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선생은 지식인으로서 벼슬을 멀리하고 부패척결, 보국안민 등 시대정신을 잊지 않았던 그의 올곧은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대인에게 귀감이 될만 하다.

그는 1501년 경상남도 합천군 삼가면 토동의 외가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향년 71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부친 언형<彦亨>의 공직 근무지인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15~18세 때에는 부친의 임지를 따라 함경도 단천<端川>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20세 경에는 자신이 태어난 합천으로 귀향하여 25세부터 성리학에 뜻을 두고 학문을 시작하였다.

30세부터는 김해 신어산<神魚山>이라는 정사<精舍>를 지어 놓고 경서와 성리학을 깊이 연구했다.

그러던 중 권신<權臣>의 발호 때문에 올곧은 선비가 핍박받던 당시의 정치상황으로는 벼슬에 나아가도 공업을 이룩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오로지 학문을 연구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36세 였다.

45세부터는 고향인 합천군 토동으로 돌아와 계부당<鷄伏堂>과 뇌롱정<雷龍亭>을 지어 놓고 자신을 더욱 더 함양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61세부터는 산천군 시천면 덕산으로 이주하여 산천재<山川齋>라는 서실에서 학문과 교육에 더욱 전념하였다.

그 결과 곽재우, 정인홍, 김면, 정지원, 조종도 등 우수한 제자들이 배출되었고 이들은 또한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다.

조정에서는 그의 학문됨을 찬양하여 여러번 벼슬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벼슬을 거절하고 초야에 묻혀 학자로서선비생활로 살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마음은 우국충정으로 불타 가끔 관직에 부를 때 사양하는 기회를 잡아 어지러운 조정에 일침을 가하는 상소문을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둘째 남명의 정치사상이다.

그는 비록 정치관계에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올바른 정치에 대한 확고한 의식이 있었으며, 그 핵심이 바로 경세제민<經世濟民> 사상이다.

경세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자는 정치사상이고, 제민이란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자는 경제사상 내지 복지정책이다.

이러한 사상은 그가 이학<理學>을 공부함으로써 깨우치게 된 사상이라 하겠다.

이학이란 유학의 근간 위에 불교와 도교의 사상이 첨가되어 철학성과 종교성을 띄게 된 유학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생은 이러한 경세제민사상에 입각하여 백성들을 착취하는 부패한 관리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상소문을 여러 번 올렸다.

처벌의 대상으로는 지방정부<도·군> 수령이나 아전<지방공무원>은 물론 중앙정부 고관, 국왕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에 시대상으로 미루어 보아 선생은 큰 위험을 무릅쓰고 상소문을 올렸을 것이라는 것은 가히 짐작이 간다.

상소문 이외에도 사실을 묘사한 옛 시부인 부<賦>를 여러 수 지어 자신의 소견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셋째 남명의 문학이다.

교과서에서도 남명의 시조가 실렸을 만큼 그의 글은 작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판 남명집의 통계에 의하면 현존하는 그의 작품으로는 시조는 무려 218부 3수, 명 11수, 서관문 56편, 실기 5편, 발문 7편, 묘지 22편, 상소문 5편, 그리고 기타 10여 편 등이 있다.

넷째 남명의 교육이다.

그는 36세 때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후진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김해, 합천, 산청 등지로 옮겨 살면서 저명한 제자가 수 백명을 양성시켰다.

그의 교육내용은 학문을 익히는 것은 물론 체력단련, 말 타고 활소기, 병력 전개하기 등의 병법 강의와 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교육방침은 그가 별세한지 20년 후에 일어난 임진왜란 때에 그의 제자인 곽재우, 정인홍, 조종도, 김면 등의 병장들은 경상남도 여러 지역에서 유격전을 전개하여 왜적이 호남을 침략하는 것을 차단하였다.

남명의 제자들은 임진왜란에 큰 공을 세운 것과는 달리 정치적으로는 당쟁시대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몰락하고 말았다.

원래 선현의 업적이란 그의 저작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고 제자나 후손 또는 주변 사람들이 직접 보거나 간접적으로 들은 내용을 기록하고 구술해서도 널리 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명의 뜻을 계승한 제자들이 정치적으로 몰락함으로 인해 그의 뜻을 마음 놓고 기록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사회적인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없애고 변조하는 데에 고심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남명의 업적은 수 백년간 발굴 및 계승되지 못한 채 잊혀지고 말았다.

이 또한 남명학 연구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