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제도는 학생들을 온통 공부로만 내모는 경쟁 위주의 체제이다. 어른들이 영재교육은 물론이거니와 고등학교를 등급화 하여 과학고, 외국어고 등의 특별학교를 설립한 것은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채질 하는 행동이다. 과학고, 외국어고에 이어 자사고와 국제고까지 생겨났다. 국제고에 외국인 학생은 극소수이고 대신 특권 상위층의 자녀들이 채워지고 있다. 겉으로는 수준별 교육이니 차별화된 글로벌 인재 양성이니 하며 그럴듯한 명분으로 보장해 놓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특목고들은 기득권 상위층의 지위 세습에 기여하는 사회제도로 가능하고 있다. 특목고에서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붙들어 놓으니 일반고에도 이런 추세가 이미 확산되어 버렸다. 대규모 기숙사를 지어 24시간 동안 학생들을 학교에 묶어두는 곳도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일부 사설 학원에서 하는 방식이다. 어떤 교육감은 고등학교에 기숙사를 많이 지었다고 자랑하고 다니지만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경쟁에 지쳐 자살하는 학생도 끊이지 않는다. 교육부는 고등학교에 이어 국립대도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국립대 교수 성과 연봉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국립대의 봉급 체계는 이미 성과급 비율이 상당히 높고 교수 간의 경쟁 분위기도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다. 성과 연봉제는 교수들의 연구 업적을 높여 국립대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하지만 제도 신설에 따른 추가 재원 확보 없이 동료 교수의 봉급을 빼앗아 내 주머니에 넣는 방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업도 아닌 대학에 상호 약탈적 경쟁체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한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제도가 국립대를 어떻게 황폐화 하고 국가 장래에 어떤 해악을 끼칠 것인지를 심사숙고 해야만 한다. 좋은 뜻으로 만든 제도가 오히려 나쁜 결과로 귀착되는 이른바 제도의 배반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 변화 가능성의 믿음을 주어야 한다. 한국은 지난 백 년 동안 조선의 전통적 신분 계급이 무너지면서 한반도 역사상 가장 평등한 사회를 이룩해왔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국가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부와 권력을 함께 소유한 상위층이 그들의 힘을 이용하여 평등에 초점을 둔 교육 제도를 꾸준히 바꾸어 왔다. 그들은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강화와 인재 육성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집중과 선택 수월성 강화 등을 내세우면서 학교 교육을 경쟁 위주로 내몰고 있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및 사회제도의 변화는 상위층의 이익을 고착화 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별한 교육을 위해 설립된 특목고와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교육비가 훨씬 많이 든다. 서민들은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 일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법학전문대학원 또한 돈 없는 부모들에게는 언감생심 마음을 내기 어렵다. 행정고시를 축소시키는 것도 개천에서 용나는 것을 막으면서 기득 계층의 공고화에 일조하는 제도 변화중 하나이다. 전문직공무원을 외부에서 공모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 방식은 명분도 그럴 듯 하고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다. 그렇지만 공무원직 등에서 인재 채용을 면접 위주로 하게 되면 사회 기득권층에서 그 혜택을 거의 다 가져가게 되어 있다. 요즘 금융회사나 공기업 채용의 뒷 이야기를 들어보면 온갖 이야기가 다 들린다. 최근 국립대구과학관의 직원채용에서 드러난 비리는 극히 작은 사례가 노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도의 변화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강화시켜 계층 간 간격을 더욱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제도들은 사회계층 간 간격이 커진 만큼 사회적 갈등과 불안은 심화되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