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던 2012년 3월 5일 저녁 나절이었습니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국사 이야기 도중에 무오사화(戊午士禍)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게된 이야기를 실어 봅니다.   
ㆍ 사초(史草)란 무엇일까?
 사초란 실록을 기록하기 위한 기초자료입니다. 사초 작성 직책을 맡은 사관(史官)은 이를 위해 국왕의 일거일동을 보고 기록함은 물론 국왕에게 올라오는 모든 문건도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특수직책 수행자인 암행어사와 지방관의 보고 문건인 장계(狀啓) 등도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사초와 실록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짐은 말할 것도 없이, 국왕이라 하더라도 자신, 즉 당대에 관한 것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왕과 신하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관계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폭군으로 이름난 연산군 때에는 무오사화(戊午士禍,1498년)로 표출 되었습니다. 이 때도 연산군은 실록을 전부 뒤적이지는 못하고 관련부분만 뽑아서 봤다고 합니다. 무오사화란 무오년에 일어난 참혹한 일로 많은 신하와 선비들이 죽음을 당한 일입니다.

ㆍ 김종직과 사림파 그리고 무오사화
 무오사화의 원인은 사초입니다. 이른바 ‘조의제문(弔義祭文)’ 이었습니다. 조의제문은 중국 한나라 때 항우에게 죽음을 당하는 의제(義帝)를 애도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밀양출신인 조선전기 성리학자 김종직이 지었습니다. 김종직이 이것을 집필한 의도는 세조에게 죽음을 당한 단종을 의제에 비유한 것으로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은연중에 꼬집어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종직은 단종 때 처음 벼슬에 나와 성종 때 신임을 크게 얻어 많은 제자들을 조정에 발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를 신진사류(新進士類) 또는 사림파라고 부릅니다. 나중에 본격적인 사람파를 형성하게 됩니다. 김종직은 곧 사림파의 대부인 셈입니다.
 사림파의 ‘사(士)’는 학자적 관료를, ‘림(林)’은 수풀처럼 많음을, ‘파(波)’는 곧 학파를 일컫는 말로, 학자적인 관료집단을 말합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