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고조유방(高祖劉邦) 11년에 조(趙)나라 정승(政丞)이였던 진희(陳稀)가 군사를 거느리고 한(漢)나라 국경에 진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조유방이 대군을 이끌고 나아가 진희를 토벌하여 물리치고 한나라에 돌아오니 회음후(淮陰侯)벼슬에 있던 한신(韓信)이 수도권에서 거병(擧兵)을 꾀했다는 여후(呂后)와 소하(蕭何)의 모략에 걸려 장락궁(長樂宮)에서 비명의 죽음을 당했다.
 이윽고 유방은 진희(陳稀)를 물리치고 돌아왔으나 한신의 죽음을 듣고 강개무량함을 느꼈다. 늘 화근이였던 한신의 죽음을 기뻐하는 동시에 지난날의 위대하고 빛나는 한신의 공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고조유방은 쓸쓸히 여후에게 물었다.
 “한신이 죽음을 당할 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가” “네. 괴통의 계교를 듣지 않았던 것이 원통하다고 몇 번씩이나 후회하고 죽었습니다.”

 괴통은 제(齊)나라의 언론가로서 지혜와 전략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고조유방과 항우와 천하를 두고 전쟁을 하고 있을 때 당시 제나라왕(齊王)이였던 한신에게 독립을 권한 사람이다.
 그리하자 괴통을 잡아들이라는 고조유방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 괴통은 제나라에서 잡혀와 고조유방 앞에 끌려나왔다.
 유방은 크게 노(怒)하여 말하기를 “너 이놈 한신에게 반란을 일으키라고 가르친 일이 있는가” “네. 틀림없이 권했습니다. 허나 그 한신이란 녀석은 나의 책략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비참한 최후를 마친 것입니다. 만약 그때 내가 말하는 대로 들었더라면 당세에 영웅이신 폐하라 해도 그리 쉽게 천하를 평정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고 괴통은 거침없이 말했다.
 고조유방은 크게 노했다. “저놈을 삶아 죽여라” 하니 괴통은 말하기를 “천만에 어림도 없습니다. 그것은 원죄라는 것입니다. 나는 삶아 죽어야 할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
 유방이 다시 말하기를 “너는 한신에게 반란을 권하지 않았느냐. 그건 아주 큰 죄다. 어째서 원죄 운운하면서 변명을 하느냐”

 괴통이 또 말하기를 “폐하, 부디 들어보십시오. 진(秦)나라의 기강(紀綱)이 무너져 천하가 황무지같이 어지러지고 영웅호걸이 각 지방에서 구름같이 일어났습니다. 진나라는 태산같은 큰 사슴을 잃었으므로 천하영웅은 벌떼처럼 일어나 그 사슴을 쫓은 것입니다. 그 중에서 폐하는 가장 위대하였으므로 멋들어지게 그 사슴을 쏘아 잡은 것입니다. 자, 바로 이 점입니다. 몇 년 전 대악당인 도척의 개가 요(堯)임금을 향해 짖었다고 하여 그것은 요임금이 나빴기 때문이 아닙니다. 개라는 놈은 자기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다 짖어대는 것입니다. 그 당시 나는 오직 한신만을 알고 폐하는 몰랐습니다. 그러므로 한신쪽에 가서 폐하에게 짖어댄 것입니다.
 천하가 어지러지면 이것을 통일하여 천자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당당한 호걸들은 많습니다. 즉, 폐하와 같은 일을 해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으나 힘이 부족하여 실현을 보지 못할 뿐입니다. 그것을 천하가 평정된 지금에 와서 옛날에 천하를 노렸다는 죄로 하나하나 그 죄를 물어 삶아 죽입니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따라서 저는 본건에 대하여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고조 유방은 괴통을 용서하여 고국인 제나라에 돌려보냈다.
 사슴을 쫓는다는 것은 대리(大利)를 품는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사슴을 쫓는 자는 토끼를 거들떠보지 않고 천금(千金)의 재화(財貨)를 꿈꾸는 자는 수량(銖兩)의 값을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이욕(利慾)에 눈이 어두워지는 뜻으로도 쓰인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않고 돈을 잡는 자는 사람을 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같은 것을 회남자(淮南子)에는 짐승을 쫓는 자는 눈에 태산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