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좋은 교육과정과 많은 교사가 교육하고 있음에도 왜 인성교육이 잘 되지 않을까. 오늘도 청소년 문제는 끊이지 않고 비행과 폭행은 매일 뉴스에 오르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환경적으로 보면 건전한 매체보다 폭력 외설적 영상물에 노출 되어있고 학생들의 놀이 또한 예전의 집단적 활동 놀이가 아닌 전자오락이나 게임을 혼자 하다 보니 친구의 소중함을 알 기회가 없으며, 학교에서는 전인교육보다는 점수 위주의 입시교육 풍조가 주류를 이루고, 학습자는 사교육으로 인하여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적으로 보면 1998년 IMF 사태 이후 붕괴된 가정이 많고 경제적 빈곤 맞벌이로 인한 가정의 공백이 학생들을 정서적 불안정을 야기 시키고 이로써 잘못된 또래집단과 어울리는 원인이 되었으며,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는 이러한 자녀와 소통 할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 

이처럼 학생이 억압되고 불만이 가득한 상태에서는 인성교육이 불가능하다. 이들의 가슴은 항상 공허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바른 인성을 가지고 성장하는 학생도 있다. 이들은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가족끼리 소통하고 작은 어려움도 이야기하여 서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할 때 학생들은 안정적인 인성을 갖게 된다.

퇴근 후 피곤한 가운데서도 부모들께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면서 자신감에 만족하도록 하는 동시 옛 성현의 이야기를 자주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바쁜 사회생활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양로원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하거나 부모의 직장과 직업을 체험하게 하는 활동은 자녀들이 정체성을 가지고 부모의 노고를 이해하도록 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족이 같이 여행을 떠난다든지 캠프 활동을 통하여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한 해법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나, 과도한 공부 억압은 풍선처럼 어느 한쪽으로 튀어나가게 한다. 또래 아이들끼리 축구나 야구, 전통놀이 또는 적절한 집단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억압을 해소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구례 운조루는 1776년 유이주가 건립한 조선시대 양반 가옥이다. 이 고택에는 특이하게 쌀 두가마 반이 들어가는 통나무 쌀뒤주가 있는데 이 뒤주아래 쌀을 퍼내는 구멍 마개는 타인이 열어도 된다. <他人能解>라는 붓글씨가 쓰여 있다. 이 뒤주는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주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하여 나눔을 실천한 통로였던 것이다. 이것은 없는 사람의 입장까지 고려한 창의적 적선가로 돋보이는 자선가가 아닐 수 없다. 

또 운조루 주인은 집 앞 2만여 평의 논에서 쌀 200여 가마를 추수하여 그 중 36가마를 끼니 마련이 어려운 이웃에 나누어 주었다. 유이주는 300여 년 전에 나눔을 그렇게 실천 했지만 농토 꽤나 있고 밥술이라도 먹는 농민들은 그 집 쌀을 퍼가지 않았다고 한다. 

경주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선비가 있었다. 경주 최부자 고택은 오늘도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만석군 부자로 12대 402년 내려온 최부자집은 1대 최진립 선생으로 시작하여 12대 최순 선생까지 명문가로써 또 거부 부자로써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고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대주었으면 해방 후에는 현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학교 건립에 재산을 희사하여 육영사업에도 참여하였다. 

이 가문에 내려오는 6훈중에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1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라는 집안의 지침은 돈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려와 나눔이 무엇인지를 후대에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