에 이르렀다. 모두 기대가 컸었다. 과연 철로가 어디로 지나갈 것인가? 역사(驛舍)는 어디에 세워질 것인가? 철로가 지나가는 것도 기대되지만 문제는 역사였다. 고성 지역에는 고성소방서 옆에 역사가 세워지고, 월평리로 해서 터널을 뚫어 갈 계획이 발표되었으나, 몇 년 전에는 노선 때문에 말이 많았다. 지금 대전 통영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해서 선로가 깔리지 않겠는가? 라는 말이 있었다. 발표된 노선과는 먼 거리다. 나는 선산이 그 인근에 있어 친구가 물었다. 역사가 우리 산 인근에 세워진다는데 영향이 없느냐고 했다. 아마 그 인근에 토지를 가진 사람이 바람을 일으킨 모양이다. 그 소문을 믿고 토지를 매입한 사람만 낭패를 보게 되었다. 지가도 만만찮게 준 모양이다. 아무리 날뛰어도 정보가 어둡고 운(運)이 따라 주지 않으면 그 지경이 된다.

 
건전한 노동이나 투자 활동이 아닌 투기, 불로소득에 매달리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젊은이들에게 한탕주의만 부추길 뿐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는지 KTX 역사(驛舍) 예정지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