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14일 월요일이었습니다. 그 날은 회화중학교 교정에 늘어선 플라타너스의 무성한 잎에서 풍기는 싸아한 향내음이 후각을 몹시 자극했습니다. 평소에 붓다의 가르침에 관심이 많은 최두찬 선생님께서 교직원불자회 정기모임에 한 번 가보자고 권유하였습니다. 장소는 개천면에 있는 천년고찰 옥천사(玉泉寺)라고 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최두찬 선생님의 승용차로 옥천사 경내로 접어드니 옥천사는 온통 녹음으로 뒤덮인 아름드리 노송과 참나무, 서나무, 굴참나무 등의 나무로 된 숲속에 포근히 안겨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법회는 옥천사 본당이 아닌 부속암자인 청연암에서 개최되기에 곧바로 단청색이 고운 일주문을 지나쳐 올라 지방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수령 250여년인 고목인『찰피나무』나무가 회백색의 수천 송이의 꽃을 주렁주렁 매단 청연암에 18시 20분 경에 도착했습니다.(찰피나무에 대하여는 이미 소개한 바 있어 생략함)
 그곳에 도착하고 보니 법회시간이 아직 이른 관계로 회원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암자 옆에 선 보호수로 지정된 찰피나무를 한 번 어루만져보고는 일행과 함께 법당에 들러 일심향 하나를 부처님 전에 공양 후 삼배를 드리고 법당을 나섰습니다. 그때 암주인 강승욱 스님께서 저녁공양이 준비되었기에 공양을 마친 후 법회를 하자고 제의 했습니다. 모두는 정갈하게 차린 산사의 음식으로 공양을 하고는 다과(茶果)와 함께 법회(法會)를 했습니다.

 스님은 참선(參禪)의 생활화에 관하여 설법하였습니다. 참선의 핵심은 각자가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하나로 통일되게 바로잡는 것으로, 행(行), 주(住, 좌座), 와(臥),어(語), 묵, 동(動), 정(靜)의 일상생활을 통하여 하는 것이므로, 항시 마음 닦는 일에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우리의 최대 숙원인 통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한 민간 외교인 금강산관광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늑하고 평안한 분위기 속에 강승욱 스님은 녹차를 찻잔에 따라주며 녹차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매우 의미 깊고 좋은 내용 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회 참가 기념으로 선물이라면서 녹차를 한 통식 주셨습니다. “이 녹차 이름은 죽로연화선차(竹露蓮花禪茶)입니다. 여러분들의 건강과 참선수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산문을 나서니 사방은 어둠에 묻히고 반공에 뜬 희미한 조각달과 별빛이 어둠을 밝히는 반야의 지혜인양 그렇게 하늘에 떠 있었습니다. 그런 밤풍경 속에 마암고개 마루를 넘어서니 허드레지도록 질펀하게 핀 밤나무 꽃 찐한 향기는 불전에 올린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같이 심신을 맑게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고마운 마음으로 죽로연화선차를 가족과 함께 음미하면서 스님의 말씀을 토대로 녹차에 대해 한 번 기록해 봅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