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군의 함대가 후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왜적들은 뒤따라 기세를 올리면서 진지에서 내려와 그들의 배에 오르고 있었다. 왜적들은 산위에서 언덕위에서 배위에서 서로 호응해가며 총탄을 퍼붓고 있었다. 그러나, 밀물이 밀려 들고 기회를 포착한 이순신은 전선을 돌려 거북함으로 하여금 왜적선 속으로 돌진하게 하여 천자. 지자. 현자. 황자등 각종 총통을 발사하도록 하고 뒤따라 다른 전선들도 공격하도록 하였다. 이순신을 뒤따른 여러 전선들도 일시에 12척의 왜선을 향하여 모여 들면서 장전 및 편전. 화전을 쏘고 천자. 지자 총통에 대장군전, 장군전, 철환 등을 넣고 발사했다.
 이순신 함대의 집중포화 공격을 받은 왜적들은 계속 항전을 해보았으나 결국은 바다속으로 거꾸러지는 자와 도주하는 자들의 수는 헤아릴수 없이 많았다. 더욱이 언덕 밑을 수비하는 병사들도 높은 언덕으로 기어오르면서 다시는 대응할 생각을 못하였다.
 이날의 교전은 너무나 치열했기 때문에 아군의 피해도 많았다. 나대용과 이설이 화살을 맞아 부상을 당했으며 이순신도 처음으로 왼편 어깨에 총탄을 맞아 관통상을 입었다. 이순신은 피가 발 뒤꿈치까지 흘러내렸지만 끝까지 활을 놓지 않고 독전하다가 싸움이 끝난 뒤에 칼로 어깨에 박힌 총탄을 제거했다. 그 깊이가 수촌이나 되었다. 모든 장령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이 사천해전이다. 사천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순신의 함대는 6월 1일 사량도 진을 옮겨 병사들을 쉬게 했다. 6월 2일 8시경. 휴식중이던 이순신 함대는 왜선이 당포(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구항, 원항, 당포)에 정박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곧바로 함대를 지휘하여 당포로 향해 나갔다. 이순신은 당포에 도착하여 적들을 살펴보니 해안에 머무르고 있는 왜병들은 무려 300여명에 이르렀으며 그중에 약반수는 성내에서 노략질과 민가를 불사르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반은 성밖의 험준한 곳에다 진을 치고 우리 선단을 향해서 조총을 쏘았다.
 여기에 정박하고 있는 왜선은 우리 판옥선만한 것이 9척, 중소선이 12척 모두 21척이었다. 그런데, 이중에서 가장 큰 배에는 누각을 세워 배의 높이가 30자나 40자쯤 되었으며 이 배는 왜적 대장의 지휘선인 듯 했다. 그리고, 이 대장선 주위에는 붉은 비단으로 된 휘장을 두르고 사방에 누런 글씨를 썼으며 앞면에는 붉은 일산(日傘)을 세우고 그 안에 구루지마쓰지라는 지휘관이 있었다.
 거북선은 누각 대선 밑으로 접근하면서 용아가리에서 현자 철환을 치쏘면서 천자총통과 대장군전 장군전을 발사하여 대장선을 깨뜨리기 시작하였고 뒤따른 여러 전선들도 철환과 편전 그리고 승자, 총통 등을 쉴새 없이 발사하여 거북선의 활동을 도왔다. 배 위에는 사람한명 없이 용머리를 치켜 들고 진격하는 이 거북선은 총탄을 맞으면서도 천연스럽게 돌진하기만 했다. 실로 거북선은 해상의 괴물이었고 그 앞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배도 이길 수 없는 무적함이였다.
 이렇게 접전하는 동안 왜적들은 사기를 잃기 시작했고 싸움을 지휘하던 구루시마는 중위장 권준이 쏜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우척후장 김완과 군관 진무성은 화살을 맞고 떨어진 적 장수의 목을 베었다. 이때부터 왜병들은 일시에 흩어지면서 가까운 육지로 도망치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순신의 함대는 일제히 공격을 가하여 왜선 21척을 모두 불태우고 깨뜨렸다. 이것이 당포해전이다.
