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 오늘의 현실과 괴리되는 측면을 몇 가지만 들어보자. 

공자는 봉건시대를 유지하기 위한 사상의 체계를 만들었다. 그가 이상 세계를 삼았단 봉건윤리 체계는 주공이 정비한 제도이고 그는 요·순·우를 고대의 성인으로 추앙하였다. 요순은 오직 유가에서만 성인으로 추종하고 제자백가에서는 찬탈자라고 비판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요와 순을 성인으로 추앙하여 더욱 위대한 덕치를 베풀어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추앙하였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정치체제는 민주공화 정치였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엄밀히 말한다면 요 임금은 덕으로 나라를 다스렸고 순 임금은 효행이 뛰어나 임금이 되었고 우 임금은 홍수를 다스린 공으로 제왕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고대로부터 군신유의와 부자유친의 정통의 의리가 만들어져 왕조 체제로 이루어졌고 오늘날은 민주공화 시대로 바뀌었다. 지금은 전통적 신분제도가 와해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던 준귀질서가 무너지고 누구나 성실과 근면여부에 따라 상승 또는 하강하기가 한결 용이해졌다. 그런데 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을 살펴보면 철저하게 인<人>과 민<民>을 구분하고 있다. 인은 통치계급을 지칭하는 말이고 민은 피지배 계급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공자가 백성을 말미암게 할 수는 있으나 알게 할 수는 없다. <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 라고 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민은 인에 의해 교육되어지고 부림을 받아야 할 존재라는 말이다. 공자의 이러한 구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에서 사정이 이와 같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이에 대비되는 말은 민주공화국이다. 인이 민을 통치하면서 이루는 조화로운 나라와 민이 주인이 되어 이루는 조화로운 나라는 분명치 차이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사회는 바로 민이 주인이 되어 이루는 더불어 조화로운 나라이다. 따라서 이에 맞는 논리가 필요하다. 

오늘날은 전통적 예의 개념이 적용되기 어려운 사회이다. 사회적 관계보다 개인적 인격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예란 사회적 관계에서 필요한 것이다. 타고난 신분질서에 따라 정해진 예를 행해야 하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예의 기본이다. 그가 그 지위나 직장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 <不在其位 不謨其政>라고 한것도 바로 이러한 뜻에서 한 말이다. 인과 민이 구분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논리가 가능하지만 민주사회에서는 마땅히 폐기되어야만 한다. 더구나 오늘날의 사회적 관계는 많은 경우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고 한편으로는 이익집단과 친목집단 속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구성원간의 수평적 관계와 공정한 역할분담이라는 성격도 강하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 맞는 새로운 예의 정립이 요구된다. 새로운 신분질서와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논리다 부족하다. 오늘날은 왕조시대의 지식독점사회로부터 가능우위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경전을 통한 지식독점이 분산되고 권력과 명예로 연결되던 시대에서 집단지성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오히려 기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권력가 명예가 도덕적으로부터 유래하던 시절에서 물질적 재화로부터 만들어지는 시대로의 변천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에 중인계급이던 의사나 역관<譯菅>이 요즈음에는 선생님으로 호칭되는 사실이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의사를 대부<大夫>라고 부르고 있으니 신분의 역전현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반면에 전통적 지식의 분야인 사서삼경을 가르치던 선생은 오히려 입시전문기능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제 도덕적으로 고상한 품성을 지닌 사람보다 물질적 재화를 획득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권력과 명예를 얻어내는 삶으로 바뀌었다.