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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2020년 02월 07일 (금) 11:38:40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지금 세상의 학도들은 학문의 배움을 즐겁게 생각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이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 준비 때문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다보면 새벽이 된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진학 공부에 진을 다 뺀 상태에서 입학하다보니 전공학업에 흥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과제도 가볍게 처리하기 쉽다.

독서와 학문을 생각하기 보다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고 스마트폰을 통해 남의 생각을 가져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학문적 언어의 깊이가 얕고 자극적인 오락물에 민감하게 된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하는 공자의 명언도 이들에겐 당치 않은 소리다.

함양 금반초등학교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경야독으로 이 학교에는 낮에 농사일을 하고 밤에 학교에 와서 교육을 받는 노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문자를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학문을 가르치고 사회적 문화적 학문을 높이고 있다. 공부는 화, 목요일 일주일에 2회 오후 7시30분부터 9시20분 까지 교사들이 번갈아 남아서 가르치는 봉사활동이었다.

이런 일은 위에서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습자는 초급자 5명, 중급자 7명,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였다.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라는 교과서와 교사가 만든 학습지를 가지고 한글공부를 하고 있었다. 글씨가 삐뚤삐뚤하고 받침을 빠트리거나 틀리는 경우도 많았다. 농사일로 고단할 법도 한데 아무도 졸지 않고 웃으며 공부를 하였다. 마침 검사를 맡기 위해 가져온 일기장이 눈에 띄었다. 표상미(78세) 할머니의 일기였다. 이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6월 2일 목요일
오늘은 6월 두째날 일기를 습니다. 날씨도 참 맑고 좋습니다. 한달을 끊어 모아둔 고사리를 오늘 택배차로 서울로 다부쳤습니다. 돈을 마니 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선생님 열심히 해서 꼭 일기를 써보겠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표상미 할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6.25전쟁으로 학교가 없어져 공부를 못했다고 하였다. 비록 틀린 글자가 있고 띄어쓰기와 문장부호의 구사력이 중급반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며 다른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였다.

표할머니의 실력을 가장 부러워하는 이는 노순이(70세) 할머니이다. 그도 그럴것이 받침을 정확하게 적는 수준을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다고 하였다. 누가 이들을 무식하다 하겠는가 싶다. 손자뻘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장 담그기 행사를 직접 시연해 보임으로써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소금과 대추가 발효를 거쳐 좋은 맛을 내는 조미료로 바꾸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어린 학생들의 삶을 좋게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쑥 털털이 만들기도 그렇다. 따로 먹으면 아무 맛도 없지만 쌀가루와 쑥을 버무려서 찌면 새로운 웰빙 한방음식이 만들어진다는 걸 어린아이들이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할머니들 덕분에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며 금반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직접 사례를 들려주었다. 얼마전에 다른 학교에서 한 학생이 전학을 왔는데 욕설을 하더란다. 그런데 할머니들과 행복 행동으로 손잡고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한 학생들이 욕을 하지 않으니 전학 온 학생이 오히려 머쓱해져서 지금은 그 학생이 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학년이 저학년을 도와주고 동생처럼 돌보니 왕따도 없다.

대가족이 생활하는 가정교육의 장점이  이 학교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조부모, 부모, 손자가 같이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배우고 실천하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공부야말로 학원 공부와는 다른 진짜 공부이다. 이것이 바로 할머니들의 삶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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