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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父 와 이발사 ②
최시혁-구만면
2020년 07월 31일 (금) 11:16:17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빠~알간 홍시가 나뭇가지 위에 외로이 매달려, 늦가을을 재촉하고 있을 즈음, 이발사는 老父를 찾았다. 

“그간 별고 없었습니까? 오랜만이네 예??”
老父는 밤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졸음을 재촉하다가, 이발사의 소리에 자세를 바로 잡고는, 한동안 이발사를 쳐다만 본다.
 
“자네가 누고?”, “오데서 왔노?”
“영감님도~~차암~~네, 읍내 이발사 아임니꺼!!!”
 
차에서 내린 이발사를 알아차린 老父의 표정은, 이발사가 老父의 둔탁한 손을 잡고 가까이 갔을 때였다.
초췌한 老父의 모습과는 다르게, 잡은 손은 크고 거칠어서, 인생을 농사로만  살아 온 역경의 손이고, 그 손으로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낸 보배의 손이랄 만큼, 손에서 전해져 오는 감촉을 통해서 老父의 삶을 알 수 있었다.
 
“씨엄(수염)이 많이 길었제?”
老父는 한마디 던지고는 예전과 같이 이발사에게 면도를 맡겼다. 이발사는 지금까지 이런 老父의 표정이 좋았다. 어쩌면 행복했다. 그것은 누구와, 아무 때나, 의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밤나무 아래서 이발을 할 때에만 찾을 수 있는 幸福이기에…
 
“집에(이발사) 어른(아버지) 나이가 몇이나 되노?”
“올해 예순 다섯입니다”
“허~허 안주(아직) 아(어린)네?
“예~ 예?!”
이발사는 한동안 있다가 미소를 머금는다.
老父의 나이는 여든 후반 정도… 이제 이발도, 면도도 요령을 터득하여 속도가 붙었지만, 면도를 가위로 하기란 역시 힘들었다. 
“자네는 머서마가 몇이나 되노?
老父가 다시 물었다.
“머서마는 네 명입니다”
“아~따야~~ 마이도 낳았네~~~”
“머서마도 네 명이지만, 딸도 네 명입니다”
“에~헤이~~~”
“큰 머서마는 군대 갔고요. 딸들은 대학상, 고등학상, 중학상, 젖 묵는 아까지  많~심니더~ 제가 올해 나이가 오십입니더”
 
老父는 이발사의 거침없는 답에 대단하구나 하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발사 자신도 사실이 아닌 것을 자신 있게 말하고서 내심 웃었다. 老父와 이런 對話아닌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재미가 있었고, 또한, 한 번 두 번이 아니었다. 
 
老父와의 대화 내용은 몇 가지 정해져 있었다. 사는 곳, 가족관계, 하는 일, 나이 등 대략 한 달 간격으로 같은 질문을 하였고, 老父의 진지한 질문과는 달리, 답변은 조금씩 달랐다. 
 
언제부터인지 영감님과 농담섞인 대화는, 밤나무 아래서 老父와 이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노부의 진지함에 장난기 있는 답변이, 이발사에게는 한층 재미가 있었다.
 
 老父는 “고맙네!! 잘~가세”하시면서 불편한 허리를 손으로 집고서 마당을 떠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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