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명은 영하(寧夏)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말미암아 조선에 대규모의 병력을 신속히 파견할 수가 없었다. 이와 같이 파병이 지연되자 명은 일단 8월에 심유경을 조선에 급파하여 명의 대군이 조선에 출병할 때까지 외교적 교섭을 통해서 일본군의 북진을 지연시켜 가면서 시간을 벌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조선에 온 심유경은 평양에 주둔하고 있는 고니시와의 회담을 벌여 9월 1일부터 50일을 기한으로 잠정적인 휴전을 성립시켰다. 그동안 명에서는 반란이 평정되자, 조선에 출병할 동정군을 편성하여 제독 이여송(李如松)으로 하여금 작전을 지휘하도록 하였다. 명은 12월 8일에 4만여명의 동정군을 삼군(三軍)으로 편성하여 압록강을 건넜다. 이듬해인 1593년 1월 6일 이여송은 평양성 근교까지 진군하였다. 조선군측에서도 명의 동정군과 보조를 같이하여 이일, 김응서 등이 지휘하는 1만여명에 달하는 평양성 탈환군을 편성하여 합동작전으로 평양성을 탈환하도록 하였다.
 조.명 연합군(朝明聯合軍)은 평양성 서북면을 포위하였다. 1월 8일 조.명 연합군은 아침부터 화포를 평양성문 부근에 세워놓고 성벽과 성문에 집중 사격을 가한 다음 돌진하였다. 그리고 이일, 김응서 군은 함구문으로 접근하여 조선군의 전력을 경시하고 있던 일본군의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성안으로 돌입하였다. 연합군은 마침내 평양서의 외성(外城)을 점령하고 중성(中城)으로 돌입하였다.
 일본군은 이날 밤 평양성을 버리고 대동강을 건너 중화, 황주를 거쳐 봉산으로 남하하였다. 이로써 평양성은 일본군에게 점령당한지 약 7개월만인 1593년 1월 9일에 수복되고 조.명 연합군에게 평양성을 뺏긴 일본군은 한성으로 철수하였다. 일본군은 한성이북에 주둔하고 있던 전 군대를 한성에 집결시켜 한성방어에 총력을 집중하였다. 그리하여 조.명 연합군은 한성이북의 대부분 지역을 단시일 안에 수복할 수가 있었다. 일본 선봉군 병력은 당초 1만8천7백명에서 6천6백명으로 격감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 조선수군의 활약
 전라도와 경상도 수군은 네 개 수영으로 각기 70에서 80척에 이르는 크고 작은 함선을 장비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른 수군병력을 운용하여 담당을 경비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발발직후 경상좌수사 박홍은 수군을 버리고 언양으로 달아나 버렸으며 경상우수사 원균은 70여척의 전함을 침몰시킨 다음 남해도 방면으로 피신해버렸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함선 7백여척에 병력 9천여명의 일본 수군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쉽사리 조선 남해안의 여러섬과 포구에 상륙할 수가 있었다. 일본 수군이 마침내 거제도 쪽으로 진출하자 비로소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이로써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전라좌수영군과 경상우수영군을 통합한 전함 91척에 대한 총 지휘를 맡았다. 조선 수군은 낙동강 하구의 가덕도로 항진하다가 옥포에 정박하고 있는 일본군 함선 50여척을 발견하였다. 이순신은 일본군 선단을 공격하였다. 이리하여 조선 수군은 임진왜란 발발 이후 첫 해전에서 적의 크고 작은 함선 26척을 격침시키는 전과를 거두었다.
 5월 7일에 옥포해전에서 첫 승리를 거둔 이순신의 함대는 이어 9일까지 계속된 제1차 해전을 통하여 옥포, 합포, 적진포 등지에서 도합 42척의 적선을 격침시키거나 불살라 버리는 전과를 거두었다.
 조선 수군은 약 열흘 동안의 제2차 출전에서도 네 차례 해전을 통하여 72척의 적선을 격침시키는 전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조선 수군측에서는 단 한 척의 전함도 손실을 보지 않는 상태에서 14명의 군사가 전사하고 36명이 부상하는 경미한 손실을 입는데 그쳤다.
