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 순변사 이일(李鎰)로 하여금 선발대를 이끌고 일본군을 막도록 하였다. 이일은 당초에 도성에서 3백명의 병력을 선발하여 이를 거느리고 출전하려고 하였으나, 모병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예정일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에 겨우 6십여명의 군관(軍官)만을 이끌고 현지로 출발하였다. 뒤이어 신립(申砬)을 삼도순변사로 임명하여 이일의 뒤를 따라 중로로 내려가 일본군을 저지하도록 하였다.
 이 일은 상주 부근의 백성 8백여명을 모아 방어군을 편성하였으나 4월 24일 선산에서 상주로 진출한 일본 선봉대에게 급습을 당하였다. 군사적인 훈련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오합지졸인 이일부대는 일본군의 기습공격 앞에서 변변히 대항조차 해보지 못한채로 궤멸되고 말았다.
 상주를 점령한 일본군은 이어 문경을 점령한 후 조령을 넘었다. 이로써 일본군은 사실상 경상도 전역을 장악하고 충청도로 진입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조령을 넘은 일본군의 제 일군 1만5천여명은 4월 28일에 충주남쪽에 도착하였다. 조선군측에서는 삼도순변사 신립이 8천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하는 탄금대로 나아가 배수진을 쳤다. 충주성에 진입하려고 북상하던 일본군은 탄금대의 신립군과 접전을 벌이게 되었다. 일본군은 탄금대를 삼면에서 포위공격하였다. 신립군은 병력과 무기가 일본군보다 열세할뿐 아니라 전투지역이 습지였기 때문에 수렁에 말발굽이 빠져 기병의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끝내 전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이에 신립은 전군에 최후공격을 명하여 일본군을 무찌르다 마지막 순간이 닥치자 남한강으로 투신하여 자결하고 말았다.
 충주 전투에서 신립군을 궤멸시킨 일본군 고니시 부대는 이날 저녁 충주성에 무혈 입성한 후, 이튿날인 4월 29일에 충주에 도착한 가토부대와 합류하여 파죽지세로 조선의 수도 서울을 향해 진격하였다. 이에 조선 조정은 국왕의 서도(西道)피난을 결정하고 4월 30일 새벽 북행길에 올랐다.
 일본군은 북상을 거듭하여 6월 8일에 제 일군이 대동강 남안으로 진출하였다. 이에 선조는 의주로 피난하고 윤두수 등이 평양성에 잔류하여 그 방어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일본군이 모란봉을 점령하고 평양성을 압박하자 조선군은 성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의주, 영변, 순안 등지로 후퇴하였다. 성이 비어 있음을 확인한 일본군은 6월 15일에 평양성에 입성하였다. 평양성은 이로부터 이듬해 1월 9일에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탈환할 때까지 근 7개월동안 일본군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다.

 ○ 진주성 제 1차 전투
 1592년 5월 하순. 김해를 거점으로 장악한 일본군은 창원으로 나아가 전라도로 진입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또다시 남해연안을 따라 바다와 육지를 동시에 진격하는 작전을 전개하려 했으나 이러한 기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7월에 있었던 한산도해전에서 큰 타격을 입은 그들 수군이 해상활동을 중지한 때문이었다. 이에 일본군은 7월 하순부터 육로를 통해 서진하여 진해, 고성을 점령한 다음 8월초에 진주로 육박하였다.
 이 무렵에 일본군은 진주성을 공략하려는 준비를 대대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었다. 일본군은 수군의 연전연패로 말미암아 남해안의 해안거점 확보가 곤란하게 되자 육로로 서진하여 해안거점과 전라도의 진입로를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8월 중순부터 한성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일부를 김해로 남하시켜 진주성 공격을 준비하였던 것이다.
 진주성에는 목사 김시민 등이 3천8백여명의 병력으로 결전태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성 외곽지역에는 최경회 등의 의병군들이 지원태세를 갖추었다. 일본군의 주력은 남강을 건너 진주성의 동,서,북 삼면을 포위하고 10월 8일부터 공격을 시작하였다.
 일본군은 사다리와 나뭇단을 성벽에 기대어 놓고 그것을 밟고 기어올라 성벽을 넘으려고 하였으며 바퀴가 달린 삼층 누각을 만들어 접근시켜 놓고 그 속에서 성을 내려다보면서 조총사격을 가하기도 하였다. 성안의 군민들은 목사 김시민의 지휘 하에 총통과 활을 쏘아 적병이 성벽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성벽에 기어오르는 적에게는 돌을 던지거나 물을 끼얹어 물리쳤다.
 10일 새벽에 일본군은 전 병력을 투입하여 총공격을 실시하였다. 일본군의 이 공격으로 동문 방어를 지휘하던 목사 김시민이 유탄에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러나 곤양군수 이광악이 목사를 대신하여 끝내 성을 지켜내었다. 이날 전투는 밤부터 시작하여 새벽까지 계속되었는데 해가 뜨면서 적진영에서 불길이 일어났고 그제야 일본군이 퇴각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1593년에 이르기까지 일본군은 부산-밀양-청도-대구-인동-선산-함창-문경-조령을 연하는 경로만을 근근히 유지하였다. 이로써 한성방면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 주력은 후방 연락 통로마저 차단당할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실 진주대첩은 임진 삼대첩의 하나로 일본군의 사망자는 장수가 3백명, 병사가 1만여명이라 하지만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피해가 매우 컸음은 사실이었다.
