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이다.
 옛날 새해의 첫날로 지켜오던 조상의 관례를 보아도 오늘날 신정과는 그 의미가 다른 바가 크다. 새해의 첫날이 아닌 전통에 담겨 있는 조상의 깊은 뜻을 되새기며 설을 맞이하자.
 1895년 11월 17일에 조정에서 양력을 사용하기로 하고 새해 1월1일을 기하여 연호를 건양이라고 새로이 제정하여 공포한 이래 한때는 정책적으로 신정 1월 1일을 구정인 설 명절보다 중히 여기는 때도 있었다.
 당연히 이중부담이라는 폐단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설날을 우리나라 큰 명절로 신정과 그 의미의 혼돈에서 구분하기에 이른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 하겠다.

 큰 명절 설이란 어원을 찾아보자. 현재 우리나라 예학을 가장 깊이 연구하고 있는 한국전례연구원 관계자는 “설”이란 봄이 오는 날을 봄이 선다고 입춘(立春)이라 하듯이 “설”이란 어원은 새해가 서는 날(入歲日)이라는 뜻으로 “설”이라고 된 것으로 믿는 다고 한다. 또 “설”을 “사리다, 삼가다(愼)”의 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또 몇 가지 다른 설도 있으나 이 두 가지를 되새겨 보아도 우리 조상들의 설을 맞이하는 의미를 달리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해가 서는 날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의 심성은 신정이던 설날이던 같은 점도 있겠으나 우리의 설날은 그 격조와 마음가짐에서 신정과는 현격히 다른데 가 있다.
 특히 우리의 설을 맞이하는 격식에는 설 전날 밤에도 지나간 해에 보살펴 주신 은혜를 감사하는 뜻으로 어른을 찾아뵙고 “묵은세배”라고 하여 큰절을 드림으로서 설맞이가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한해를 아쉬워하면서 되도록 잠마저 삼가며 새아침을 마지하면 아이들에게는 고운 설빔을 차려 입히고 어른들은 몸과 마음을 단정히 가다듬은 후 집안 어른에게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마음에 담아 간직하고 차례를 지내는 엄격한 격식으로 공경의 예를 정중히 갖추어 경건하게 설 명절을 맞이했다.

 다음으로 되새겨 보아야할 것은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소홀했던 사랑의 나눔으로 풍성한 명절이었다. 집안 어른, 동네 어른, 스승, 선배에게 세배를 드리는 것은 물론 타지에서 들어와 외로운 타성받이 마을 외곽의 어른들도 빠짐없이 찾아뵙고 세찬·세주를 드려 공경하는 예를 갖추었으며, 대보름까지 온 마을 사람들이 화합하여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 풍성한 사랑과 즐거움을 나누었다.
 이제는 세태가 많이 변하여 현재는 도시화 문화 속에서 옛 격식대로는 도저히 못하지만 그 의미만은 되살려 현재에 맞는 방법으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 감사하고 함께 더불어 기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나눔의 행사가 오늘날에도 많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밀집한 도시주거공간 속에 묻힌 소외된 이웃을 군민 서로서로 찾아보는 일이란 매우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 그들을 도우고 있겠지, 시 복지과나. 부녀회에서 찾아보고 있겠지 하면서 지나치고 마는, 우리는 어쩌면 1964년 대도시 뉴욕에서 있었던 “제노비즈(Genovese)의 경우처럼 방관자들로서 사는지도 모른다는 뉘우침을 이 좋은 설날을 맞이하면서 가져 보면 좋겠다.

 키티 제노비즈라는 여성이 대낮에 자기 아파트에서 30분 동안을 쫓겨 다니다가 결국 칼에 찔려 살해당할 때까지 아파트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38명의 이웃 중 어느 한 사람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와 준 사람이 없었다.
 경찰에서 조사해본 결과 그 주민들은 모두가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신고 해주겠지, 도와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주위에는 이런 방관자들이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적어도 예로부터 불리어온 동방예의지국으로의 자부심과 긍지를 저버리지는 않으리라 생각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가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은 고이 간직하자는 것이다.
 설, 이 좋은 명절을 맞이하면서 이웃을 배려하고 서로 아끼던 우리 조상 전래의 아름다운 미덕을 현대적인 이웃 사랑으로 챙기지 못하는 방관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자칫 지나치기 쉬운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다 같이 즐겁고 행복한 설을 맞이하면 좋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