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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행<德行>은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근본
2020년 05월 01일 (금) 09:24:16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덕은 정치를 선하게 하고 백성을 잘 살게 해주는데 있다.
정치에는 육부<六府>와 삼사<三事>가 있다.
그런데 수, 화, 금, 목, 토, 곡을 육부라 하고 정덕, 이용, 후생을 삼사<三事>라 한다.

육부란 재물이 나오는 여섯 가지 물질적 요소를 말하고 삼사란 인간이 해야 할 세 가지 일을 말한다.

요컨대 여섯 가지 자연의 요소를 잘 활용하고 세 가지 통치행위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통치자의 일임을 천명한 것이다.

수, 화, 금, 목, 토 다섯 가지 요소를 활용 하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기는 성질, 불이 금을 이기는 성질, 금이 목을 이기는 성질, 목이 토를 이기는 성질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통해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것은 요즘 언어로 말하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인간의 오곡이 더해져 여섯 가지 삶의 원천이 되니 그것이 육부이다.

이간사회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다시 세 가지 기본 원칙이 필요하다.

하나는 덕성을 바르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게 하는 것이고 하나는 기물이나 도구를 만들어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고 하나는 누구나 부족한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부를 공평히 분배하는 것이다.

정덕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덕성을 드높이고 도리를 배우는 것이다.
이용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후생들의 복지사회를 구현하여 이루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균형 감각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에도 순서가 있다.
즉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정덕이고 그 다음이 이용과 후생이다.
왜 정덕을 이용과 후생보다 먼저 제시한 것 일까?

기술이나 복지보단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는 금수와 다른 인간의 길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공자는 인간으로서 어진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예악문물제도가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공자는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의로운 정의감으로 예의를 지키면서 시비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로 벗들과 신의를 지키며 살아가는 도덕과 윤리가 있는 사회를 꿈꾸었다.

이것이 곧 금수와 다른 인간의 길이다.
인간이 마땅히 걸어가야 할 인간의 길은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해 있지만 그것을 부단히 개발해야, 부단히 채워나가야 도덕성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중용의 도를 얻기 위해 지<智>, 인<仁>, 용<勇>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즉 선을 택할 줄 아는 지혜를 택하여 오래도록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어진 마음, 부지런히 노력하는 용기를 통해 중용의 도를 배우고 실천해 인격을 완성해 나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신을 해야 하며, 수신을 하기 위해서는 선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자신을 진실 된 인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곧 명선<明善>과 성신<誠身>을 통해 인격을 완성해 나가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도 이런 가르침을 통해 인간답게 사는 문명사회를 건설하려고 노력했다.
남명 조식은 갓 즉위한 선조에게 올린 상소에서 명선과 성신을 통해 군주로서의 사리분별과 도덕성을 충분히 갖추어 만 백성이 모두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아뢰었다.

정덕을 위해 명선과 성신의 공부를 강조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시대 학자들이 세상을 경영한 정신이었다.
그러나 조선후기로 내려와서는 한 시대의 이념이 정덕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이용과 후생을 경시하는 경향이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식량과 도구를 생산하고 이를 유통시키는 농민, 공인, 상인 등은 지식인<土>들에 비해 천대를 받았다.
즉 한 시대의 이념이 정덕만을 중시하는 사고를 견지하여 세 가지 일을 조화롭게 하지 못한 것이다.

덕성을 바르게 하는 일은 어느 시대든 필요하다.
그러나 정덕만을 강조하게 되면 균형을 잃게 되어 교조적 이념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면 그 이념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조선후기가 바로 그랬다.
16세기 사화기를 거치면서 도덕적 실천을 강조하게 되었고 조선후기로 넘어오면서 집권세력은 이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그리하여 주자를 절대시 하는 이념이 등장하였고 지식인들은 그런 사회통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런 질서에 반하면 사문을 어지럽힌다는 명목으로 올가미를 씌워 탄압하였다.
그리고 도덕적 문명주의를 표방하면서 의리를 더 강화해 나갔다.
청나라가 들어서자 조선에서는 대명의리를 표방한 소중화의식이 크게 대두되었으니 바로 이런 시대정신을 잘 대변해 준다.

이처럼 한 사회의 이념이 경직되고 나면 자유로운 사상을 억압할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도 저해하게 된다.
우리는 근세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런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사회가 이렇게 경직되면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들은 경직된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운 사고를 불러일으키는데 주선후기의 실학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연암 박지원은 정덕, 이용, 후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이용을 한 뒤에야 후생을 할 수 있고 후생을 한 뒤에야 그 덕을 바르게 할 수 있다. 기용<器用>을 편리하게 하지 못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스스로 넉넉하게 살기에 부족하면 어찌 덕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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