 일본 수군은 조선 수군과의 1,2차 해전을 통하여 참패를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6월 하순부터 또다시 가덕도와 거제도부근으로의 진출을 시도하였다. 이순신은 이런 일본 수군의 움직임에 타격을 가하여 그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하여 제3차 해상작전을 구상하게 되었다.
 전함 72의 조선 수군함대는 7월 7일에 견내량에 이르러 정박중인 일본군 선단을 발견하고 이를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하여 섬멸할 작전을 세웠다. 7월 8일에 이순신은 수척의 판옥선을 전면에 내세워 일본의 병선을 공격하여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해 낸 다음, 학익진을 펼쳐 일본 수군 선단을 완전히 포위하고 일제히 총통을 발사하였다. 그리고는 거북선을 적 선단 핵심에 돌입시켜 좌충우돌로 맹공을 가하였다. 조선 수군은 이 해전에서 적선 66척을 격침시키고 적병 1백여명을 죽였다.
 조선 수군은 이러한 한산도와 이어 벌어진 안골포해전 등 제3차 해상작전을 통하여 일본군의 전선 76척을 격침시키는 큰 전과를 거두어 남해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였다. 일본 수군은 이로부터 기세가 크게 위축되어 거제도 주변 해안에 성을 쌓고 그곳에 웅거하면서 오직 수세에 몰려 더 이상 해상활동을 전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이순신, 이억기, 원균 등 세 수사가 거느린 조선 수군은 부산포의 일본군 본진을 공격하여 타격을 가하기로 작전 계획을 세웠다. 당시 부산포에서는 일본군 주력부대와 본국에서 증원된 수군 8천여명이 함선 4백3십여척을 보유하고 해안 요충지를 지키고 있었다.
 조선 수군의 본대 1백7십여척은 전함대를 장사진으로 펼치면서 부산진 포구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조선 수군의 형세에 압도된 일본 수군은 배를 버리고 육지로 달아나 육군 병력이 방어하고 있는 해안진지에 뛰어 들어 마지막 필사적인 저항을 시도하였다.
 이 부산포 해전에서 조선 수군은 일본군 전선 1백여척을 격파하고 부산포를 떠나 가덕도로 물러나 9월 2일에 각기 본거지로 귀환하였다. 일본 수군은 이 부산포해전에서 조선 수군에게 큰 타격을 입은 이후로 그 기세가 더욱 위축되어 가능한 한 조선과의 접전을 회피하면서 오직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기지를 보호하기에만 급급하였을뿐, 더 이상의 적극적인 해상활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 충무공의 불멸의 불패 신화
 - 1차 출전(옥포해전. 합포해전. 적진포해전)
 1592년 5월 4일 이순신은 판옥선 24척,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의 총 85척을 이끌고 첫 출전을 했다. 이렇듯 전선의 숫자는 열악했지만 전라좌수영에는 이순신외에도 뛰어난 장수들이 많았다. 좌부장 낙악군수 신호, 우부장 보성군수 김득광, 중부장 고아양현감 이영담, 전부장 홍양현감 배흥립, 후부장 녹도만호 정운 등의 용맹한 장수들이 자기 소속의 전선들을 거느리고 전후좌우를 호위했으며, 여도권관 김인영, 사도첨사 김완은 좌우 척후장으로 맨앞에 섰고, 본영 군관 최대성은 한후장, 배응록은 참퇴장으로 그 뒤를 따랐다.
 이순신은 이와 같은 부하 명장들을 이끌고 소비포 앞바다에서 첫날밤을 지낸 뒤 당포로 내려가 원균 휘하의 판옥선 3척, 협선 3척과 합류하고 5월 7일에 옥포만에 도착했다.
 잠시 후 먼저 나갔던 척후선이 그곳에서 왜적들이 있는 곳을 발견했고 병사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이를 본 이순신은 부하 장병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정중하기를 태산과 같이 하라” 이와 같은 군령에 따라 전군은 침착하고 질서 정연하게 함대를 몰아 30여척의 왜선들을 향해 다가갔다. 왜적들은 옥포의 관청과 여염집을 가리지 않고 가옥에 불을 지르며 노략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 함대를 발견한 왜적들은 당황하여 모두들 배를 타고 달아났지만 감히 바다 가운데로는 나오지 못한 채 기슭을 타고 도망치는 것이었다. 적들은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로 충전한 군사들의 공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적선들은 한 척씩 부서지면서 가라앉았다.
