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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책을 넣고 떠나는 유람객
2020년 01월 16일 (목) 18:31:23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조선조에 그 이름을 떨쳤던 박지원 선생은 양반전을 작성하면서 글 읽는 자를 선비라고 지칭하였다.

우리 선현들이 글 읽기를 얼마나 좋아하는 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비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글 읽기를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의 삶이 평가되었다.
선비는 소인과 달리 책을 가까이 해서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이 되고자 노력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선현들은 주로 어떠한 책을 읽었을까?
율곡의 격몽요걸에 선현들이 읽은 책과 그 순서가 잘 나타나 있다.
선현들은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서경, 예경, 역경, 춘추 등의 오서<五書>와 오경<五經>을 순환 숙독하고 가례, 심경, 이정전서, 주자대전 및 기타 성리서를 정독하여 정신에 젖어들게 하였으며, 역사책을 읽어 고금의 사실을 통달하고 시물의 변화에 주의 깊게 통달 하고자 하였다.

요즈음 넘쳐나는 책에 비하면 몇 권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독서의 깊이와 반복의 횟수는 현대인이 따라가지 못한다.

옛 성현들은 소학에 기록되어 있듯이 경서<經書>를 정밀하게 300번 이상 순환 숙독한 뒤 50번 더 읽어 책을 봉함한 후에 그 전문을 암송하였다.

퇴계의 문하생들이 고문진보와 같은 읽기 어려운 책도 500번 이상 읽어 암송하고자 하였다.
사서와 삼경에 있어서는 평생 동안 그 얼마나 더 많이 읽었겠는 가

선현들은 이러한 독서를 실천하기 위해 개인 서재를 마련하거나 산사에서 집중적으로 독서를 했다.
동경시내 전차에는 숙백명의 승객이 책 한권씩 손에 쥐고 있었다.

칠십이 넘은 노인들은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는 현상을 감상할 때 책의 중요성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청량산 산수유람에서는 주세봉 및 퇴계 이황의 학맥이 흐르고 있다.

주세봉은 청랴안 산수유람기를 처음 남겼고 퇴계는 청량산 기록문을 남겼다.
금난수, 권호문, 신지제, 김중청, 김영조 등은 대학 주역 등을 삼백번 이상 읽었다.
남명과 퇴계를 비롯한 선현들은 독서경향을 쫓아가 심성을 수양하고 학문을 완성하고자 하였다.

독서와 산수유람의 상관성에 대한 중국의 사려를 살펴보자.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한 역사가이다.
그런데 사마천의 학문과 문장과 책을 통해서만 읽고 쫓아가고자 하면 이는 학자에 지나치지 못한다고 하여 유명한 관광지인 장강, 운몽, 동정호, 구의산, 무산, 원수, 삼수, 용문, 태산, 공자유적지 등 주유천하 하였다.

그리고 독서와 산수유람의 상호작용이 이렇게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공자와 그의 제자의 문답은 논어로 표현되어 동양의 고전이 되었다. 효율적인 문답 형성은 유람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문답법과 산수유람의 효용을 공자가 그의 제자와 나눈 대화에서 살펴보자.
바로 중석이 기수에서 목욕을 하고 무<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하면서 돌아오고자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공자와 같은 성인도 요순과 같은 기상을 배우기 위해 산수를 유람하고 즐기며 수양하고자 하였다.
우리 선현들도 공자의 이러한 산수람관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산수유람은 김삿갓처럼 뜻밖의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김삿갓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 시골길을 가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웅장한 정자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고자 했는데 가까이 가니 어린아이가 시원한 나무그늘이 아닌 땡볕에서 책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 가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니 아이의 대답이 김삿갓뿐만 아니라 우리를 깨닫게 한다.
그 아이는 “저기 우리 어머니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저기 우리 아버지가 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 제가 책을 보면서 편안히 나무그늘에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김삿갓이 본 아이처럼 마음을 써서 진심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산수유람도 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것이다.

대학과 예기에는 사람은 일생을 통하여 항상 학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학문은 일생을 통해 항상 학문에 힘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하였다.

학문은 물을 거슬러 배를 모는 것과 같아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學問如逆水行舟, 不進則退>라는 좌종당<左宗棠>(1812-1885)의 말의 말이 있다.
죽어서도 함께 하고 싶은, 평소 즐겨 보는 책을 배낭에 넣고 가까운 산상에 올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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