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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父 와 이발사 3
- 구만면 최시혁
2020년 08월 14일 (금) 11:38:51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햇볕이 이맛 빵이라도 벗길 만큼 내리쬐는 일요일 오후에, 이발사는 老父를 찾았다. 

그 시각이면 지난여름,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져 풍파를 겪은, 밤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있을 老父는 보이지 않았다.

영감님은 마루가 있는 안채 큰 방에 누워 있었다.
머리맡에는 조금 전 점심을 먹고 난 밥상 쟁반이 있었다.
밥공기와 몇 개의 반찬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고,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가 “영감님! 영감님! 영감님!” 부르는  귀에 익은 소리에 일어나 앉았다.

“누고?”
“읍내에서 왔습니더”

초췌한 모습에 머리도 수염도 많이 길어 있었다.

“머리를 손질해야 겠는데 밤나무 아래로 가입시더”

힘들게 마루 앞 축담까지 나오시더니, 마루 끝에 앉아서 말없이 바라본다.
이발사는 눈치 빠르게 이발 할 준비를 얼른 했다.
앞치마로 목수건을 두르고 가위질을 시작했다.
老父의 이발은 간단했다. 항상 그러하듯이…

목에 감았던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면도를 시작했다. 
老父는 최신형 자동면도기를 이발사에게 선 보이고서, 서울서 온 것 이라며 써 보란다. 
made in japan, 일본 면도기였다.

턱에 갔다 대고 면도를 하는데, 잘 안되고 수염을 뜯는지 아프단다.
老父는 “아야~~” 소리 몇 마디 외에는 반응이 없었다.
수염이 길어서 자동 면도기로는 적절하지 않지만, 이발사는 계속한다.

“할배! 좀, 참어소! 씨엄을 자주 깍아야 할낀데, 이리 기라 가지고…”
“서울서 온 기라 캐도(하여도)…”
“내 가세(가위) 보다 훨씬 몬합니더~”

면도는 서울제품과 가위의 합작으로, 영감님의 말처럼 엉가이도 칼컬키 됐는가 싶다. 
이발사는 물수건으로 老父의 얼굴을 닦아 드렸다.
볼이 야위어서 광대뼈가 맞히곤 하지만, 이발과 면도 후 老父의 하얀  얼굴은, 아흔을 넘긴 얼굴이라 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밤나무 아래 앉아 계시지요?”
“…, …,  …”

오늘은 반응이 없다.
마루에 앉아서 이발한다고 허리가 아프신 모양이다.

“에~라이 들어갈란다”

이제 老父는 밤나무 아래도, 따스한 태양도, 맛있는 음식도, 이발사의 멋진 이발도, 귀찮은 듯싶다.
종일 무슨 想念에 있을까?
초연히 무언가를 준비라도 하는 것일까?
이발사는 생각에 잠겨서 읍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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