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홍우 고성문협 자문위원

사람은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부와 명예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도, 언젠가는 죽고 만다.

고통과 삶의 역경을 딛고 일어설지라도,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게 인생이다.

생물은 무엇이던 ‘생로병사’의 생애를 겪는다.

죽음은 삶의 고통에서 건져주는 탈출구가 아니라,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이다.

생명은 신(神)이 주는 것이다.

중병(重病)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아픔을 모른다.

평소 누구보다 건강 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중병을 앓게 되면,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그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평소에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런데 갑자기 뇌졸중이 발생하여 생사를 가름 하게 되었다.

모두들 죽음을 예측했으나, 버젓이 살아남아 이렇게 글이라도 쓰게 되었다.

이렇듯 중병을 앓고 보니, 제2의 생애를 산다고나 할까?

요즘 TV에서 ‘나는 자연인 이다’를 즐겨보는 것도 그 출연자 중에 생사기로에 서서 살아남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월 9일 새벽 5시경 눈을 떴다.

이부자리에서 평소와는 다른 머리의 통증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눈을 뜨면 맑은 기분이 감돌고 지난밤 꿈을 되새기거나, 오늘 할 일을 계획하게 된다.

지난밤 과음을 했거나 속이 좋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겠지만, 그럴 때면 꿀이나 녹차 등으로 속 풀이를 한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머리에서 굉음이 울리는 것이었다.

나는 간혹 이명이 들리는 터라 예사로이 넘기려 했으나, 유독 크게 굉음이 들리기에 좀 이상히 여겨 시계와 달력을 보니 숫자들이 또렷하다.

급히 다른 방의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는 게 손놀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미 손에는 마비가 온 것이다.

이럴 때 단축번호라도 입력이 되었으면 바람 또한 간절했다.

정신없이 아내의 번호를 찾아 눌렀던가 보다.

“아내가 왜 그러느냐?” 면서 어깨를 툭! 치고서야 “내가 좀 이상하니 119에 전화해라” 하고선 쓰러졌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 그 사이 아내는 손끝을 따는 등 난리가 났다.

이윽고 119에서 구급차가 왔다.

들것이 현관 마루에 있으니 그곳까지 나오라지만, 머리는 어지럽고 구토는 계속되어 한발 사이도 엄청 멀었다.

겨우 들것에 들려 구급차에 실려서 강병원에 갔다.

응급 의사가 서서 걸어보라고 했으나, 두어 걸음 중에 넘어진다.

이어 급히 구급차에 실려 가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한참 만에 이정표를 보니 진주로 가고 있었다.

뇌졸중(腦卒中)에 걸린 것이다.

경상대학교 병원 뇌졸중 집중 치료실에 입원되어 MRI를 비롯하여 각종 검사가 시작되었다.

급히 응급실에서 치료가 시작된 것이다.

뇌졸중은 흔히들 중풍이라 일컫는 병으로, 현재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병은 혈관의 노화에서 생기는 병으로 ‘뇌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의 마비, 언어장애, 호흡곤란 따위를 일으키는 증상이 나타난다.
발병 사흘째 되는 날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병실을 옮겨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복도에 걸어가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수가 없다.

휠체어에 의지하던 사람이 마침내 사각 보행기를 이용하게 되고, 나중에는 단독 거치대를 사용하게 되니 점점 나아진 셈이다.

이제는 뇌졸중치료 병동에서 재활 의학과로 옮긴다.

한 주간동안 뇌졸중 치료를 받고 둘째 주부터 재활치료를 받게 되었으나, 갑자기 양쪽 엄지발가락이 부어 통풍 판정을 받고 치료를 하게 되었다.

잠재 해 있던 통풍이 발생한 것이다.

통풍치료로 재활치료에 지장이 많았다.

재활운동은 하루 두 차례 각각 1시간동안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 나중에는 맨몸으로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계단 오르내리기, 균형 잡기, 뒤로 걷기, 스픈지 위에서 걷기 등 다양한 운동 치료를 했다.

언어치료, 젓가락질, 글쓰기 등 다양한 치료도 받았다.

‘나는 걸을 수 있다’는 운동치료실 구석에 조그맣게 써 붙인 표어를 보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고 갔으나, 며칠이 지나자 계단을 이용해 걸어서 가게 되었다.

발병한 지 나흘 만에 메모지에 글을 써보니 마음대로 씌어 지지 않는다.
오른손이 좌우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 홀소리와 닿소리를 바르게 쓸 수 없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글을 쓰지 못하니 처음에는 희망을 잃었으나 점점 나아지고 있다.

3주 만에 퇴원을 하고, 처음에는 집안을 걷다가 마을의 작은 둘레 길을 걸었다.

이제는 아침에 기초운동을 시작으로 오전 오후 하루 두 번 마을 전체 길을 걷고 있다.

하루에 걷는 길이 십리길이다.

처음에는 몸 전체가 흔들려 발끝을 보고 걷다가, 이제는 산꼭대기나 전신주 끝을 보고 걷는다.

다리에 힘이 생기니 걸음걸이가 점점 나아지게 되었다.

이윽고 비틀거리며 돌맞이 아이처럼 걷게 되었다.  

병원 복도 곳곳에는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시간이 생명 입니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다.

만약, 나의 발병을 아내의 발견이 늦었거나 119구급차의 지연, 경상대학교 병원 등 어느 한 곳인들 시간이 지연되었더라면, 나의 생명은 보장할 수가 없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게 된다’ 누구나 다 아는 격언이지만 지키기는 어렵다.

오늘도 찬송가 ‘강물같이 흐르는 기쁨’의 2절을 읊조리며,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되새기면서 걷고 있다.

지인들의 격려 메시지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남은 생애동안을 감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