 진주성 함락에 실패한 일본군은 호남으로의 진출이 좌절되었을 뿐 아니라 많은 병력을 잃었기 때문에 본국에 허위보고를 하여 책임을 면하기에 급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전력소모와 보급선 차단 및 명나라군사의 참전 등으로 작전에 차질이 빚어졌다. 급기야는 전 병력이 남하하게 되었으며 강화교섭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 조선민중들의 봉기
 일본군이 수도 서울을 점령하자 선조는 서도로 피난길에 올랐다. 따라서 조정의 통치력이 마비되고 전국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다. 6월부터 일본군의 군정이 시작되자 각지에서 무력한 관군의 역할을 대신하여 민간인 군사집단인 의병이 구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조정과 관군이 그들의 생존권을 지켜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음을 인식하고 그들 스스로 궐기하여 자기고장을 지키고 나아가 서 오랑캐인 왜적을 물리쳐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의병은 전직관료와 명망있는 유생들을 주축으로 궐기하였다. 전국방방곡곡에서 ‘신하로서 충에 죽고, 자식으로서 효에 죽어야 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신분의 귀천을 불문하고 뭉쳐서 일본군과 싸웠다.
 일본군이 상주를 점령한 4월 하순에 유생 곽재우가 의령에서 의병을 일으킨 것을 효시로 하여 전국에서 잇달아 일어났다. 이들은 일본군의 발길이 미쳐 닿지 않은 경상도의 서남부 지역과 동부지역 그리고 전라도 일원에서 특히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였다. 그 밖에 충청, 황해, 평안, 함경도 지역에서도 대일 항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의병은 대개 같은 향리의 양반, 농민, 노비 등 신분적으로 양반 계층에서 천민신분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의병들은 지방에서 명망이 높은 사림들을 의병장을 추대하여 이를 중심으로 편성되었다. 사림들은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서로 호응하였다. 특히 학연의 중심지였던 지방의 서원은 의병활동의 중심이 되었다. 사림의 의병활동이 관군과는 달리 향촌의 백성들에게 호응을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점은 향약의 실시와 같이 이미 향촌의 안정에 노력해온 결과였다. 의병 중에서도 곽재우, 조헌, 고경명, 김천일, 정문부 등은 대표적인 인물들이였다. 이들 이외에도 많은 의병이 일어났으며 그 중에서는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과 같은 승려들이 승군을 거느리고 크게 활약하기도 하였다.
 의병은 전란이 일어난 지 열 하루째 되는 4월 22일에 영남의 유생 곽재우가 일으킨 이래 김면, 정인홍 등이 잇따랐다. 이와 동시에 호남에서는 고경명, 김천일이 호서에서는 조헌 등이 의병을 일으켰다. 의병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자 조정은 5월에 의병장을 격려하고 의병을 소집하도록 권장하였다. 조정이 의병을 장려하자 전국적으로 의병의 봉기는 크게 확대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 정월에 의병의 수는 2만2천4백명에 이르렀다. 이러한 숫자는 당시 관군의 4분의 1에 해당하였다.
 의병들은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승리하거나 큰 타격을 주는 전과를 올렸다. 무엇보다도 흩어진 인심을 수습하고 백성의 사기를 높여 전투에 참가하게 한 것과 후방에서 유격전술로 일본군을 교란하게 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군은 예상치 못했던 의병의 활약으로 전략에 큰 차질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임진왜란 초기에 큰 활약을 했던 의병은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차차 변질되어 갔다. 의병들 가운데 여러 가지 폐단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통제할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조정에서는 1592년 말경에 심수경을 의병장으로 삼아 모든 의병을 통솔하게 하였으나 제대로 되지 못하였다. 1593년 명나라의 원군이 도착하면서 총반격을 시작할 때 의병은 군량수송의 임무를 맡기도 하였다. 점차 전쟁의 주도권을 관군과 명군이 잡게 됨에 따라 전란초기와 같은 전투력과 민심수습을 위한 의병의 존재 의미는 점차 상실되어 갔다.
 임진왜란때의 의병은 일본군의 침입으로 국가의 위기 상황속에서 국토방어와 전세의 역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의병활동의 원천은 병력이나 무기, 전술보다도 충성과 의리를 바탕으로 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결사항재의 정신력에 있었다. 그 결과 국가와 인심을 유지시키는 근원이 되었고 임진왜란 극복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 일본군의 후퇴
 임진왜란 발발 직후인 4월 하순에 조선 조정은 요동에 문서를 보내어 일본이 침공한 사실을 명나라에 알렸다.
 그 후, 선조가 평양에 도착한 5월 초순에도 요동에 역관을 파견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였다. 그 후 5월 중순에 임진강 방어선이 무너지자 조선 조정은 또다시 명에 원병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명의 병부상서 석성은 왜적이 조선을 점령하게 된다면 그들은 곧 요동을 침범하고 산해관을 넘어 북경을 위협할 것이라고 역설하여 명군의 조선 출병을 적극 주장하였다.
 한편, 명의 조정 일각에서는 조선이 일본과 공모하였을 가능성을 거론함으로써 조선 출병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명의 조정은 전란이 중국에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동강선에서 일본군의 북상을 저지해야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요동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 가운데 일부를 조선에 파견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1592년 6월 중순에 요동부 총병 조승훈이 명군 3천여명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 조선으로 진군하였다. 그러나 평양성에 주둔한 일본군을 가볍게 보다 패퇴한 조승훈은 장비를 정비해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요동으로 돌아가버렸다.
 명나라는 조승훈 군이 평양성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패퇴하자, 즉시 재출병할 필요성을 절감하였으나 실천에 옮기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경과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