 이 첫 전투에서 왜군들은 거의 전멸되다시피 했고 조선 수군들은 단 한 척의 배도 단 1명의 병사도 잃지 않은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 첫 번째 승리가 바로 옥포해전이다. 이 전투에서 전라도 장수들이 왜선 21척, 경상도 장수들이 왜선 5척 합하여 26척의 적선을 전멸시켰고 우리 함대는 이곳을 떠나 승전고를 울리며 거제도 북쪽 끝에 있는 영등포(거제도 장목면 구영리)를 향하여 북상을 한 뒤 숙영을 준비했다.
 그 때 척후선으로부터 왜선 5척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순신은 다시 함대를 몰아 합포까지 적들을 뒤쫓아 들어갔다. 겁을 집어먹은 적들은 노를 빨리 저어 합포 앞바다로 들어가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가 도망을 쳤다. 조선 수군은 포구 안으로 들어가 적선 5척은 모두 태워 버리는 전과를 올렸다. 이것이 제1차 출전중의 두 번째 합포해전이다. 이순신은 합포에서 승리를 거두고 함대를 돌려 남포로 내려와서 밤을 지내며 이날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다음날 5월 8일 아침 일찍 척후장으로부터 왜적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곧바로 출항했다. 전 수군이 출동하여 적진포(赤珍浦 현재:고성군 거류면 남촌포)에 도착하니 적선 13척이 바다 어귀에 정박해 있고 적병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여염집을 약탈하고 있었다. 조선 수군 함대를 발견한 왜적들은 혼비백산하여 배를 버리고 산으로 도망쳐버렸다. 조선 수군은 일제히 화력을 동원하여 공격해 들어갔다. 이곳에서 왜선 2척은 도망치고 나머지 11척은 모조리 격파해 없앴다. 이것을 제1차 출전중의 세 번째 적진포해전이라고 한다.

 - 2차 출전(사천해전. 당포해전. 당항포해전. 율포해전)
 제1차 출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조선 수군들은 사기가 충전했고 다음 출전을 위해 군사들을 휴식시키며 전선과 무기를 정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수군의 남해해전 승전보는 조선 조정과 백성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성을 버리고 달아났던 수령들은 제자리로 돌아왔으며 곳곳에서는 의병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순신은 전라우수사 이억기와 6월 3일 여수 앞바다에서 합세하여 출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27일 원균으로부터 급보가 왔다. 적선 10여척이 이미 사천땅 곤양으로 쳐들어와 여러 고을이 분탕질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이 급보를 받고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다급하게나마 휘하 장병들만 이끌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은 여수 본영은 군관 윤사공이 지키게 하고 조방장 정걸에게는 판옥선 1척을 주어 홍양현을 지키도록 했다. 그리고, 우수영 이억기의 함대는 뒤따라오게 하고 전선 23척을 이끌고 본영을 출항하여 두 번째로 영남 앞바다를 향해 전진했다. 제2차 출정때에는 거북선을 처음으로 거느리고 나갔다. 이순신은 원균과 만나기로 약속한 노량에 이르자 원균은 하동 선창에서 전선 3척을 이끌고 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왜선 1척이 곤양에서 사천 방면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이 왜선은 그들 함대의 전초 경계를 위한 척후선인것 같이 보였다. 적선을 보자마자 전부장 이순신과 남해 현령 기효근 등이 뒤쫓아 적선을 붙잡아 불태워버렸다. 사천 해안에는 12척의 누각 대선이 줄을 지어 있었다. 선창에는 400여명이 넘는 왜적들이 진을 치고 아군을 향해 조총을 쏘아 댔다. 좁은 해안에서 왜적들을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순신은 왜적들을 넓은 바다로 유인하기로 했고 뱃머리를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