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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통쾌한 복수극
2021년 03월 12일 (금) 11:18:43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병자호란으로 인해 인조는 참담한 항복 의식을 행하고 신하들은 압송되어 갔으며 수많은 백성들은 노예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 치욕적인 패배 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효종은 북벌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실제로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조선 후기까지도 병자호란의 패배는 조선인의 의식 속에 큰 아픔으로 자리하였다.
 
이러한 아픔을 통쾌하게 설욕해 줄 수 있는 영웅의 탄생을 누구나가 갈망하고 있던 바로 그 시점에 여인 박 씨가 홀연히 등장하게 된다.
 
박씨전은 전생의 업보로 인하여 추녀가 된 박 씨가 허물을 벗은 이야기로 구성된 전반부와 병자호란을 당한 후 박 씨가 영웅으로 크게 활약하는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의 배경은 세종조로 설정되어 있으나 실제 이야기는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금강산에 사는 박처사가 어느 날 한양으로 와서 이득춘과 신기<神技>를 겨루며 놀다가 자기 딸과 이득춘의 아들(이시백)과의 혼인을 청한다.
 
이득춘은 박처사의 뛰어난 능력을 믿고 며느릿감을 보지도 않은 채 혼인을 승낙하게 된다.
 
그러나 아들 시백은 첫날밤에 들어온 부부가 너무나 박색임에 실망하여 아내를 멀리하고 그날 이후 가족 모두가 박 씨를 홀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씨는 입을 조복<粗服>을 하루아침에 만들고 싸게 사들인 볼품없는 말을 잘 길러 중국 사신에게 높은 값으로 파는 등 비범한 능력을 선보인다.
 
급기야 남편 이시백이 과거를 보러 갈 때 신기한 연적<硯滴>을 주어 그가 장원급제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그리고 시집온 지 3년 째 되는 해에 박 씨가 친정에 다녀온 후 박처사는 그녀의 액운이 다한 것을 알고 마침내 시백의 집에서 도술로 딸의 허물을 벗겨준다.
 
추녀에서 일순간 절세미인으로 변신한 박 씨는 이제 가족들 모두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의 대활약이 시작된다.
이시백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의 수어사<守禦使>로 활약한 실존 인물로, 소설에서 실존인물로 등장시켜 더 사실감을 더해 주고 있다.
 
박씨전의 후반부는 오랑캐의 침입과 이에 대한 저항이 주를 이룬다.
 
바로 병자호란을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호시탐탐 조선침략을 꾀하던 청나라 왕<王>은 조선 침공에 앞서 박 씨의 남편인 이시백과 명장 임경업을 제거하기 위해 기룡대라는 여성을 첩자로 보낸다. 그러나 박 씨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기룡대를 쫓아버리자 호왕은 용골대 형제에게 10만 대군을 주어 조선을 침략하게 한다.
 
신통력으로 이 사실을 알아챈 박 씨는 조정에 이에 대한 대비를 건의하였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고 국왕은 남한산성으로 피난한 끝에 항목을 하고 만다.
 
많은 국민들이 희생당했으나 박 씨가 오랑캐의 침임에 대비해 만든 거처인 피화당<避禍堂>에 모인 부녀자들은 무사하였다. 이를 안 적장 용홀대가 다시 재차 피화당 침입을 시도하지만 오히려 박 씨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를 복수하러 온 그 동생 용골대 마저 박 씨에게 항복하게 된다.
 
용골대가 마지막으로 그의 형 용홀대의 머리를 고국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하자 박 씨는 “나도 옛날 일을 생각하건데 용홀대 머리를 옻칠하여 남한산성에서 패한 분을 만 분의 일이라도 풀리라. 너의 정성은 지극하나 각기 그 임금 섬기기는 일반이라 아무리 애걸해도 그는 못하리라”라고 하면서 남한산성의 치욕을 갚고 왕에게 충성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용골대는 인질들을 데리고 퇴군하다가 의주에서 임경업 장군에게 다시 한 번 크게 패한다.
 
임경업은 청군데 대항한 실존인물인데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조선의 산천을 유린했던 오랑캐가 물러간 후 왕은 박 씨의 탁월한 능력을 인정하여 충렬부인에 봉한다.
 
추녀라는 이유로 가정에서도 버림받았던 한 여인이 조선을 구한 공로로 인정받아 국왕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으면서 영웅 여걸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현실적 패배의 소설 속 승리:1636년의 병자호란과 1637년의 1월 삼전도의 굴욕은 우리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치욕이었다. 정치적, 경제적 손해는 물론이고 백성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의식을 남겼다.
 
청에게 포로로 끌려갔다가 겨우 돌아올 수 있었던 여성들은 환향녀<還鄕女> 즉 화냥년이라는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청에게 복수해서 치욕을 갚아야 한다는 북벌<北伐>과 청에게서 선진 문물을 수용해야 한다는 북학<北學>의 이념을 두고 갈림길에 선다.
 
그 전환점에서 북학 의지가 컸던 소헌세자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봉림대군이 효종으로 즉위하면서 마침내 청을 물리쳐야 한다는 북벌이 국시<國是>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북벌 계획에 혼신의 힘을 쏟던 효종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승하하면서 민족적 자존심의 상처는 결국 현실에서 회복되지 못한채 조선인의 응어리에 영원히 맺히게 된다.
 
박씨전은 오랑캐에게 철저히 유린당한 현실의 분노와 고통을 가상의 공간을 활용하여 설치<雪恥>하고자 했던 소설이다. 특히 가부장제 사회질서 속에서 매우 억압된 채 살아간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여성에게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보다 통쾌하게 청나라에 복수하도록 하였다.
 
조선의 장수들과 국왕까지 마음껏 짓눌렀던 청나라 장수들을 조선의 여걸 박 씨에게 무릎꿇림으로써 현실의 전쟁에서 당한 치욕과 분노를 대신 풀어준 것이다.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나마 조선이 당한 민족적 자존심을 통쾌하게 씻어 주고자 했던 조선 사람들의 열망은 추녀에게 절세미인으로 평범한 여인에서 영웅여걸로 마음껏 변신 하는 신비의 여인 박 씨를 통해 조선인들의 가슴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박씨전을 통해 현실적으로 패배한 전쟁 병자호란을 가상의 공간에서 승리한 전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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