 6월 4일 아침, 이순신은 전 함대를 거느리고 또다시 전일의 해전지인 당포 앞바다로 나아가 척후선으로 하여금 왜선을 수색하도록 하였다. 그때 전라우수사 이억기가 전선 25척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사천과 당포해전으로 지쳐 있던 군사들에게 지원군은 더할 나위 없는 반가움이였다. 군사들은 모두 기뻐하였으며 사기는 크게 앙양되었다.

 이순신은 이억기와 원균과 함께 전선 51척으로 합동 함대를 편성하고 앞날의 작전을 위해서 새로운 계획을 논의했고 전 함대를 착량으로 이동하여 밤을 지냈다.
 이순신과 이억기의 연합 함대가 6월 5일 아침 거제사람 김모등 7, 8인의 정보 제공에 의하여 왜적들이 우리 함대에 쫓겨서 거제를 거쳐 고성땅 당항포에 있다는 말을 듣고 안개가 개이기를 기다리는 동안 적들의 정황을 염탐케하고 전투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그 때 충무공은 당항포로 들어가는 앞바다에 이르러 진해쪽을 바라보니 성 바깥 넓은 들에 1천여명의 무장병이 깃발을 날리며 진을 쳤기로 사람을 보내어 물어보니 함안군수 유숭인의 군사들이 적을 추격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항포의 지형을 물어보니 멀기는 10여리는 되고 넓기는 배가 들어갈 만하다는 것이므로 충무공은 먼저 2,3척의 전선을 들여보내어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고 또 적이 만일 달려들거든 짐짓 패한 척 끌고 나오라고 신신당부하여 보냈다.
 얼마뒤에 먼저 들여보낸 전선들이 해협 어귀로 나와 신기전을 쏘아 속히 오라하므로 이순신은 궁도. 양도(동해면 막개부락 앞바다 작은 두섬) 앞에 전선 4척을 잠복시켜 적의 후원을 막게 하여 놓고 대부대가 일시에 당항포를 향하여 좁은 목길로 들어서니 착량으로부터 당항포까지는 무릇 22마일이나 되는 거리다.
 『두편 산 기슭이 강을 끼고 20여리! 그 사이의 지형이 그다지 좁지는 않아 싸움할 만한 곳이 되므로 여러배들이 고기꿰듯 줄을 지어 머리꼬리 서로 이어 들어갔습니다.』(당포해첩장계:唐浦解捷狀啓) 위에 올린 충무공 장계의 기록 그대로 당항포란 곳은 바깥 바다에서 안으로 쑥 강굽이처럼 돌아 들어가는 좁은 바다로서 들어가는 첫 목은 300미터 밖에 되지 않고 안에 들어가 넓은 목이라 해도 2킬로미터도 되지 않는다. 또, 포구의 길이는 약 10여리나 되는데 깊이는 15미터나 되어 전함의 출입이 자유로워 마음대로 드나든다.
 우리 함대는 좁은 목안으로 들어가 소소강(마암면 두호리) 서쪽에 이르러보니 검은 칠을 한 왜선이 우리 판옥선만큼 큰 것이 9척, 중간배가 4척, 작은배가 13척 합계 26척이 언덕 아래 정박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배는 대장선으로서 뱃머리에 따로 3층 누각을 세우고 단청칠을 한 폼이 마치 무슨 절간법당 보는것 같으며 앞에는 푸른 일산(日傘)을 세우고 배주위에는 검은 물을 들인 비단 휘장을 드리웠는데 검은 바탕에 흰 꽃무늬를 그렸다. 그리고 휘장 안에는 무수한 왜적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러자 왜적의 다른 큰 배 4척이 저쪽 안포구로부터 나와 한곳에 모이는데 모두 검은 깃발을 꽂았고 그 깃폭에는 흰 글자로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이란 일곱글자를 썼다. 왜선들은 우리 함대를 보고 한꺼번에 조총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이번에도 역시 거북선을 선두로 총탄을 무릅쓰고 진격하여 대장선을 향해 천지자 총통을 쏘아 맞혀 꿰뚫어 버린 데서부터 전쟁은 터졌다. 우리 배들 전부가 서로 교대로 드나들면서 총탄과 화살을 폭풍같이 퍼부어 우리의 위세가 더욱더 높아졌다.
