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백인걸(1497~1579)은 수원 백씨로써 자는 사위<士偉> 호는 휴암<休庵>으로 한양에서 태어났다. 충숙<忠肅> 文敬>의 쌍시호로를 받은 인물 중의 인물이다.

23세에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를 스승으로 추앙하여 그의 집 근방에 처소를 마련해 성리학의 학문을 전공으로 배우면서, 특히 구용<九容> 구사<九思>를 위주로 정신수양 했다. 35세에 생원시에 합격하고 41세에 문과급제에 합격했다.

42세에 성균관 학유<學諭>를 지내고 45세에 예조좌랑<禮曹左廊>이 되었으며, 그 다음 달에 전라도 남평 군수에 이직되었다. 그 4년째에는 전라도 관찰사 송인수의 보고에 의하여 청백리<淸白吏>가 되었다.

조선조에 청백리라 함은 첫째 청백해야 하고, 둘째 근검해야 되고 셋째 후덕해야하고 넷째 인의를 지켜야 하고 다섯째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 “백성들로 부터는 청렴하고 정결하며, 더러움이 없으니 백<白>이오 백성 사랑하기를 자식같이 하니 인<仁>이며 사람들 위에 높이 뛰어났으니 걸<傑>이라 하네”라는 그 당시 성명찬양의 노랫말을 낳았다. <휴암 연보 49쪽> 그 후 휴암은 사현부 지평<持平>을 거쳐 사간원 헌납<獻納>에 보임되었는데 당시 을사사화를 촉발하는 문정왕후의 밀지사건을 보고서는 그 부당함을 주장하다가 파직되었다.

또 그로부터 2년 후(1547)에는 양재역 벽서사건<良才驛 壁書事件>에 연루되어 함경도 안변<安邊>에 유배되었다. 4년 후 55세 되던 해 석방 되었다. 이후로는 파주에 거주하면서 윤원형의 정치세력이 끝날 때까지 15년간 성리학을 탐구했다. 이 때 제자로서는 우계 성혼<牛溪 成渾>과 율곡 이이<栗谷 李珥>가 유명하다.

정계에서 퇴출된 지 20년의 세월이 흐를 무렵 문정왕후가 별세하고 윤원형의 세도가 종말에 이르자 휴암은 다시 정계에 복귀되었다. 즉 69세(명종 20년)에 승문원 교리<校理>에 임명되었으나 사양하고 파주로 돌아갔는데 명종임금은 또 양주목사에 명하니 7개월 정도 근무하였으며 휴암 71세 되던 해 명종이 승하하고 16세의 어린 선조임금이 즉위한다. 이 때 그에게는 중훈대부, 통훈대부, 통정대부 등의 품계가 이어졌고 홍문관, 부교리, 직제학, 경연시독관, 참찬관, 승정원 동부승지, 충추관, 수찬관 등에 제수되었으며 곧이어 대사관이 되어 인선왕후 수렴청정의 정지를 주청하기도 했다.

그 후 정계를 완전히 물러나는 75세까지 제수 받은 관직은 동지중추부사, 동지의금부사, 동지경연춘추관사, 공조참판, 병조참판, 형조참판, 홍문관 부제학, 대사헌 등이다. 사후 선조36(1603)에는 청백리<淸白吏>로 평가받았고 전라도 남평 봉산서원과 파주 용주서원, 파주 자운서원, 파주 파산서원 등에 제향하고 있다.

대의<大義>와 중화<中和>의 가치관 휴암이 살았던 16세기 전반의 정국은 평화롭지 못했다. 특히 1519년의 기묘사화와 1545년 을시사화는 학행을 전공하는 선비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었다. 그러한 난세를 당해서는 옳고 그름의 보편적 가치를 드러내기가 힘든 것이다. 만일 바른말을 일삼다가는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휴암 백인걸은 스승 조정암이 보였던 것처럼 을사년에는 생명을 걸고 정론을 피력하고 있엇다. 이른바 소윤<小尹>일파가 대윤<大尹>일파를 제거할 당시 문정왕후의 밀지가 내려짐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사람도 감히 말하지 못했지만 휴암은 홀로 그 간관<諫官>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듯 의연하게 직언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휴암이 보인 대의<大義>의 가치추구는 더욱 뚜렷해지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사신<史臣>의 평론으로 이어진다. 백인걸은 분발하여 자기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낯빛을 바로하고 직언을 하였으니 비록 그의 말이 조금도 시행되지 않고 곧바로 죄를 받아 배척되기는 하였으나 여러 신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올바른 사람들의 기상을 씩씨갛게 하기에는 넉넉했으니 세상에서 이러한 행동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명종실록 즉위년 8월 23일 계축<癸丑>

사신왈<史臣曰>) 이처럼 생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밀지 행위를 비판했던 그의 남다른 태도는 정당하게 평가되고 있었던 것이다. 즉 그 당시의 사람들에 있어서나 그 이후의 사람들에 있어서나 공히 생사를 넘어서는 올바른 즉 대의<大義>의 발현인으로 칭송되었다는 성현에 가까운 휴암 백인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