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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 맛
최시혁 구만면체육회 사무국장
2019년 11월 22일 (금) 15:46:52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현관문을 열자 된장 냄새가 살포시 코 끝에 와 닿는다. 마루문에 있는 문을 열면 된장찌게는 집안 가득하다.

특히 아침이면 된장찌게 냄새는 신선한 아침 공기를 타고 입맛을 더 자극한다.

어머니의 된장찌게는 밥솥에서 따뜻한 밥과 함께 만들어 진다.

밥을 할 때 마다 툭배기에다 찌게 요리를 만들어, 밥과 함께 된장 찌게가 완성되고, 구수한 된장찌게 냄새는 온 집안을 메운다.

갓한 밥과, 된장. 그기에 국물 김치, 이 세가지면 아침 식탁은 수라상 부럽지 않다.

어머니가 만든 이 세가지를 너른 양푼이에 넣어서 비비면, 어머니의 손맛을 제대로 탐닉할 수가 있다.

그 어머니의 손맛은 단순한 손에서 나온 맛이 아니다.

어머니의 정성과 굵은 땀에서 나온 어머니의 사랑의 맛 아닐까.

우선 된장과 국물 김치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자.

된장의 원료는 흰콩, 된장 콩이다.

봄이 무르익을 4월 중순이면 밭에 흰콩을 심는다. 일구어 놓은 밭에 한,두알 심어 놓은 콩은, 봄비를 맞으며 파아란 싹을 내민다.

5월 중순이면 싹은 넙적 입사귀를 한들거리며 봄바람에 나부낀다. 집앞 밭이 푸른 콩 밭으로 변하면 어머니는 한시름 놓는다.

6월 초 여름이면 콩 밭의 고랑 사이로 풀이 자라있다. 아침과 오후에 어머니는 밭에서 이 불청객을 제거하는데 여념이 없다.

따끔한 가을 태양에 콩 잎은 누렇게 시들어 가고, 콩 익는 소리가 나면, 콩 타작이 시작 된다. 도리깨질에 톡톡 튀어 나온 누런 콩은 반듯반듯 모습을 나타낸다.

가을 태양에 마주한 앞 마당에 널어놓은 메주 콩은, 어머니의 손길을 수없이 거쳐서 자루에 담겨진다.

대문 옆 감나무 맨 위가지에 걸려있는 홍시가, 초겨울 바람에 외로이 떨고 있을 무렵 마당 구석에 자리한 가마솥에서는 메주콩 삶는 냄새가 가득하다.

메주는 콩을 삶아 찧어서 뭉친 것으로, 따뜻한 방에서 15일 정도 발효 과정을 거쳐서 햇볕에 말리면, 간장 된장의 주 원료가 되는 것이다.

지금 까지는 어머니의 정성과 땀이고, 어머니의 손맛은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찬바람 불던 겨울에 담가 두었던 메주는, 이듬해 정월에 천일염으로 간장을 담근다. 어머니의 재래식 된장은 이런 여러번의 숙성과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어머니 표 된장으로 변해져 간다.

봄 부터 시작한 어머니의 콩에 대한 정성은, 된장이라는 소중한 결과물이 탄생 되었고 앞마당 장독대에는 어머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간장과 된장 단지가 나란히 있다.

된장 찌게와 환상의 궁합을 연출하는 열무 국물 김치 또한 어머니의 역작이다.

김치가 세계5대 건강 식품인 것은, 요구르트와 같이 유산균 발효 식품이기 때문이다.

국 김치(열무로 만든 국물 김치)도 상온에 약 일주일 정도 익혀야 국물 김치의 제 맛이 탄생된다. 어머니는 그 맛의 비법을 잘 아셔서 적당히 발효를 시켜 놓는 것이다.

항상 냉장고에는 김치와 국물 김치는 자리하고 있다.

오늘도 어머니의 맛은 식탁에 가득하다. 냉장고 문을 두어번 열고 뚝딱, 뚝딱하면 만들어지는 맛 같지만, 그 맛은 언제나 한결 같다. 진 맛이다.

나는 오늘도 그 맛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래서 건강하다.

어머니는 올해로 미수(米壽 88세)이시다.

허리와 다리가 불편하여 걷는 것이 힘들어 유모차에 의존하고 계시지만, 정신과 기억은 총명하시다.

아직도 김치와 된장 찌게의 맛을 가늠하시는 걸 보면 대단하시다.

어머니가 만든 명품 된장찌개와 열무 국물 김치는, 내년에도 계속 되리라 확신한다.

겨울이 앞 마당에 와서 노닌다.

마당 앞 아궁이에서는 콩 삶는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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