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에서 시설원예농업(하우스농업)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영오면. 최근 영오면 오동리 오동부락 일원에 비닐하우스로 인해 농가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이곳은 애호박, 딸기, 돼지호박, 수박,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가들이 밀집되어 있다. 대부분 낮은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최근 한 농가에서 파프리카 재배를 위해 높이 약 7m 가량의 대형 비닐하우스 설치를 추진하자 인근 소형비닐하우스 농가들이 반발 하고 있다.

이유는 대형 비닐하우스를 키가 낮은 소형비닐하우스 중간지점에 설치하면 일조량 부족해 소형비닐하우스 농가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우스농업은 일조량이 제품생산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인데 대형 비닐하우스로 인해 일조량이 감소된다고 소형 비닐하우스 농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동부락 주민 10여명은 영오면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대형 비닐하우스 설치 지점에 이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비닐하우스 설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유리온실을 제외한 비닐하우스 설치는 허가나 신고사항이 아니여서 농사일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비닐하우스는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요건 자격을 가춘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인 것으로 나타나, 이들 소형 비닐하우스 농가들의 반발은 메아리로 그치고 있다.

급기야 장영권 영오면장이 나서 대형비닐하우스 농가와 소형비닐하우스 농가 10여명을 모아 중재안을 마련하려 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됐다.

이곳에서 애호박 비닐하우스를 하고 있는 A씨(75. 오동부락)는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이제 남은 건 비닐하우스 하나다. 불편한 몸으로 애호박을 재배하면서 생활하고 있다”면서“이곳 한가운데 높은 빌딩 같은 대형 비닐하우스가 들어선다면 인근 작은 비닐하우스는 다 죽는다. 대형 비닐하우스에 가려 햇볕이 들어 올수가 없다. 생각을 바꾸어 우리와 키 높이가 같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B씨(62)는 “같은 농민끼리 상생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자기혼자 살겠다고 주변 피해는 아랑곳 하지 않는 다는 건 말이 안된다. 매일 보는 이웃인데 법적 하자 없다는 이유로 이웃을 벼랑끝으로 내 모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형비닐하우스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C씨(62)는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귀농 2년차 농가다. C씨는 “파프리카 특성상 하우스가 낮으면 과일이 빨리 익는 등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면서“50%이상 상품이 나와야 하는데 지난해 제대로 된 가격도 받을 수 없었다. 이는 하우스가 낮아 이런 현상이 생겼다. 때문에 높게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다양하게 부지를 알아보던 중 마침 이곳에 적당한 부지가 나와 선택했고 일조량도 적당할 것 같았다”며“인근 농가들의 걱정도 알고 있다. 다만 비닐하우스 간격이 10여m 떨어지기 때문에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없는 것이 안타깝고,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더 안타까운 심정이다”고 말했다.

양측 농가들의 주장이 나름 설득력은 있어 보이지만 한적한 시골마을에 농민들의 주 소득원인 비닐하우스 설치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어 갈등의 골만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