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왕릉주변을 살펴보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동물들을 배치하고 있는데 무인석과 문인석 사이에서 절하는 모양으로 서있는 석마는 체구가 다소 작은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교통수단은 물론 능과 묘에 계급적 신분을 상징하고 신성시 하는 특징도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말을 마을의 나쁜 일을 막는 수호신의 상징물이며,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하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대표적인 예가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된 고성군 마암면 석마리 당산나무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마신, 마장군 이라고 불리는 석마와 과거전쟁에서 방패역할을 한 우리고장의 동해면 철마산성의 철마와 석마를 먼저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말은 농경이나 전쟁에서 필요한 현실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정신세계와 일상적인 의식에서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1973년 경주 황남동 고분 155호분 발굴시에 출토된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에서 우리 조상들의 말에게도 인간과 유사한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은 정신세계가 역력히 나타난다.
 말(馬) 다래라고 불렀던 장니((障泥)는 과거에 말을 탈 때 이용하던 장신구의 일종이다. 말 에탄 사람의 옷자락에 흙덩이 튀어 묻지 않도록 안장을 얹기 전에 말의 배에 양쪽에 깊게 늘어뜨리는 배의 가리개를 말하는데 격구나 마상재 그림에서도 장니의 존재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동안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장니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바로 경주의 천마총 고분이 발굴되면서이다.

 천마총은 신라 22대 지증왕의 무덤으로 지정되는 경주 황남동 155호 고분군이다.
 고분의 크기는 지름 47m, 높이 12.7m 규모로 1973년에 발굴되어 국보로 지정된 천마도 금관 및 11,209점의 부장품이 출토 되었다. 유물중 순백색의 말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장니가 출토되어 천마총이라는 이름이 붙어졌으며, 발굴이후 고분 내부를 복원해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가로 75cm, 세로 53cm, 두께 6mm로 만든 천마도 장니는 천마총의 출토품 중 가장 우리를 놀라게 한 유물이다. 발굴될 당시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놀라게 했다.
 천마도에 그려져 있는 장니는 수령 50년 이상의 자작나무껍질 47겹을 겹치고 다시 입히고 종횡 사선으로 가죽을 덧대어 만들어졌다. 천마도 장니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졌다는 제작 특성뿐 아니라 다른 유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화적 예술 가치와 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장니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천마는 다리 앞에 고리모양의 돌기와 혀를 내민듯한 입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신성한 기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흰색의 천마는 동물의 신을 의미하며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하늘세계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신라 사람들은 왜 하필이면 자작나무 껍질을 사용하였을까 또 함께 발견된 금관은 왜 나뭇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위에 둥근 옥과 나뭇잎 형상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하는 해답은 천마도 장니의 주재료인 자작나무의 특성을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자작나무는 북방의 기마 민족이 섬겼던 신성시한 나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북방 민족이 자작나무를 신성한 나무로 섬겼던 이유는 잎이 넓은 나무 중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에도 살아갈 수 있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따라서 나무가 귀했던 추운 지방에서도 잘 자랐던 껍질이 하얀 자작나무는 성스러운 존재로 보호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보 20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천마도 장니에 그려진 천마도는 지금까지 회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 고 신라시대 그림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고 신라 시대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장니에는 채색을 하여 능숙한 솜씨로 천마를 한가운데 두고 테두리는 흰색, 붉은색, 갈색, 검정색의 넝쿨모양이 사방으로 그려져 있는데 세련된 조화와 예술적 기품을 보여주고 있다.
 천마도 그림의 특징을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하늘을 나는 모양이고, 또 하나는 인동당초 모양의 그림이다. 인동당초 문양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아시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서아시아에서 발생한 문화가 많이 있는데 고구려를 통해서 전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천마는 고구려 벽화에도 덕흥리 고분에도 똑같은 말이 발견 되었다.
 천마지상이란 글귀도 나와 천마가 확실함을 말해 주고 있으며, 신라와백제 모두 역사자료가 거의 없다.
 천마총을 비롯한 경주의 유적은 2007년 유네스코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우리에게는 문화적 자긍심과 지구촌 세계인들에게는 경이로운 한국문화의 역사를 각인 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천마총에서 발굴되어 국보로 보호되고 있는 장니는 역사를 이해할 가치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는 다양한 마(馬)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