 이때 이순신은 적들이 만일 형세가 궁해져서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가면 적을 섬멸하지 못할 것을 생각하고 짐짓 패한듯이 포위망을 풀어 한쪽을 열어주었더니 과연 적들이 중류까지 따라 나오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급속히 적선들을 포위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돌격장이 거북선을 타고 왜적의 층각선 아래로 들어가 용두구로부터 총통을 발사하여 적선의 휘장과 돛대에 불이 붙었다. 또, 층각 위에 전투를 지휘하던 적장이 화살에 맞아 거꾸로 바다에 떨어지는 것이였다.
 이것을 본 다른 왜선 4척이 돛을 올리고 북으로 달아나는 것이였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섬멸되었다.
 이순신과 이억기가 편을 갈라 섬멸전을 전개하는 통에 왜적들은 물에 빠져 죽는 놈은 셀수도 없고 혹은 갯가로 기어올라 산으로 도망가는 자 부지기수였지만 뒤따라 추격한 이순신의 군사에 의해 머리 벤 숫자만 43급이였다. 왜선 30척을 전부 불태워버리고 다만 적들로하여 타고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 1척을 남겨두니 이것이 제2차 출전중 3번째 접전인 당항포승첩이다.
 이순신과 이억기는 승리의 기쁨을 안고 초닷새 밤. 어둑한 물길을 헤치고 당항포 좁은목 바깥 바다로 나와 진을 치고 밤을 지냈다.

 ○ 당항포에서 노획한 왜군 분군기
 당항포에서 물러나온 바다 어귀 궁도와 양도(동해면 막개부락 앞)가 있는 앞바다는 꽤 넓은 바다다. 충무공이 당항포 승첩을 거두고 앞바다로 나와 밤을 자고 난 다음날인 6월 6일 첫 새벽 방답첨사 이순신(李純信)을 시켜 당항포 물길목으로 나가 숨어 있다가 어제 짐짓 남겨놓고 온 왜적선 1척이 나오면 잡으라고 지시해 보냈다.
 충무공의 예측은 틀림이 없었다. 과연 어제 남겨두고 온 바로 그 왜선이 새벽을 타고 당항포로부터 바깥 바다를 향해 나오는데 거기에는 왜적이 거의 백여명이나 타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우리배에서는 먼저 지자포, 현자포 등을 쏘고 또 이어 장편전과 불을 일으키는 가장 위력 있는 화포인 대발화와 쇠덩이를 탄환으로 쏘아대는 질러포 등을 잇달아 쏘았다.
 적들은 너무도 황급하여 어쩔줄을 모르며 도망만 치려고 했다. 그러나 갈구리를 던져 적선을 바다 가운데로 끌고 나와 격퇴시키니 반이나 물에 빠져 죽었다. 그들 중에 나이 24세 가량 되는 자 하나가 얼굴은 우람하게 생기고 화려한 옷차림에 칼을 짚고 높이 서서 8명의 부하들을 지휘하며 조금도 위축되는 기색이 없이 끝까지 항전하다 방답첨사(이순신)가 집중적으로 쏜 화살 10여대를 맞은 뒤에야 비명을 지르며 바다에 떨어졌다.
 적장과 부하 8명 모두 베었다.
 그런데, 이때 죽은 적장 24세의 신분은 누구인지 대해서 일본학자 덕부소봉은 그의 일본국민사 속에 그 적장의 용감한 모습을 예찬하고서 이어 고려선전기를 인용하여 내도통지(來島通之)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고려 선전기에 내도통지가 우리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 자기 부하들도 죽고 배도 불타 버렸으므로 섬에 올라가 활복자살 했다고 적었는데 그것을 구태여 우리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솔직하지 못한 심리에서 만들어 쓴 기록이다.
 그때 왜선에서 노획한 이상한 물품들이 있었다. 뱃머리에는 따로 서늘한 방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방에는 장막을 둘러쳤는데 극히 화려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조그마한 궤짝하나가 있고 그 궤짝 속에는 무슨 문서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왜적 3천 40명의 분군기(分軍記)로서 그들의 설명 밑에 각각 혈서를 남겨 놓았다.
방답첨사(이순신)는 문서 6축과 함께 갑주, 창, 칼, 활, 총통과 표범 가죽으로 만든 안장들을 충무공에게 가져다 받쳤고 충무공은 이것을 보고해 올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