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5시, 오늘도 집사람의 휴대폰이 잠을 깨웁니다.
 천근 만근 또만근(千斤萬斤又萬斤)같은 무거운 눈꺼풀을 있는 힘을 다하여 들어 올리며 일어납니다. 손목운동을 많이 한 다음날은 일어나지 못하지만 오늘은 옷을 갈아입고 남산에 가기 위하여 집을 나섭니다. 겨울에 남산에서 새벽운동을 한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겨울은 일조시간이 짧기 때문에 새벽에 도로주위나 어두운 곳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남산은 사계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운동하기에 안전하고 좋은 곳입니다. ‘세종인쇄사’의 이도생 형님은 남산은 보약(補藥)이라고 하십니다. 적절한 표현입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저의 동창(同窓)은 제가 새벽에 남산에 다닌다고 하니 영감(令監)이 되었다고 놀리기도 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남산은 우리 군에서 많은 투자를 한 후로 사계절 경치가 아름답고 많은 군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名所)이며 남산을 방문하는 외부인들도 좋은 평가를 아끼지 않는 곳이며 성공한 정책(政策)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집을 나서니 차가운 새벽공기가 얼굴을 때리며 정신이 들게 하여줍니다. 골목을 지나가니 우리들이 사는 냄새와 소리가 납니다. 서외 오거리로 나오니 가로등이 밝게 거리를 비추고 있으며 택시는 손님을 찾아 다닙니다. 그리고 우리의 쾌적한 환경을 위하여 청소차와 환경미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춥고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려보며 군청 쪽으로 이동합니다. 군청 당직실에는 불이 켜져 있으며 당직자가 정 위치에서 근무에 열심인 모습이 보입니다. 군청 앞 사거리 편의점 주위로 신문과 우유를 공급하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새벽의 찬바람 속을 달립니다. 모두 열심히 사시는 분들입니다. 공룡시장(구시장)은 어둠에 잠겨있고 ‘고성손두부’ 공장에는 신선한 두부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성사거리를 지나니 ‘고우낚시점’의 문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아 운짱형님은 남산으로 올라가신 것 같습니다. 맞은 편 2층을 보니 동창생인 김송숙이 운영하는 ‘마이더스’ 가게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올라가니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생생한 삶의 현장입니다. 다시 영은주유소를 지나 성실하고 부지런하신 김명갑 형님이 운영하는 ‘금화용역’에는 벌써 사람소리가 납니다. 올라가며 왼편에 ‘고성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가 보입니다.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하여 정성을 다하여 도와 주셨던 “경북자전차 사모님”, “웅이형님 어머님”, 염(殮)을 해주신 “김목사님”을 생각하며 혼자계신 아버지의 든든한 버팀목이신 교회의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올라갑니다. 오른쪽에는 성실한 김종수 친구의 집이 보입니다.
 비석거리를 지나 보광사 입구의 300년 되었다고 하는 소나무는 어릴 때 그네를 탔던 소나무로 300년 후에도 남산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볼 것입니다. 벌써 내려오는 분들이 보입니다. 정말 부지런하신 분들입니다. ‘보광사 대웅전’ 앞에 도착하니 독경(讀經)소리가 산을 울리고 참배(參拜)하는 분들의 신발이 보입니다. 신도는 아니지만 합장하고 살아온 날들에 대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고 질책하며 다짐도 하여봅니다. 그러나 돌아서면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항상 안타깝습니다.

 다시 올라갑니다. 참전용사위령탑 근처에서 아버지 친구 분인 김용전 아저씨가 내려옵니다. 인사를 드리고 지나가면 몸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수호지(水滸誌)에 나오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 잡았다고 하는 무송(武松)을 한주먹에 항복 시킬 분입니다 오른편에는 철 이른 개나리가 불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니 고성군청에서 퇴직하신 백발의 장영기 아저씨가 내려옵니다. 남산의 산신령(山神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르까프’ 조명도 형님 아버님 산소를 지날 때면 춥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슴우리에서는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하얀 사슴이 울타리와 힘자랑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토선생(兎先生)은 간(肝)을 청소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돌아가니 팔각정이 보이고 삼삼오오(三三五五)짝을 지어 대화를 나누며 내려오는 분들이 보입니다. 팔각정에 이르니 20여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맞추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몸을 풀면서 바다를 내려보니 어둠속의 한려수도와 불빛이 낮과는 다른 풍경을 제공하여 줍니다.

 5시50분 하산할 시간입니다. 조금 빠르게 걸어서 내려갑니다. 낯익은 분들이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등기소 앞 사거리에는 조선소에 출근하는 분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며 대형버스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분들은 고성과 국가발전의 동력을 제공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작년 1월에 비하여 출근하는 분들이 숫자가 확연히 준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조선업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많은 고성군민의 바램입니다. 부지런하신 ‘현대이용원’의 윤연섭 형님 가게는 벌써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공룡시장에는 채소등을 판매할 물건을 실은 차에서 물건을 하차하고 있으며 채소가게 반찬가게 생선가게는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입니다. 오늘은 시장을 보는 날입니다. 아침이나 휴일에 시장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명태 미역 호박 두부를 샀습니다. 명태국에 된장찌개를 생각하니 식욕이 일어납니다.
 시장을 나오니 ‘과일가게’ 최귀만 후배도 손님 맞을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다시 서외 오거리로 돌아오니 조선소에 출근하는 분들을 위하여 따뜻한 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고마운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6시20분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지 방에도 불이 꺼져있고 거실에서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며 깊은 책임감에 빠집니다. 주방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집사람은 저에게 있어서는 소하(蕭何), 장량(張良), 한신(韓信), 100명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